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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마타크 Jan 24. 2021

여기서 태어났기 때문에

feat.두 번째 지구는 없다.

"인류가 생겨나기 전의 상태로 지구가 돌아가고 있는 것도 무섭지만 그보다 두려운 건 지구가 5억 4100만 년 전 상태로 변하고 있다는 게 인류만 없는 세상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와 영장류는 물론이고, 포유류, 파충류, 어류도 없는, 생물학적인 원시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내가 죽기 전에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결말이 두려운 게 아니라 그 결말로 떨어지도록 지구의 운명을 던져버리는 사건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게 두렵다. 지구가 무너지는 순간에 눈을 뜨고 있는 게 두렵다."

-타일러 라쉬-


 나는 주로 YES24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매한다. 어느 날 읽고 싶던 책이 생각나 장바구니에 담으려고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를 흥미롭게 이끈 내용의 팝업창 하나가 떴다. 바로, 성격 유형에 맞는 책을 추천해 주는 내용의 화면이었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MBTI 성격유형 에 맞추어 책을 추천해 주는 코너 였다. MBTI 성격유형을 맹신하는 편은 아니다. 근데, 유용할 때가 있어서 스스로에 관하여 객관화? 하는 차원에서 가끔 볼 때가 있다. 나는 INFJ, '선의의옹호자'라 불리는 유형이다. 별칭이 뭔가 거창해 보인다. 그런데 좋은 내용들만 쏙쏙 뽑아서 INFJ에 관하여 읽어보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공감이 갈 때가 참 많다. 어쨋든...


 추천 받은 책을 구입할 생각까지 할 줄은 몰랐다. 순식간에 후딱 읽고 책의 내용을 이렇게 글로 남겨보려 하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는 검사라는 느낌도 살짝 받는다. 그리고 이 책은 내 맘에 쏙 들었다.


 내가 추천 받은 책은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이다.

이 책을 읽고 깜짝 놀랐던 점은 두 가지 이다. 하나는 타일러 라쉬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버몬트 숲

 타일러는 버몬트의 숲, 자연에서 자랐다. 그래서 계절의 냄새도 알고, 계절에 따라 비 내릴 때 여향이 다른 것도 알고, 좋은 흙과 안 좋은 흙의 차이를 냄새로 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도 타일러처럼 그런 후각을 가졌다. 그런 감성과 생각도 잘 맞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도 자연이랑 아주아주 친숙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냈던 기억들이 머리 속을 스쳐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신기했다.

 WWF(세계자연기금)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WWF라는 세계자연기금을 타일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2016년 부터 WWF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그의 꿈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에도 그가 용기를 내는 것은 그의 선한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그런 용기로 태어난 책이다.


첨언하자면, 이 책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인쇄되었고, 표지와 본문에 FSC인증 종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참 멋지고 대단했다. 나중에 나도 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타일러와 같은 방법으로 꼭 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얻어가는 내용은 ‘또 한 번의 생각의 전환'이라는 것이다.

나도 나름대로 생각을 깊게 하는 편이고, 그 생각의 결과를 큰 틀에서 상상해 보고 또 실천하려 하는 편이다. 내가 바라고 또 내 마음을 움직이는 선한 영향을 받게 되면, 주저 없이 마음을 굳히고 정진한다. 그런데, 가끔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할 때가 있다. 바로 이 책에서 그 부분을 찾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모두 담을 수 없으니, 크게 와 닿았던 내용 두 가지만 공유 하고자 한다.

하나는 '지구 상태용량 초과의 날'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스템적 사고'에 관한 것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이라고 들어보았나?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이 내용을 통해 실감나게 체감할 수 있었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인류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양과 배출한 폐기물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자정 능력을 초과하는 날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인류가 그해에 주어진 생태 자원을 그날까지 모두 사용했다는 걸,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미래 세대가 사용할 몫을 가져다 쓰는 셈이라는 것을 뜻한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인류는 지구의 생태용량을 초과하지 않았다. 2000년에는 지구가 1년 동안 제공할 수 있는 생태용량을 10월이면 다 소진할 지경이 되었다. 나머지 3개월은 미래 세대가 사용할 용량을 끌어다 쓴 것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2016년 8월 8일, 201년 7월 29일로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2020년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이례적으로 늦춰졌다. 2020년의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8월 22일이다).

출처: 글로벌생태발자국 네트워크

 2019년 기준으로 미국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3월 15일, 한국은 4월 10일로 다른 나라의 수준을 훨씬 웃돈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한국 사람들처럼 먹고, 입고,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1년 동안 3.7개의 지구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전 세계 평균이 1.75개로, 이것은 곧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환경 파괴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중 한가지로,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수질 오염의 20%, 바다에 유입된 미세 플라스틱의 20~35%,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소 6%이상이 패션 산업에 의한 것이다. 청바지 한 장을 만드는 데에는 물 7,000L와 다량의 화학 약품이 사용된다.


 오염이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자가 가격만으로 판단해 '더 저렴한'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속임수다. 몇 번 입고 버리는 옷은 그만큼 더 환경을 오염시키며, 우리에게 더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기준치를 올려야 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이게 건강에 좋은지, 옷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옷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가장 저렴한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p.73 '가장 저렴한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
시스템을 고리로 연결하는 일 : 시스템적 사고

 사람의 생각은 평면적으로 흐를 때가 많다. A를 하면 B가 된다. B를 하면 C가 된다는 식으로 단선적으로 흐르기 쉽다. A를 B쪽으로 옮기는 정도의 선적인 세상에서 살아오다 보니가 모든 문제를 그렇게 바라보게 되는데 이제 시스템 위주로, 시스템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시스템적인 사고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타일러는 주장한다. 

