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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픽스의 빗치 Jan 19. 2021

일본 교토_금각사

2017.3.16

지난여름 일본 교토(京都)를 찾았다. 1200년간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색으로 표현하자면 ‘묵직하고 고즈넉한 갈색’의 도시였다. 긴 역사만큼이나 도시 곳곳에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그 한가운데 홀로 금빛으로 빛나는 ‘긴카쿠지(金閣寺·금각사)’가 있다.

‘금각’으로 알려진 일본 교토 금각사의 사리원. 하나투어 제공


금각사는 1397년 무로마치막부(室町幕府) 시대, 한 장군의 별장으로 지어졌다가 사찰로 바뀌었다. 로쿠온지(鹿苑寺·녹원사)라는 원래 이름이 있지만 연못 위에 떠 있는 금박을 입힌 사리전(舍利殿)이 ‘금각’으로 알려지면서 금각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현재의 금각사는 원래 모습과 다르다. 1950년 정신병을 앓던 사미승(교단에 처음 입문해 사미십계를 받고 수행하는 남자 승려)이 자살을 기도하면서 금각사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절 전체가 소실됐다. 이후 1955년 재건돼 1962년 다시 금박이 입혀졌다.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소설 ‘금각사’는 이 방화 사건을 모티프로 탄생했다. 실제 방화범 ‘하야시’가 “미에 대한 질투”로 금각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데에 착안해 탄생한 만큼 소설은 탐미적이고 유려한 문체로 금각사의 아름다움을 묘사한다.


“서쪽에 수청을 두고 2층에는 유달리 가느다란 구경정을 올려놓은 금각, 이 불균형하며 섬세한 건축은, 흐린 물을 맑은 물로 바꾸어 놓는 여과기와도 같은 작용을 하였다. 사람들이 제각기 떠들어 대는 소음은, 금각에 거부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바람이 통하는 기둥 사이로 스며들어가, 이윽고 하나의 정적, 하나의 징명(澄明)으로까지 여과되었다. 그리하여 금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연못의 투영과 똑같은 모습을, 어느 틈엔가 지상에도 성취시키고 있었다.”


기자는 교토 여행을 다녀온 뒤 소설을 접했다. 여름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이던 금각을 되새기며 소설을 읽는 일은 좋은 경험이었다. 소설을 읽고 감흥을 주체하지 못해 금각을 직접 보고자 무작정 교토로 떠나는 여행객도 많다고 한다. 교토 전체가 역사 유적으로 가득하니, 꼼꼼한 준비 없이 갑작스레 떠나는 여행도 나쁘지는 않다. 금각사 이외에도 니조성(二條城) 은각사(銀閣寺) 기요미즈데라(淸水寺·청수사) 등 꼭 둘러봐야 할 여행 명소가 적잖다. 또 이들 명소 주변에는 어김없이 버스정류장이 위치해 교토 버스 1일 승차권(500엔·약 5000원)으로 명소들을 둘러보기에 좋다.



―‘금각사’(1956년), 미시마 유키오 지음·허호 옮김, 웅진씽크빅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70316/833474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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