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3년 차가 시작되었습니다.

by 쓰는 사람 효주


무언가 계속 기록하는 일이 이렇게 지속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써도 써도 쓸 수 있는 이야기가 계속 생겨난다는 건지 아니면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잡글만 늘어난다는 건지요. 계속 쓰고 계시는 여러분은 어느 쪽이십니까?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이런 말이 나왔어요. 엉망인 글을 많이 많이 써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요. 정말 그럴까 궁금하기에 오늘도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쓰는 데 어떤 이유가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가끔 이유가 좀 생겼으면 좋겠단 마음이 듭니다. 그럴듯한 이유 예를 들어 '넌 써야 할 운명이었어' '삶의 의미를 글쓰기로 찾는 거지' '글쓰기야 말로 내면을 키우는 강력한 습관이잖아'이런 거창한 이유말이죠. 그런데 3년 차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저 거창한 이유에 걸맞은 느낌을 아직 가져보지 못했어요. 오히려 저는 ' 아 아직도 이모양인가? 도대체 내 글은 언제쯤 그럴듯해질까? 신데렐라에게 공주옷을 입혀준 요술할머니가 나에게도 나타나 짠하고 내 글에 공주옷을 입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통 글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이런 상념에 빠지는 날이 많습니다.


그런데 2년간 딱 한 가지 건진 건 있어요. 글 쓰는 일에 저항감이 사라졌다는 거. 10년간의 습작을 목표로 한다는 가벼운 마음이 저항감을 사라지게 한걸지도 모르지만요. 2년간 변함없이 블로그를 실행시키거나 브런치에 뜨문뜨문 글을 남기면서 " 쓰기 싫다"는 마음속 거부감이 요즘은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네요. 물론 맨 처음 1년간은 수시로 찾아오는 거부감과 멈춤에 힘들었지만요. 어느 순간부터 제 머릿속과 제 손은 그래 맘대로 해봐 하는 심정으로 저에게 항복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작품을 꾸준히 써내시는 작가님들을 보면 가끔씩 쓰고 싶지 않은 열병이 찾아오신다고 하던데요. 저는 그런 훌륭한 작품을 써낼 욕심이 크게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려구요.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40년간 소설을 쓰면서 단 한 번도 슬럼프를 겪지 않았다고 했어요. 비결은 매일 쓰는 습관의 힘이라고 하셨죠. 그런데 그분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하루의 루틴을 변함없이 유지하시는 분이시라 아마도 그 루틴을 지켜내는 힘이 슬럼프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는 강력한 방어막이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훌륭한 작품을 쓸 욕심이 없다고 해놓고 마지막 하루키를 소환시킨 건 무슨 마음인 건지. 내 마음 나도 모르겠어서.....


3년 차의 글쓰기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많이 써보려고 합니다. 결국 내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서요. 누군가 써 놓은 책을 열심히 읽고 리뷰를 남기는 것도 나쁘진 않았어요. 일단 책의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 힘들었었는데 나름 비법을 찾아낸 것도 있고요. 그들이 전해주는 주옥같은 문장을 가져와 내 것인 것 마냥 흉내내기도 했고요. 베껴쓰기를 통해 제 글솜씨도 조금은 아주 쬐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설레발도 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래도 저는 제 이야기를 좀 진중하게 혹은 재밌게 풀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이제부터 쓸쓸 연습해 가려고 합니다. 3년 차 글쓰기를 채워줄 저의 일상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너무 평범하고 지루해서 이게 뭐냐.. 싶은 이야기로 채워질지도 모르지만요. 근데요 보니까 제 글을 다시 읽을 때 가장 재밌어하는 사람도 저고 가장 지루해하는 사람도 저더라구요. 생각보다 나의 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더이다. 물론 쓰고 나서 바로는 아니구요. 시간을 오래 두고 다시 읽었을 때요. 어쩔 땐 우와 이거 내가 쓴 거 맞아? 하며 기뻐할 때도 있구요. 아고 뭐 이렇게 아무렇게나 생각 없이 썼냐? 할 때도 있었어요. 게다가 블로그 이웃분들의 반응 역시 비슷했어요. 제가 잘 쓴 것 같은 글엔 댓글과 공감이 많더라구요.


해서 3년 차 글쓰기는 이렇게 어이질 예정입니다. 한해 한해 가는 게 아쉽기보다는 3년 4년 5년 이렇게 지나서 10년 차 글쓰기가 시작되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는 날을 소풍 기다리듯이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그때쯤엔 10년 차의 기록과 틈틈이 발행한 에세이집으로 저에게 또 쓸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가 넘처나길 소망합니다.


좋은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채우는 삶. 글쓰기는 그런 삶에 최적화된 활동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