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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Mar 29. 2020

하이 바이 마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라고요?


 *이 글은 드라마 ‘하이 바이 마마’에 대한 스포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를 원하시지 않는 분들은 스크롤을 내리지 마세요.













  ‘하이 바이 마마’는 현재 tvN에서 절찬리에 방영 중인 김태희, 이규형 주연의 휴먼 코미디 드라마이다. 근데 이 절찬리가 사전적인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시청률이 5%대로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비판의 여론이 유독 거세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지나친 감정이입이라며 시청자를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의 흐름을 보면 ‘그럴 만 한데?’ 하며 시청자들의 반응에 납득할 것이다.


  이 드라마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직접 요약한 줄거리라 주관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음.

   친구들의 소개로 만난 차유리와 조강화는 첫눈에 반한 후로 장기간 연애를 하다 결혼까지 이른다. 임신 후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유리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남편인 강화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유리는 사망하고, 뱃속에 있던 아기(조서우)는 살아남는다.
  강화는 아내를 잃은 것에 대한 실의와 아내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피폐해져 간다. 매일을 술로 지새우던 때 같은 병원의 간호사이자 후배인 오민정이 다가오고, 결국 오민정과 사랑에 빠져 재혼까지 한다. 차유리는 귀신이 되어 강화와 민정의 집에 머물다시피 하며 딸 서우를 지켜본다. 그러다 자신으로 인해 서우가 귀신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유리는 깊은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해 하늘에 대고 신에게 욕을 날리고, 그 덕분인지 환생한다.
  유리는 무당인 미동댁을 찾아가 자신이 어떻게 된 건지 묻자 미동댁은 유리에게 49일 동안 자기 자리를 찾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은 유리가 49일 내에 서우가 귀신을 보지 못하게 막고, 강화의 부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는 이미 오민정의 차지가 된 지 오래다. 그리고 그 오민정은 사랑하는 강화에게 힘이 되어주고, 서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마운 사람이다. 그래서 민정의 자리를 뺏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오로지 서우가 49일 내에 더 이상 귀신을 보지 못하게 막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유리는 서우의 유치원 주방 보조 일을 하며 유치원에서 서우를 지켜보고, 서우의 하원 도우미를 하며 서우 집에 있는 귀신을 쫓아낸다.
  이 사실을 아는 절친 현정은 유리를 이해하면서도 답답한 마음이다. ‘유리야, 너 정말 시도도 안 해 보는 거야?, 정말 이승에 미련 없어?’


  줄거리만 읽어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의 난제는 오민정이다. 오민정이 불행해지면 유리가 행복해지고, 오민정이 행복해지면 유리가 불행해진다. 둘 다 행복해질 방법은 없다. 유리는 지금까지 스토리상 후자를 택하고 있다. 그만큼 민정과 강화를 생각하는 것이다.


 답답한 건 강화가 소극적 태도만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강화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래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래. 여기서 네가 뭘 더 어떻게 하니’ 하는 공감을 이끌어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강화에게 ‘너 지금 뭐하니?’ 하는 소리가 나오게끔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유리가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해도 강화의 태도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유리의 눈치를 보기도 모자랄 판에 유리가 본인과 민정의 눈치를 보게 한다. 민정에게 유리의 정체를 들킬까 두려워 하고, 친구인 근상에게 어떻게 하냐며 징징댈 뿐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하원 도우미를 하려는 유리를 말리기 전에 유리에게 서우와 함께할 시간을 줬다면 어땠을까? 서우에게 ‘널 낳아준 엄마’라고 소개는 못 시켜도 서우를 보여줄 수는 없었나? 지금까지 보여준 강화의 태도는 한때 부인이었고, 아이의 친모인 유리를 불청객으로 취급하는 수준이다. 이러니 강화가 시청자들의 눈 밖에 난 것이다.

 

  시청자로 하여금 배신감이 들게 하는 부분은 초반부만 해도 강화가 유리를 신경 쓰고, 챙겨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유리가 다시 사라질까 두려워 유리가 있는 호텔을 수차례 찾아가고, 유리에게 핸드폰과 카드를 챙겨 주고, 우선 장모님과 장인어른께 알리자며 유리를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에필로그에 유리와 강화의 달달한 연애부터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까지 보여주었다.


  이에 반해, 민정과 강화의 사이가 좋지 않음을 보여줬다. 민정은 무심한 강화에게 지쳐 진지하게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고, 친구에게 이혼을 선포하며 복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치원에 있는 다른 엄마들에게도 민정이 이혼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을 정도로 이혼 계획이 진척되어 있었다.


  그런데 중간 과정 없이 민정이 돌연 이혼 결심을 철회한다. 이혼할 거냐고 묻는 현정에게 민정은 지금까지의 결혼 생활이 지치고, 힘들어 이혼을 생각했지만, 자신이 강화를 너무 사랑한다는 걸 깨닫고, 이혼하지 않을 생각이라 말한다. 그러니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강화의 서사는 더 심각하다. 후반부가 돼서야 민정과의 서사가 드러났다. 민정은 강화가 유리가 죽고 힘들어하던 때 강화에게 위로가 되어 준다. 강화는 이런 민정에게 고마움과 애정을 느낀다. 하지만 유리에 대한 죄책감에 고백을 주저하고, 그 고민을 현정에게 털어놓는다. 당연히 여기서 현정이 강화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좋아하는 게 무슨 죄냐, 민정과 연애하고 결혼해라.’라는 말밖에 없다. 이후 강화는 민정에게 줄 꽃다발을 사고, 현정은 이를 지켜보며 강화를 응원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런 강화를 응원하기 힘들다. 되려 야유를 퍼붓고 싶어진다. 위와 같은 강화의 모습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리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 유리 절친인 현정에게 확답을 얻으러 간 것으로 보여질 뿐이다. 적어도 그 고민을 현정에게 털어놓지 않고, 근상에게만 털어 놨어도 이런 비난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스토리를 풀어낼 거였다면 애초에 민정과 강화가 서로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리고 갑자기 살아 돌아온 유리를 만나 내적으로 갈등하고, 고군분투하는 강화의 모습이 그려졌어야 했다. 그랬다면 작가가 말한 기획의도인 ‘우주의 순리, 그리고 상실의 순리를 거스른 기적 같은 일들이 과연 우리 앞에 일어날 때, 과연 그건 축복이기만 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라는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렸을 것이다. 최소한 유리와 강화가 서로 사랑했던 장면들을 가능한 한 덜어냈어야 했다.


 


  앞으로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된다면 작가의 스토리가 만족스러워서 보는 것이 아니라 대체 어떻게 이 스토리를 수습할 것인지 궁금해서 볼 것 같다. 진심으로 작가에게 왜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진행한 건지, 이 드라마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설마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게 주제는 아닐 것 아닌가.


  이 이야기가 작가가 말하는 휴먼 코미디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캐릭터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유리가 희생한 덕에 강화 가족은 더 돈독해지고, 행복했답니다.’가 과연 휴먼 코미디가 될 수 있을까? 그건 비극이지, 코미디가 아니다. 시청자들도 로맨스를 원하지 않는다. 작가가 말한 따뜻한 휴먼 코미디가 보고 싶다. 눈물은 충분히 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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