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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May 06. 2024

연천 구석기 축제

연천 전곡리 유적

경기도 연천은 우리 가족이 서울 근교 여행지로 좋아하는 곳이다.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와 당포성, 재인폭포가 있고대산 자연휴양림에서 일박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경기북부라 서울만 벗어나면 차가 막히지 않는다. 주말에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다.


연천 전곡리 유적은 3년 전 코로나가 한창일 때 방문했었다. 모든 체험 프로그램이 중단되어 텅 빈  유적지를 쓸쓸히 거닐다 왔었다.


연천 구석기 축제는 한반도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선사문화축제이다. 1978년 연천 전곡리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전기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석기로 뛰어난 석기공작 기술을 보여준다)가 발견되면서 당시 세계 구석기 문화를 동양과 서양, 이분법으로 구분하던 모비우스의 학설을 반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선사 문화사에서 중요한 전곡리 유적을 널리 알리고, 잘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1993년 작은 축제로 시작하여 이제는 매년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우리나라 대표 선사문화축제가 되었다. 매년 5월이 되면 연천에 세계의 선사문화가 다 모인다. 현대 문명을 벗어나 자연을 탐구하며 살았던 인류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 축제에서 특별한 감동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행사내용]
1. 메인프로그램 : 세계 구석기체험(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일본, 대만, 한국), 구석기바비큐, 구석기퍼포먼서
2. 부대프로그램 : 연천테마투어, 구석기올림픽, 구석기활쏘기, 어린이날특별프로그램, 구석기나이트 등
3. 기타: 특산품판매, 지역문화공연 및 전시 등

https://korean.visitkorea.or.kr/kfes/detail/fstvlDetail.do?cmsCntntsId=534220


올해 5월 3일부터 6일까지 구석기 축제가 있어 다시 다녀왔다. 1993년에 시작해서 올해로 31회를 맞이하는 대표적인 선사 축제이다.


축제는 오전 10시 시작이다. 우리는 40분  도착해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티켓팅을 하러 갔다. 인터넷 예매를 했어도 예매 내역을 보여주고 입장 팔찌와 지역상품권을 배부받아야 한다. 9시 30분에 부스 매표가 시작되었는데, 인터넷 예매 부스 직원은 한 명뿐이고, 예매 내역 확인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현장 판매 관람객들이 빠르게 티켓을 사고 입장하는 동안 인터넷 예매를 한 관람객들만 티켓을 받지 못해 기다려야 했다. 빠른 입장을 위해 인터넷 예매를 한 우리 가족 입장에서 몹시 화나는 일이었다. 오래된 축제라는데 이렇게 관리가 허술한가.  


드디어 입장 팔찌와 지역상품권을 받아 입장했다. 이른 시간에도 축제 참가객은 많았다. 하지만 워낙 부지가 넓어 붐비지 않았다. 십 분 늦게 입장한다고 분노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입장권은 5,000원인데, 티켓을 구매하면 축제 내부나 연천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지역상품권 5,000원 페이백을 준다. 사실상 무료인 것이다.


세계 구석기 체험마당
세계 구석기 체험마당



구석기 축제 인기 체험인 '구석기 바비큐'이다. 약 1m 나무 막대에 돼지고기를 꽨 꼬치를 모닥불에 직접 구워 먹는다. 5월 햇살은 아침부터 뜨겁고 모닥불은 더 뜨거웠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연기로 목도 따가웠다. 아이는 긴 나무 막대가 무겁고 불이 뜨거워 힘들어했지만 재미있다고 끝까지 구웠다. 나무 가지에 달린 고기를 먹으려면 얼굴에 숯을 묻혀가며 뜯어먹어야 하는데 그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직화구이 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구석기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떡도 구워 먹을 수 있다.   

구석기 바비큐

먹거리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 아메리카노 2,000원, 에이드 3,000, 김밥 3,000원 정도이다. 대부분 지역상품권을 받았는데, 거스름돈은 주지 않기에 오천 원 이상 채워서 구입했다.


