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 취준생의 23개월간 의무소방 일기
지난 일기에서는 스스로도 기특했던, 생명을 살린 경험에 관하여 썼다. 그러나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죽음 또한 존재하였다. 아마도 여러 번 자신이 지쳤음을 내비쳤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다가 그들이 죽음을 결심하고 우리가 그것을 비로소 알아챘을 때에,
어떤 날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허공의 시체를 안아 들고 내리기 위해 구급차로 우의를 가지러 간 잔상이 남은 것을 보면 아마도 비가 오던 여름이 아니었나 싶다.
현장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아니, 창밖을 보고 낙담하는 한 사람과 이제는 산사람이 아니게 된 몸이 2층과 1층, 그 사이 난간에 흔들림 없이 존재했다.
그 뒤로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상에 나치 제사를 지내는 듯하게 차려진 쌀밥 한 그릇과 물 한 그릇(컵이 아닌 밥그릇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미안하다. 그리고 지친다.'라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글씨체로 쓰인 짧은 유언의 쪽지.
나는 고인이 입고 있던 옷과 난간의 색, 약간은 꿉꿉했던 거실의 냄새와 다른 가족에게 비보를 전하던 남성의 슬픔을 눌러 담은 목소리, 그 모든 것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억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도착하였고, 현장의 공기를 사진으로 남긴 후 고인의 사체를 내렸다. 이미 사망한 지(구급대원은 사망을 선고할 수 없으나, 으레 누가 보아도 그렇게 판단되었다.) 오래된 것 같아, 따로 조치를 하지 않고 복귀하게 되었다.
돌아가는 구급차 안, 나는 그날 맞이한 새로운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뒤로도 비슷한 죽음을 마주하였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여성(현장에서 제세동기를 사용하였으나 소용이 없어 보였다.), 이미 부패가 시작되었던 강에서 건져 올린 남성,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으나 뉴스에서만 봐오던 고독사로 사망한 남성(현장의 바닥에는 고인이 쓰러진 자세 그대로 자국이 남았었다. 건물 밖까지 냄새가 심하여 코 밑에 치약을 바르고 현장을 들어갔다.)
죽음이 있던 그날들의 기억은 잊힌 듯 잠잠하다가 불현듯 한 번씩 찾아와 자신을 내게 각인시켰다. 마치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생명의 무게를 나에게 알리듯. 많은 죽음을 겪고 나니 부작용이랄까, 나는 죽음에 무뎌지게 되었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직시한 그 순간에 마음이 잔잔할 뿐, 깊은 곳에서는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