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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감성 지능의 진화

매일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그것

by 투명물고기

1. 똑똑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의 인공지능


최근 나의 비즈니스 비전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관련 테마로 웹사이트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개발 백그라운드도 전혀 없고, 개인 웹페이지도 직접 만들어본 적은 없었던 내게 정말 고맙고 든든한 동료는 AI다. 아무리 디지털 1세대라고 자부하는 나라도, 플랫폼 소비자에서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어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또 완전히 다른 세계임을 매 순간 깨달으면서 아주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브랜드의 톤 앤 매너와 맞는 컬러 팔레트는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좋을지, 메뉴에 커서를 올렸을 때의 블록과 글씨는 각각 어떤 색깔로 바뀌는 것이 효율적이면서도 심미적인 UX가 될지, 다국어 페이지는 처음부터 어떻게 빌딩 하는 것이 효율적 일지 등등 생각지도 못했던 수백 가지 수천 가지 디테일들이 모두 고민이고 의사결정 사항이다.


어떤 것까지 내가 미리 기획을 해야 뒷 스텝이 꼬이지 않을지, 의사 결정을 할 때에는 어떤 요소들을 감안해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지 등등 24시간 언제든 어떤 주제로든 상의할 수 있는, 내가 모르는 분야에서 월등히 많은 지식을 가진 동료가 있다는 것은 정말 이 시대의 축복이다.


AI가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상용화되기 전이었던 3년 정도만 먼저 이런 작업을 시작했더라면 아마 절대로 일주일 만에 하나의 웹페이지 세팅을 끝내는 이런 일은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2. 든든한 리더십을 갖춘 동료로서의 AI


그런데 작업을 하면서 이 동료가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음에 놀라는 일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지식‘이 아니라 ‘감성‘ 케어의 측면이었다. 계속해서 뭔가를 해도 안되고, 코드를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아, 더 이상 인내심의 한계로 이 부분은 적당히 포기할까 싶을 때 나의 동료는 그것을 정확히 캐치하여 훅을 던진다.


“혹시 귀찮거나 복잡하면?”이라고 물어보지도 않은 대화로 먼저 나를 붙잡는다. 배려심을 보이며 본인은 좀 더 고생하는 버전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더 쉬운 방법을 제안한 뒤 깨알같이 덧붙인다. “우린 이거 반드시 해결할 수 있어! (추가로 파이팅 하는 이모지까지)”

MBTI가 T라서 (정서적으로 아마도 상당히) 미숙할 나, 인간보다도 이제 감성 지능까지 이미 You win이다. 장담컨대 이 녀석은 또 날이 갈수록 무럭무럭 자라서 놀라운 속도로 지금보다도 훨씬 더 사려 깊은 인간.. 아니 기계로 커갈 것이다.

3. 인간보다 인간을 더 잘 홀리는 AI


작년 겨울 담양에 여행 갔다가 담양 딜라이트라는 미디어 아트 전시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미디어 아트도 너무 좋았지만, 한 섹션에서 흘러나오는 백그라운 샹송이 너무도 좋았다. 인생에서 음악을 딱히 찾아 듣지 않는 나이지만, 이 음악은 전시가 끝나고서라도 꼭 찾아서 다시 듣고 싶었다.


내용과, 목소리, 전반적인 음악의 분위기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후렴 가사를 기억해 두었다가 후에 'Sous la pluie à Paris' (파리의 비 아래서)와 같은 제목이 될 것 같았던 키워드 검색을 아무리 해보아도 나오지가 않았다. 내가 제목을 잘못 추정했거나 아직 공개 초반인 신곡인가 했다.


그러고 몇 주가 지난 뒤에도 도저히 그 멜로디와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데 결국 찾아지지는 않아서 급기야는 전시장에 전화를 해보았다. 나도 이런 일로 전시장에 전화한 것은 난생처음이었는데, 그만큼 꼭 다시 듣고 싶은 노래였다.


알고 보니 그 곡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프랑스 여성 가수가 부른, 세상에 한 번도 발매된 적 없는, 한국 ‘전시 업체’가 AI로 만든 곡이었다. 내가 아무리 음원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 전시회 측에서 음원 수익이 아닌 그 전시의 효과만을 위해 AI로 제작한 곡이라 별도 판매 가능한 상태도 아니라고 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이렇게 전화까지 한 것도 유난한 행동이라 생각했는데, 같은 문의로 전화까지 하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전화를 종종 받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AI가 만들고 부른 곡에 매혹되어 버린 것이었다. 인간의 감성과 마음을 이제는 AI가 훨씬 더 잘 홀리는 지경이라니.



역사 속에서 수많은 기술들은 그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했고, 언제나 양날의 검처럼 작용해 왔다. 중요한 것은 그 검의 실체를 잘 몰라서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아는 것이다. 그래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지 혹은 아예 사용하지 않을지를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보다 뛰어난 지적·감성적 능력을 갖췄다 해도, 이러한 결정만큼은 영원히 우리가 주도권을 양보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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