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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이 있는 일상 Dec 13. 2023

난 그게 더 맞다고 생각하는 데..

음악과 문학이 우리를 연결시켜주길.

"엄마 butterfies는 왜 y를 없애고 ies를 쓴 거야? 그냥 butterfys라고 해도 되잖아. "


" 아니 1번도 맞는 말인데, 왜 1번이 틀렸다는 건데? 난 그게 더 맞는 말 같다고!"


" 내가 알아서 할게, 내버려 둬"

사춘기의 문턱에 서 있는 둘째는 작은 일에도 자기주장을 펼친다. 알파세대의 특징도 한 몫하는데 문제의 답을 찾을 때마다 출제자가 원하는 답을 찾지 않고  자기가 더 옳다고 여기는 것을 답으로 정한다. 그리고 정답을 알려줘도 그것이 왜 정답인지 납득하기 어려워할 때가 있다. 영어단어의 변화에도 꼬투리를 잡는다. y에 바로 s를 쓰면 간단할 일을 왜 굳이 ies를 붙이는 건지.  합당한 이유나 논리적인 설명이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을 품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세상이 온통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둘째를 보면서 나는 이 애를 어찌하면 좋을까....... 늘 고민하고 걱정한다.


그런데 알파세대인 아이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세계가 확실한 아이들은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나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함 같은 게 별로 없어 보인다. 팬데믹을 겪으며 안으로 안으로 칩거했던 아이들. 친구나 선생님보다 미디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아이들은 반드시 채워져야 할 부분이 비어 있는 듯하다. '의학, 공학, 훼손'과 같은 말들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 정도로 어휘력이 약하고 미디어에 노출된 시간이 많으니 욕설이나 은어를 생활어처럼 사용한다. 자기애가 너무 강해 선생님의 지도에 잘 따르지 않는다. 같은 학년에 다른 반 아이 중 한 명은 선생님께 꾸중을 심하게 들었는지 곧바로 교장실로 찾아갔다고 한다. 담임선생님은  이후로 학교를 그만두셨는지 아니면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난 건지 잘 모르지만 더 이상 그 반을 지도하지 않는 건 확실하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아이에게 휘둘리는 엄마들이 부모의 권위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모르겠단  어려움을 토로한다. 세상의 중심이 된 이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할 시대가 무척이나 걱정이다.


부모의 노력만으로 아이가 잘 성정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새록새록 깨닫는다. 아이는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배우지만, 성장과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또 다른 세계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한다. 그러기에 세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티비도 라디오도 없는 산골짜기 시골 풍경을 경험한 나와 온갖 미디어가 즐비한 세상에 태어난 아이 사이의 간극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커 보인다. 그래도 가끔 우리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곤 하는데 노래가 그것이다. 차로 함께 이동할 때마다 들려주는 90년대 발라드와 댄스곡들은 아이들도 좋아한다. 토이와 전람회 노래를 따라 부르며 그때의 감성을 경험하고 DJ DOS의 신나는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든다.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즐거워한다.  


음악과 글이 우리를 연결시켜 주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기를 고대해 본다. 해서 문학과 음악 시간이 아이들 학교 시간표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배웠던 노래와 우리가 읽었던 책을 똑같이 읽으며 경험하는 모든 감정과 생각이 우리 사이의 간극을 조금은 메워주지 않을까? 걷기의 인문학에 리베카 솔닛은 이렇게 말했다.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어떤 중요한 일을 똑같이 따라 한다는 것이다. 같은 공간을 같은 방식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같은 생각을 하는 방법, 같은 사람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같은 길을 걷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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