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도 실력입니다.
난 흔한 공대생이지만, 나에겐 남들이 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면접 진행요원'
매년 전국에서 대기업 면접을 보러 오는 수백 명의 대학생과 기 졸업한 취업준비생들의 1차, 2차 그리고 최종면접 진행을 도와주는 업무를 지난 몇 년 간 해왔다.
회사일을 하다 보면 같은 일을 계속하기에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1년 중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날이 바로 '신입사원 채용 면접지원' 날이다. 그간 면접 진행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과, 그리고 서류전형(자소서, 인적성)을 통과한 면접을 앞둔 지원자들이 알아두면 좋은 내용을 꺼내어 보려 한다.
우선 취업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부터 하겠다.
1. 대기실에 기다리고 있을 때
당연한 이야기지만, 면접장에 와서도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지고 있던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거나, 근처에서 큰 소리로 통화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추후 면접 점수 산정 시 마이너스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확인하고 조심했으면 좋겠다. 그간 쌓아온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 이외는 일반적인 행동에는 크게 제약은 없다.
2. 지원자 호명 시 (면접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지원자 차례가 되어 이름이 불려도, 곧바로 면접장으로 들어가진 않는다. 병원에 가면 진료실 바로 앞에 간이 의자에 잠시 앉아있는 것처럼, 원활한 지원자 로테이션을 위해 면접장소 앞에 미리 잠깐 앉아 대기시간을 갖는다. 이때를 잘 활용해라. 혹시 구두끈이 풀려 있진 않은지, 넥타이가 삐뚤어져 있진 않는지, 혹시 정장 칼라가 제대로 접혀 있는지. 간혹 구두끈이 풀려있는 지원자와, 와이셔츠가 벨트 밖으로 나온 지원자가 매년 꾸준히 존재한다. 아무리 면접을 잘 봤어도, 첫인상에 '꼼꼼하지 못한 친구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3. 면접관이 3명이면 '가운데' 면접관이 결정권 자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을 잘 모르는 지원자들이 많다. 회사는 여전히 계급사회다. 회사 임원, 부장, 차장이 면접관으로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자. 회사의 임원은 당연히 센터에 앉을 것이고, 지원자가 나간 후, 가운에 앉은 임원이 '저 친구, 말도 잘하고 똑 부러졌네!'라고 한마디 하면 양쪽에 앉아있던 부장, 차장도 어쩔 수 없이 그 흐름에 탈 수밖에 없다. (부장, 차장은 해당 지원자를 좋지 않게 봤다 한들 대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 가운데 사람만 쳐다봐야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2:3:2 비율 정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간혹 4~5명의 면접관이 앉아있는 경우도 있다. 당황하지 마라. 분명 가운데 혹은 그 주변이 결정권 자이며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에 집중해라.
4. 면접은 사람 대 사람이 만나 대화하는 곳이다.
인적성처럼 머리를 책상에 박고 문제만 푸는 것이다 아니다. 대화를 할 때, 자연스러운 손동작과 제스처는 나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 매우 좋다. 너무 큰 손동작은 오히려 부담스럽다. 내 앞에 농구공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고, 그 크기만큼 손을 조금씩 움직여 가면서 대화해라. 다만 모든 질문과 대답에 손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면접관이 질문하고 있는 경우, 면접관을 쳐다보면서 가볍게 끄덕임을 계속하는 것도 매우 좋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면,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질문을 잘 듣고 있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당연히 좋은 점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5. 절대 울지 마라.
기업에 따라서, 그리고 매년 내려오는 인사채용 지침에 따라서 '압박면접'이 될 수도 있고 '편한 대화 형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전자든 후자든, 면접을 하면서 울고 나오는 지원자들을 많이 봤다. 절대 울지 마라. 우는 순간 탈락이다.
면접관 입장에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오늘 지원자들을 울리려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일까?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 나의 프로젝트 경험, 봉사활동, 개인적인 힘든 시기들을 면접장에서 말하면서 복에 받쳐 울 수도 있고, 무서운 면접관이 계속 나의 대답을 파고들어 당황하게 만들어도 절대로 감정을 쉽게 드러내면서 울지 마라. 최소한 면접장에서는 감정 조절이 필요하다.
6. 내 이야기만을 하지 마라.
면접관들의 평가지를 보면, 결국 평가 포인트는 그 지원한 회사의 '인재상'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 이다. 면접관이 하는 질문은 결국 '너의 이야기와 그간 겪은 경험들이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과 부합'하는지를 묻는 과정이다. 만약 어떤 회사의 인재상이 '열정과 도전'이라면 나의 대답은 반드시
'이런, 저런 경험 -> 무엇을 겪었고 -> 열정적으로 했고, 굉장한 도전이었고 -> xx회사에서 어떤(특정한)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로 끝나야 한다.
(JOBKOREA 그래프에 15.1% 와 13.2%에 해당하는 도전정신과 입사 열정은 '인재상'과는 무관한 단순한 도전정신과 열정이니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언어 시간에 지문 해석하면서 결국 글의 요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동일하다. 자기소개서도 그렇고 면접의 질문도 굉장히 뻔하다. '프로젝트나 어떤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말해보라'라는 질문은 너의 단순한 경험을 묻는 게 아니고 '그 경험이 우리 회사의 인재상과 결부되어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겠니?'라는 말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면접 진행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부분을 말하고자 한다.
면접을 통해서 뽑는 지원자는 가장 우수한 사람을 뽑는 것이다. 우수하다는 말은, 우리 회사에 가장 적합하다는 말이지 절대적으로 똑똑한 사람을 뽑는 것이 결코 아니다. 즉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이렇게 생겼으니 거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따라서 누가 봐도 성적 좋고, 대답 척척 잘하더라도 면접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탈락했더라도 낙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면접장에 들어가기 직전에 바로 앞에 서 있는 나 같은 면접 진행요원들을 본다면, 반드시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길 원한다. 분위기가 어떤지, 어떤 분들이 앉아 계시는지, 팁을 알려줄 순 없는지. 그분들은 정말로 매우 친절히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지원자들에게 최대한 알려주려고 할 것이다. 미리 그것들을 머릿속에 갖고 들어가길 바란다. 합격에 반칙은 없다.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이다. 그 정보들을 최대한 활용하길 바란다.
글을 마무리하며
자신이 소위 말해 '열정'적이고 '도전'적이며 '진취'적이고 '글로벌'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취업하고 싶으면 그런 사람인 척은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소한 면접장에서 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