넓은 잔디밭에는 구석기 복장을 한 사람들과 AI 로봇말과 로봇강아지가 자유롭게 다닌다. 구석기의 첨단 주먹도끼를 사용하는 전곡리안과 21세기 최첨단 AI가 함께하는 퍼포먼스라고 한다. 축제기간 동안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데 강아지와 AI 로봇 강아지의 만남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일반 강아지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어 있을 로봇 강아지에 비해 이를 처음 보는 강아지들은 조심스레 탐색 후 겁을 먹고 달아나곤 했다.


뗀석기 만들기 체험 - 직접 돌을 깨서 뗀석기를 만든다. 돌이 튀어 다치지 않도록 보호안경과 장갑을 착용한다.
뗀석기 만들기 체험 - 본인이 만든 뗀석기로 가죽을 자른다.


https://jgpm.ggcf.kr/

선사박물관 상설전시관

선사 유적지 내에 선사박물관도 있다. 지형을 따라 유선형으로 디자인한 건축이 인상적이다. 로비의 냉동 원시인, 외찌 전시도 볼만하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전시는 동굴벽화이다. 좁은 통로를 동굴로 연출한 공간에 동굴벽화를 재현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시각적으로 생생한 감동을 준다.

선사박물관- 라스코 동굴벽화

알타미라와 라스코 동굴벽화는 장식이 아닌 사냥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목적으로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 깊숙한 어두운 곳에 그려져 있고 짐승을 향한 투창이나 여러 동물이 무질서하게 겹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스텐실 작품일 수도 있는 구석기 동굴벽화 스텐실이다. 손바닥을 벽에 대고 입에 물감을 머금어 뿜으면 손을 제외한 부분만 물감이 묻어 손의 형상이 나타난다. 



이번 기획전시는 흥미롭게도 주제가 '고기'이다. 최초의 인류는 과일, 채소를 채집해서 먹었는데,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지구 환경이 변하고 식물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석기는 고기를 먹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였다. 동물을 사냥할 때뿐 아니라 인간에게는 없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대신해서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자를 수 있었다. 인류는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석기를 제작하게 되었고 도구를 사용함으로 두뇌가 발달하게 되었다.

전시도 보고 박물관의 전망 좋은 카페에서 쉬다가 다시 축제 장소로 돌아왔다.


연천 구석기 축제

나무 그늘도 많고, 그늘막이나 빈백을 설치해두어 피크닉 하기 좋다. 연천 군인들도 축제에 많이 참여했는데,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핸드폰에 빠져 있는 모습이 짠하기도 했다.


QR코드로 스탬프도 모을 수 있다. 스탬프 투어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이번에도 열심히 스탬프를 받으러 다녔다. 작년 축제 스탬프 투어 상품은 구석기 레고 인형이었다고 한다. 올해는 축제를 위해 축제 캐릭터도 만들고 굿즈도 특별히 제작했다. 연이 캐릭터 키링과 그립톡이다. 연천군 공무원에게 미안하지만 디자인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열심히 스탬프 모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갖고 싶지 않았다. 연이 캐릭터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구석기 축제 굿즈, 연이 캐릭터의 스마트톡과 키링. 연이 캐릭터는 순무인가?

전곡리 선사 유적지는 1978년 한탄 강변에서 당시 동두천 주둔 미군이었던 그렉 보웬이 우연히 주먹도끼를 발견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고고학 전공학생이었던 그렉은 한탄강변 주변 돌들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까지 아시아에는 구석기 유적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구석기 유적의 발견은 큰 사건이었다.


전곡리 선사 유적은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이를 널리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구석기 축제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요즘 각 지역에서 열리는 근본 없는 지역 축제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암사동 신석기 축제와 비교하면 인구밀도가 낮아 좋았다. 부지가 열 배 이상으로 넓다 보니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대인원 수용이 가능했다. 오후 1~3시쯤 피크였을 때 제외하고 체험 대기줄도 길지 않다. 먹거리도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또 간다면 축제가 아닌 날 방문해서 좀 더 여유 있게 즐기고 오고 싶다. 구석기 의상 입어보기, 구석기 바비큐, 뗀석기 만들기 등은 평소에도 체험 프로그램으로 참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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