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관점
챗GPT로 인해 부쩍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AI, 특히 생성형 AI가 최근 몇 년 새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깊숙이 스며들며 여기저기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기술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창작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그 낯섦에 혼란을 겪었고, 그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두려워했다. 그러나 매번 우리가 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비로소 그것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줄 가능성의 도구로 인정받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AI도 모르겠고, 생성형 AI는 더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인구가 여전히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최근 집중적으로 각종 도구들을 사용해 보면서 느낀 나만의 정의와 해석을 한 번 정리해서 풀어볼까 한다.
1. 누군가에게는 계산기, 누군가에게는 현란한 엑셀
AI라는 글자가 붙은 것이 막연히 두렵고 거부감부터 사람들에게 들어주고 싶은 비유가 있다. 당신이 산수를 배웠다면 손으로도 얼마든지 계산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를, 계산기를 이용한다면 단 1초 만에 풀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산수를 직접 하는 방식을 쓴다면, 손으로 펜을 쥐고 종이에 쓰면서 두뇌가 더 발달하고, 그 걸리는 시간의 레트로한 감성, 그리고 그 결과가 도출되기까지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기다림의 설렘과 뿌듯한 성취감까지 기대할 수 있는데, 계산기를 쓰면 그 모든 것을 모조리 빼앗기는 거라고!"라며 반박할 수도 있다. 그것은 다른 측면에서 분명히 일견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을 인생에서 중요시한다면, 그렇게 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 역시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계산기가 등장하기 전,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손으로 계산을 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누구도 웬만해서는 굳이 직접 계산을 하지 않는 속도의 시대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계산을 하는 법을 아예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접 계산을 할 줄도 알기에 계산기가 제대로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고, 나아가 더 복잡한 수식과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엑셀을 쓸 때에 검증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계산기의 더 발전된 버전인 엑셀이라고 문제를 ‘알아서’ 찾아 풀어주지는 않는다. 내가 풀고 싶은 데이터 셋을 설정하고, 풀고 싶은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면 그때 최적의 해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AI는 계산기처럼 우리가 던진 질문에 빠르게 답을 내놓고, 우리가 상상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엑셀이 그렇듯이, AI는 우리의 능력을 대신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 어떤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은지는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AI는 그저 그 과정을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엑셀로 데이터 분석을 하고,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그 안에서 숨겨진 인사이트를 발견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엑셀을 단순한 계산기로만 쓴다. 생성형 AI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이 도구를 이용해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반면에, 누군가는 여전히 이 기술을 낯설고 두렵게만 느낄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우리가 이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 그리고 이 기술과 함께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이다. 마치 계산기나 엑셀이 우리의 두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AI와 함께 더 많은 가능성을 탐구하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계산기가 수학적 사고를 빼앗아간 것이 아니듯, 생성형 AI도 우리의 창의성을 빼앗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고유한 감성과 창의력은 더 빛나게 될 것이다.
2. 생산성 향상의 도구 이상의 '생성형' AI
생성형 AI는 단지 단순히 해야 하는 일의 속도를 빠르게 해 주거나 귀찮은 자잘한 일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주는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AI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확장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장을 열고 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우리가 그려내지 못했던 형태로, 그리고 우리가 써 내려가지 못했던 이야기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데에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잘 모르지만 엄청날 것 같은 미지의 것에 대해서, 인간은 외부 환경에 대응을 하면서 생존을 하기 위한 본능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설계되어 있다.
마치 종이와 펜이 시인에게, 캔버스와 붓이 화가에게 그들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게 해 주었다가 이제는 각종 디지털 도구가 그것들을 대체하거나 추가하게 된 것처럼, 생성형 AI는 이제 또 다른 결의 새로운 창작의 도구가 되고 있다. AI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음악을 작곡하고, 보지 못했던 풍경을 그리며,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인간이 그 시작을 열어주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생성형 AI는 사람의 영감을 모방하는 것뿐 아니라, 반대로 인간의 영감을 촉발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시인이 한 구절의 시를 쓸 때, 그 구절이 단지 단어들의 나열이 아닌 그 너머의 의미와 감정을 담아내는 것처럼, AI가 만들어낸 작품도 우리가 부여하는 해석과 맥락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현한다. 우리는 AI가 만들어낸 무수한 가능성의 세계 속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아티스트가 새로운 스타일을 탐구할 때, AI는 그들이 상상하지 못한 색의 조합을 제시하거나, 신기한 형태의 변주를 제안할 수 있다. 소설가가 새로운 스토리를 구상할 때, AI의 설정 배경과 인물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사건의 전개를 만들어내어 더욱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다. 이렇듯 누군가에게는 이미 생성형 AI가 단순히 하나의 도구가 아닌 창의적인 협업자(Collaborator)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이 사람의 감성과 혼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예술과 창작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한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창작의 경계가 확장되고, 인간의 창작 또한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받게 되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상상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생성형 AI는 '생산성'을 넘어선 '창의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삶을 많이 변화시킬 것이며, 변화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목도된다. 기술은 생산성을 높여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을 선물하는 동시에, 창의성을 자극하며 우리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이 두 요소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진화해 나갈 것이므로 우리는 이제 이 두 가지 가능성을 포용하고, AI와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AI는 우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함께 실현할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AI가 펼쳐 보이는 수많은 가능성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방식으로 의미를 찾고, 우리의 손으로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창의적인 상상력과 생산적인 현실이 서로 어우러질 때 인간은 더 높은 수준의 자유를 만끽하는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