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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Oct 23. 2024

어차피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쇼펜하우어의 인간관계 철학

매우 직관적인 제목의 쇼펜하우어 인간관계 철학 책이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시작으로 요즘 쇼펜하우어 책이 인기 많은 것 같다. 쇼펜하우어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평판에 괴로워하지 마라. 대인관계 신경 쓰지 말고, 오직 내가 가는 길에만 집중하라." 왜 쇼펜하우어의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걸까? 현대인들이 대인관계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SNS에서 보이는 화려한 삶에 대한 부러움, 타인의 시선에 대한 과도한 의식은 우리를 지치게 한다.


어차피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저자는 매우 힘든 삶을 살았다. 미혼모에게 태어나 보육원에서 성장했으며, 성인이 된 뒤 찾은 생모는 오히려 본인을 원망했다. 불우한 성장과정에도 불구하고 법학과를 졸업했고 관련 일에 종사하는 직장인이며, 독학으로 그림을 배워 화가의 삶도 살고 있다. 책 사이사이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도 실려있다. 기구한 본인의 운명을 극복하는 데 쇼펜하우어 책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스스로에게 말하라. 오늘도 나는 주제넘게 이 일 저 일 간섭하고 돌아다니는 사람, 배은망덕한 사람, 제멋대로 교만하게 행하는 사람, 술수를 써서 남을 속이는 사람, 시기심이 많은 사람, 사교성이 없고 무뚝뚝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로마제국의 16대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의 일부이다. <명상록>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황제가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쓴 글이다. 약 2000년 전, 무엇이든 다 가능하고 어려움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로마 황제도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물며 21세기 평범한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닥치겠는가. (p 69)


사람들이 당신을 욕하거나 좋지 않은 말을 한다면 그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살펴보자. 그러면 당신이 전혀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들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고 미워하거나 적개심도 들지 않는다. 그러면 타인의 언행에 너그러워질 수 있다. 오히려 당신은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될 것이다. (p 73)


'당동벌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후한서의 당고전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자어는 무리 당黨, 한 가지 동同, 칠 벌伐, 다를 이異로 이루어져 있다. 한자어만 보면 같은 무리끼리는 당을 만들고 다른 무리는 친다(배척한다)는 뜻이다. (p 85)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패거리 문화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고독을 참거나 고독 속에서 자기를 가눌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내면에 가득한 공허와 권태가 그들을 사교로 몰아넣는 것이다. 그들의 정신에는 어떤 운동을 일으킬 만한 힘이 없기에 완전한 의식이 되려면 타인에 의해 여러 가지를 보충해야 한다고 했다. (p 89)

고독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남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상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마음속으로 무관심해져야 한다. 이것이 고독을 즐기는 당신이 타인에게 너그러움을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p 91)




 사실, 나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나는 이미 '미움받을 용기'가 충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데, 흥미를 끌었던 구절은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동이 인생에 대한 지식을 배울 경우 중요한 것은 원전으로 직접 배우게 해야지 사본으로 익히게 해서는 안 된다."
 즉 인생이란 원본을 직접 겪기도 전에 책(사본)으로 겪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특히 어릴 때 소설을 읽는 것은 매우 안 좋은 교육이라 했다. 예컨대 <백설 공주>나 <신데렐라>처럼 공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갑자기 등장한 왕자의 도움으로 인생 핀다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세뇌해 왔다. 이렇게 세뇌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이 발생하며 많은 자원이 필요로 한다. (p 122)

독서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인생을 글로 배우지 말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다니고 자연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이다.

우리 아들은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은 비문학만 읽는다. 대신 박물관, 미술관을 좋아하고 온 가족이 자연휴양림 여행을 자주 간다. 아들이 문학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했는데, 내버려 두어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쇼펜하우어는 공상을 조심하라고 했다. 특히 밤에 하는 공상은 위험하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걱정을 하게 되고 이런 생각들은 결국 우리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걱정으로 인한 고통이 계속되면 신체에도 영향을 주어 병을 얻을 수 있다. 신경쓸 일이 생기면 복통이나 두통이 생기는 경우는 너무나 흔하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다가 한두 달 안에 급성 암에 걸리는 경우도 주변에서 보았다.
쇼펜하우어 역시 마음에 근심이 있으면 심장이 두근대고, 심장이 두근대면 마음이 심란해진다고 했다. 비통함이나 걱정이나 심란함은 생활기능을 방해하고 유기체의 활동을 떨어뜨려 혈액순환, 분비, 소화를 어렵게 만든다. 반대로 신체 기능이 육체적 원인으로 저해 받거나 정체되거나 혹은 어떤 난조를 보이면 그때도 걱정과 우울, 근심이 생기게 된다. (p 139)


나는 원래 주변 사람들의 평판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주변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 2'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교사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담임을 맡게 되면 우리 반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변을 살피고 애정을 가지게 되면 신경을 안 쓰기가 힘들어진다.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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