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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물고기 Jun 04. 2024

챗 GPT는 부자가 된 느낌을 이해할까?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 사이

오늘처럼 이렇게 책상 위에 꽤나 많은 꽃들이 차지하고 있을 때면 나는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싱그러움과 향기를 온전히 들이마시며 내가 충만히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 그 순간만은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 AI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영역의 감정이랄까.

챗 GPT(무려 GPT-4o 버전)에게 부유함에 대해 한번 물어보았더니, “재정적 부와, 풍부한 자원, 생활의 질, 풍부한 경험, 감정적이거나 영적 충족을 포함할 수 있는 다면적인 개념”이라고 깔끔하게 요약을 해주면서 “그 정의는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적 규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논란까지 비껴가도록 얄밉게 덧붙인다.


그래. 모두가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과연 챗 GPT가 책상 위의 꽃과 부유함의 감정의 상관관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위의 문단까지의 내 글을 보여주며 꼬치꼬치 캐 물으니 "꽃이 부유함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꽃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며, 책상 위에 꽃이 피어있다면 그 자리는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곳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이는 부유함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며 이렇게 재빠르게 태세를 전환하기도 했다. 이런 사소한 것만 봐도 분명히 엄청나게 영악한 무생물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정말 “이해”를 하고 답이나 한 것일까? 나의 글을 업로드하고 내용의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그야말로 단 몇 초 만에, 하기처럼 설명까지 덧붙이며 “뚝딱” 바로 만들어왔다. GPT-4o는 이미지 생성 AI의 대표 주자인 미드저니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이미지 생성의 속도가 빨라서 놀라울 지경이었다. 심지어 나는 어떤 프롬프트도 고심해서 입력한 것이 없고, 단지 줄글과 문단으로 이루어진 나의 글을 텍스트로 업로드했을 뿐이었다.

어떤가? 매우 예술적인 버전으로 뽑히긴 했지만, 이제 텍스트 위주의 내 컨텐츠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했던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선택하는 데에 별로 고민을 하거나 시간을 투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는 충분할 것 같다. 아마 나는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컨텐츠 스토리텔링의 퀄리티에 조금 신경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직접 구도를 잡아 여러 각도에서 공들여 찍고, 필터를 여기저기 걸어보고 명도와 채도를 조절하여 직찍 사진의 이미지를 여태 같이 올리긴 했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비슷하게 적당한 이미지가 있어 쉽게 같이 활용했더라도 나의 글이 크게 다르게 읽혔을 것 같지는 않다. 이제 AI는 “빠르고 쉽게” 내가 필요하지만 크게 공들일 필요까지는 없는 부분을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나의 질문 “과연 AI가 감정적인 요소를 이해는 하는 것인가?”에 대한 나의 잠정적인 결론을 말한다면, GPT-4o (이 버전부터는 공식적으로 앱 이름을 ‘챗GPT’ 대신 ‘Chat & Ask AI’로 기존 앱과 분리했다)는 인간의 정교한 ’감정‘이나 ’느낌‘ 같은 것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히 나름의 이론적인 프레임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단서들을 기반으로 최대한 표현하려는 것 같다. 매시간, 아니 매초 단위로 진화하고 있는 이 무서운 속도라면, 언젠가 정말 머지않아 우리가 깜빡 속을 정도로 ‘이해한 시늉’을 완벽히 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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