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마타크 Jul 05. 2023

길을 찾다

기억의 습작 ep.1

'길을 찾다' 라는게 어떤 의미일까?

현재진행형인가 아니면 찾았다는 완료형인가


작년 10월에 퇴사 했으니, 일을 쉬고 있은지 벌써 9개월이 넘어간다.

내게 이런 자유가 생기면 원없이 책만 읽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어렸을 적 부터 나는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것으로부터 꼭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했었고, 그 고민을 해결해가면서 만족감을 느꼈다. 급여라는 보상은 그 뒤이다.


30대 이후 모아두었던 자산은 어딘가에 있을 뿐 지금 나에겐 없다. 그래서 지금 쉬면서 공부하고 있는 이 시간이 자유로울지라도 한편으론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이 9개월간의 시기 동안 고민이 참 많았다.


약간의 소득이 생기는 일을 하면서, 나의 역량을 쌓아 나아가야 하나?

지금 돌이켜 보았을 때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아 힘들었다. 소득활동을 하지 않은 만큼 나는 얼마만큼 역량을 쌓고 성장해 있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가끔 내가 너무나 한심했다.


오랫동안 해왔던 독서 습관이 무너지는 경험도 했다. 무기력이 생기고, 의지가 사라졌었다. 꾸준함과 성실함이 나의 무기였는데, 이게 무너지니 스스로를 인정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디서 부터 틀어진 걸까.


다시 고민의 시간을 갖고, 연습장을 꺼내고 생각들을 끄집어 내 본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나열해 보았다. 기분이 좀 나아지고, 짐을 내려 놓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다이어리를 꺼내서 계획도 수정해 보고,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기록하기 시작했다. 물론, 매일 그렇게 하진 못했다.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기록한 것 같다.


독서하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긴 것을 자각하고, 편하게 글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지하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되뇌이고, 조금씩 조금씩 일어서기 시작했다.


길을 찾다. 둘 다 맞다.

길을 찾는 중이기도 하고, 그 길을 찾은 것도 맞다.

하루 하루, 시간 시간, 순간 순간에 내가 지금 행복한 이유를 찾고, 또 행복하기로 결심하면서 힘을 얻었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 과정이 힘든 것이 아니라,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상상하지 못해서 더 힘들었다. 그리고 그 때가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 힘든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자.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