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윈픽스의 빗치 Mar 07. 2022

너는 이성을 볼 때 뭘 봐?

2019.4.9

  "이성을 볼 때 어딜 보나요?“

  “양말이요.”

  라고 대답하는 순간 저는 눈이 정수리에 올라붙은 사람이 되거나 발 페티쉬가 있는 변태 취급을 받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양말은 어떤 사람의 생활 습관과 취향을 단숨에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척도가 됩니다.

  첫째, 부지런함. 아침에 집에서 나오기 전에 한 번쯤 자기 양말을 내려다보고 고민할 시간적·심적 여유가 있었다는 것.

  둘째, 기본적인 위생관념. 적어도 어제 신고 내팽개쳐뒀던 양말을 오늘 다시 주섬주섬 신지는 않은 것 같은 깨끗함. 빨래를 얼마나 열심히, 자주 하는가.

  셋째, 기초적인 미적 감각. 많은 사람들이 연인의 옷 입는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대체 뭘 입어야 할지 모르는 20대 초반의 상대방에게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옷차림을 바꾸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런 노력도 이젠 하기 싫어요. 그냥 날 때부터 색감 좋은 사람 좋아할래요.

  넷째, 기타 등등.

.

  사실 양말을 잘 신는다는 기준도 그렇게 별스럽지 않습니다. 화려한 땡땡이나 줄무늬가 있는 양말을 찰떡같이 소화해야만 잘 신는 게 아닙니다.(이거 할 줄 아는 사람 별로 없어요.) 아저씨 양말을 신어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신고, 단색 양말을 신어도 신발과 옷과 조화를 잘 이루는 그런 정도면 감사합니다입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많이들 ‘너는 뭐 그렇게 양말을 잘 신냐’, ‘너 그렇게 까다로워서 평생 혼자 지낼 거다’ 하며 악담(!)들을 하시는데,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강동원이 이상형이라고 해서 강동원처럼 생긴 사람이랑만 만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양말 색깔까지 맞춰 신는 사람은 바람기가 있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맞는 말 같아서 사실은 ‘양말 잘 신는 남자’ 포기한지 오래 됐어요.

.

  여하튼 이렇게 양말 사랑에 대해 쓴 것은 이 화려한 양말이 꼭 맞을 신데렐라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폴 스미스 2019 S/S 제품으로 가격은 4만 원에 ‘형성돼’ 있네요. 제가 신고 싶으나 너무 크고 아빠 드리고 싶으나 절대 절대 안 신으실 걸 압니다. 사이즈는 F로 원사이즈인데 발가락부터 발꿈치까지 길이가 ###mm 입니다.

  아래는 정식 온라인 사이트에 나와 있는 디자인 포인트와 스타일링 추천입니다.

- 멀티 스트라이프 패턴 디테일이 돋보이는 캐주얼한 무드의 양말

- 화려한 컬러감 자체로 포인트가 되는 디자인

- 면 혼방 소재로 부담없이 스타일링 가능한 아이템

- 다양한 심플룩 혹은 캐주얼룩 등에 포인트를 더해 스타일링 할 수 있음

.

정말로 양말을 달라고 하시는 분은 이 쓸데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기 때문에 감사의 의미로 선물 드리겠습니다. 조용히 몰래 연락 주세요. 아무도 안 가져가겠다고 하는 게 티가 나면 슬프니까요.


(2019.4.9)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첫 아이폰 구매한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