삼복더위에 치킨집 알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 스물여섯 살의 남자. 씻고 잠이 든 그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아침에 걸려온 동생을 찾는 전화에 방문을 열어 본 그의 형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동생의 방에서는 선풍기만 살아남아 호흡하고 있었다.
나는 약국에서 손님이 오시면 인사를 하고 시원한 드링크를 드리거나, 건네시는 처방전을 받아 순서대로 조제실에 넘겨드리거나, 조제실에서 나온 약을 손님 앞으로 옮겨놓거나, 투약 설명이 끝난 처방전을 가져와 컴퓨터에 입력하거나, 약장을 정리하거나, 박스를 차곡차곡 접어두거나, 바닥을 닦거나, 반찬을 배달받으면 쌀을 씻어 밥을 안치거나 하고 있었다.
"ㅇㅇㅇ씨 여자 친구시죠?"
동분서주하는 중에 남자 친구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아야 했다.
약사님의 남편이 허둥대는 나를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오빠가 죽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약사님 부부는 짐을 챙겨 가방을 들어주고 함께 길을 건너가 택시를 잡아주고 택시비까지 넉넉히 기사님께 건네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