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친구
"혹시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이런 말을 내 생에 해봤던 적이 있나 생각해보니, 열 손가락으로 꼽아볼 정도 되는 것 같다.
어느 날,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이다.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한 아기 아기침대를 당근마켓에서 거래하려고 하는데 차가 작아
가져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서 지내고 있는데, 생뚱맞게 차는 괜히 큰 SUV를 가지고 있다.
이럴 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마음 한켠은 씁쓸하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내 생각이 났는지 친구가 연락을 해줬고 나는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거래 당일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잘 구매했고, 친구집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친구의 신혼집을 간다는건 이 친구 집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의 안부도 묻고, 친구가 신혼생활 어떻게 하는지도 듣고 밤 늦은 시간까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랑 친구 아내랑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참 오묘한 기분이었다.
어릴 적 옆 동네에 살았고 학교도 같이 다니며 친해졌던 친구가 한 동안은 서로 바빠서 연락이 없었는데,
어떠한 계기로 다시 연락이 되어서 간혹 안부를 묻고 지내던 터였다.
먼저 연락을 잘 안하는 성향인 내게 서운한 티를 내며 먼저 연락을 하는 친구이다.
참 신기했다.
나는 혼자서 벽을 두고 신경을 안쓰고 있었지만, 친구는 나를 그래도 친구라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새삼스럽게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도 이 친구에게 서운한 것들이 있었는데, 잘 표현을 못해서 오해했던 것들이 있었던 것이다.
서로 잘 맞지 않는 성격이긴 하지만, 서로의 성향일 뿐 친구라는 그 마음은 늘 지키고 살아왔던 그 친구 앞에서 내가 참 부끄럽기도 했다. 사회 경험도 많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겪었던 관계에 대해서 친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주었다.
처음엔 그 말들이 잘 들리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친구가 살았던 시간만큼 나도 그런 비슷한 관계를 많이 겪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랑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고 또 배울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경청하며 친구의 말을 들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간을 나누다 보니, 무언가 좀 마음 한구석이 편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리고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친구가 참 고마웠다.
그 날 먼저 연락해준 것(부탁하려고 연락하긴 했지만), 그리고 전에도 먼저 연락해 준 것, 집에서 밥먹고 가라고 식사대접 해준 것, 서로 마음 얘기 나눌 시간을 만들어 준 것, 나는 혼자 벽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벽을 허물고 다가오려 했던 것.
사람은 자신과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은 맞다. 정도의 차이가 관계를 끊기도 하고 다시 좋은 인연으로 이어가기도 한다.
다시 관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국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상황에 맞게 잘 적용하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삶을 사는 지혜이다.
모두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정답이란 건 없는 것 같다.
내가 생각지도 못하게 맺어지는 것이 관계인 것 같다.
어느 날은 내가 먼저, 어느 날은 상대방이 먼저 도움의 손길을 구하고 먼저 다가가는 것이 익숙해지면 혹시나 나도 모르게 얽혀있던 마음 한 구석이 속 시원하게 풀려나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감사하는 마음과, 반성하는 마음, 좀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쉬울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관계.
내가 마음에 여유가 없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