장을 보면서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게 나을까. 무엇이 더 환경에 나은 선택일까? 


  어느 한 콘퍼런스에 참여했던 타일러는 디자이너인 '레일라 아자롤루'로 부터 인상적인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는 언스쿨UnSchool의 창립자이며, 2016년 UN 환경 분야 최고 권위상인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17년 한국에서 열렸던 '혁신과 지속가능성 콘퍼런스'에 타일러도 초청 받아 이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 당시 콘퍼런스에서는 매핑mapping이 강조되었다고 한다. 우리 앞에 머그잔이 있다고 하면 이 머그잔이 무엇에 연결되어 있는지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며 관계망을 그리는 것이다. 이는 '시스템적 사고'를 잘 설명해 주는 예시이다.

 한 때는 비닐봉지가 환경을 위한 선택으로 인정받았다. 종이는 나무를 베어 만드니까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비닐봉지를 쓰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의견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비닐은 썩지 않으니 환경을 위한다면 종이봉투를 써야 한다'로 바뀌었다.


 '레일라 이자롤루'는 비닐봉지와 종이봉투에 관한 선택이 아니라 그걸 '어떻게 버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닐봉지를 길가에 버리면 썩지 않고 수백 년 동안 땅에 묻혀 환경을 파괴하거나, 미세 플라스틱으로 돌아와 다시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바다생물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종이봉투의 경우는 어떨까. 종이봉투를 재활용에 두느냐 안두느냐가 관건이다. 종이봉투를 재활용하지 않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종이봉투는 매립지에서 메탄가스가 되거나 쓰레기 소각장에서 바로 이산화탄소가 된다. 나무-종이-메탄가스(온실가스)로, 자연물이 쓰레기와 대기오염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봉투를 재활용한다면 다시 자원으로 쓸 수 있다. 레일라 이자롤루는 자원 사용에 대해 한 가지 사용법을 더 제시한다. 퇴비로 만드는 방법이다. 퇴비를 만들 때 습기가 많은 음식물만 쓰면 쉽게 썩어버린다. 그래서 낙엽이나 딱딱한 껍질과 같이 건조하고 섬유질이 많은 것들을 상당량 섞는데, 화할물질을 지나치게 써서 가공한 종이만 아니라면 퇴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이를 퇴비로 사용하면 나무-종이-나무로 이어지는 시스템의 고리가 연결된다.


 이런 제3의 방법을 생각하려면 퇴비를 만드는 원리를 이해해야 하고, 환경과 우리 주변에 있는 물건들에 대해서 시스템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사는 곳의 시스템에 관해 비판적인 비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런 틈을 찾아내 시스템을 연결하고, 계속 순환하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문제는 해결된다. 


 요즘에는 우리의 생각이 단선적 사고에 한정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타일러의 말에 나도 상당부분 동의 한다. 시스템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시스템적 사고 없이는 경주마가 눈가리개를차고 보는 것처럼 협소한 시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유일하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을 완전한 고리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이다. 


 타일러는 고등학교 시절에, 평생 기억에 남는 풍경을 보았다. 

평소라면 깜깜했을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번개 모양의 흰색 획이 물결을 그리고 있었다. 마치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고 한다. 마치 세상이 끝나는 날의 모습이라고 표현 했다. 타일러가 보았던 것은 바로, "오로라" 였다.


 버몬트에서는 몹시 추운 한겨울, 사방에 불빛이 없는 산동네에서 오로라가 보일 때가 있다고 한다. 그는 인생에서 단 한 번, 그날 저녁 오로라를 보았다고 한다. 그날 '사람의 존재는 참 작고 보잘 게 없구나.'싶었다고 고백했다. 무섭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며, 신비롭기 짝이 없었단다. 자기 자신이 보잘것없다는 게 서글프지만 동시에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다. 나도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추억을 생각해 보면, 나의 존재를 초월하는 자연의 존재를 깨닫게 해준다. 타일러가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보잘것 없이 잘 느끼지 못하는 현실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관찰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 집 근처 대학교 안 산책로를 걷다 보면 참 자연을 지으신 창조주께 감사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너무나 신비롭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이로운 세상을 어느 순간 깨닫고 나면, 살아가는 삶이 참 감사하다. 

학교 안 카페에서

 코로나19로 인해서 조심스럽게 생활할 수 밖에 없는 요즘이다. 감사하게도 오늘 오랜만에 카페에 가서 앉아 책을 읽고, 생각정리도 하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내게 목마름과 집중력을 채워줄 커피 한잔도 감사했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조심스러운 소음도 내 귀에 즐거웠고, 우연찮게 알게 된 <두 번재 지구는 없다>라는 책을 만나게 된 것도 소중한 일이라 글로 남기고 싶었다. 


 타일러 처럼 깊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 또한 그러기 위해 맡은 일에 충성하고, 시간 날때마다 공부하고, 비전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고, 또 비전을 위해 열심히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관심없는 분야라 하더라도, 각자의 관점에서 다르게 해설될 이 책이 선한 영향력으로 선하게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좋은 책을 읽고 나니 참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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