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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otion Sep 28. 2019

글로 적어보는 미국 취업의 느낌

외국인 노동자의 삶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의 첫 직장을 구했다. 오퍼 레터에 서명을 한 후, 토종 한국인이 영어 열심히 배워서 이제 미국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설렘이 있었다. 그리고 뭔가 알 수 없는, 굳이 표현하자면 전장에서 패배한 병사의 굴욕감(?) 또한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졸업 후 학생 비자로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워킹 비자를 지원해줘야 미국에 머물 수 있었다. 로스엔젤러스에 방문하여 내가 평소 좋아하던 스튜디오들과 인터뷰를 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지만,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나의 비자 문제를 최대한 잘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고용주가 누구일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회사들과 대화할 때 나의 비자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내가 영어로 말은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의 억양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은 알고 나중에 비자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협상 시점에 있어 나의 약점을 일부러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학생 비자로 합법적으로 2년 정도 일할 수 있고, 회사에서 비자 지원에 대한 생각이 없으면 한국에 돌아가도 별 상관은 없었기 때문에 인터뷰 시 비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신분이란 장벽 때문에 어느 정도 내가 지고 들어가는 느낌은 있었다. 예를 들어, 연봉 협상이 조정이 잘 안되면 거절할 수 있는 100퍼센트의 당당함은 없는 것이다. 몇 번의 대화를 통한 후, 결국 오퍼 레터에 서명을 했지만, 내가 비자 문제만 없어도 좀 더 당당하고 강하게 나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첫 정규 직장이 나에겐 좋은 경험이었고 많은 것을 배웠지만, 아무래도 외국인 노동자로서 전반적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환경을 보면 마냥 행복한 상황은 아니다. 비자에 발목이 묶여서 어쩔 수 없이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죽어라 일하는 외국인들도 있다. 비자가 끊기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 상태이고, 아무리 불만족스러워도 딱히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 비자에 묶여 외국인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좀 억울한 느낌도 들고 힘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고용주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인력을 좋아하므로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미국 취업이라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신분 해결할 때까지 참고 열심히 일하면 된다.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일의 만족도가 다를 수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언제나 저렴하고 최대의 생산성을 내는 노동자를 좋아해서 신분문제는 언제나 협상 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최대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어필하고 사람대 사람으로서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하면 좋은 결과도 있지 않을까. 또한 외국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최대한 배려해주는 고용주도 있다. 회사가 클수록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 외국인을 위한 비자 지원이 더욱 수월한 경우도 많다.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사는 것이 제약도 있고, 피곤한 점도 많다. 하지만 이런 점이 나를 좀 더 긴장하게 해주고 인생을 정신 차리고 살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게으르게 살아서 우울한 날이 많았는데, 미국에서는 하루하루가 생존이어서 우울할 틈도 없다. 나는 일에 있어서, 나중에 집에 가도 좋다는 심정으로 당당하게 대처하려 했고, 지금도 미국에서 뭐 그럭저럭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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