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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진 크리에이터 Feb 28. 2019

<컨택트>

미리 너에게 들려주는 네 인생의 이야기

      

“우리는 수퍼마켓에 갈거야. 우리가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넌 뭐가를 건드려서 주방용기를 떨어뜨리고 그건 네 이마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게 될 거야”     

이 이상한 시제의 이야기는 엄마가 곧 잃어버리게 될 딸을 향해 쓰는 사랑과 고통의 편지이다. 

현존하는 작가 가운데 가장 창의적인 SF 작가라고 불리는 테드 창의 원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또 한 명의 재능있는 감독, 드니 빌뇌브를 만나서 <컨택트 Arrival>라는 영화로 태어났다.    

SF에는 외계인 혹은 외계문명과 접촉하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망망한 우주에 작고 창백한 점으로 떠있는 지구의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어서 일 것이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으며 찾아 올 존재가 없다고 믿는다면 그 거대한 고독을 과연 견디어낼 수 있을까? 

외계인과의 최초의 접촉, 즉 퍼스트 컨텍트가 일어나면서 이 이야기도 시작된다. 그들은 인간의 친구(E.T.)도 아니고 무서운 괴물도 아니며(에일리언), 공격적인 포식자도 아니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을 뒤흔들어버리고 떠난다. 

외계인 방문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군부에 의해 차출된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외계어를 배우고 외계어는 언어체계를 통해 언리니어하게 흘러가는 그들의 시공간 개념까지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루이스와 함께 캠프에 차출되어 간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는 그녀의 애인이자 남편이며 아기를 낳고 잃게되는 운명이라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섞여있는 시공간 개념이 그녀에게 외계어와 함께 흘러들어 온다. 어린 딸과 남편과 보내는 순간 순간이 현재이면서 그들이 모두 타인이었던 과거임과 동시에 서로 헤어지게 되는 미래가 담겨있는 셈이다.     

루이스가 써내려가는 일기는 딸에게 보내는, 어쩌면 결국 보내지 못하는 편지이다. 우여곡절 끝에 외계인 방문자들은 지구를 떠나고 지극히 평범했던 남편은 딸의 사고 후,예고되어 있는 불행을 겪게 만든 루이스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고, 그녀는 학교에서 외계어 즉 헵타포드어를 가르친다.     

인간과 인간이 이룬 문명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SF를 사랑한다. 그들이 가지는  궁금증 안에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절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못하는 애정이 함께 들어있다고 믿는다. 절망과 애정이라는 단어를 놓고 생각해보니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해피 앤딩인가,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는 이야기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각기 다를 것이고 그 답이 아마도 당신의 인생과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는 당신의 태도일 것이다. 마지막 남은 궁금증. 루이스의 제자들 중 얼마나 많은 수의 학생들이 루이스처럼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삶을 살게 된 걸까? 그들의 인생은 인류 문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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