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국이라는 말 너무 좋다.
우정사업본부 이 단어는 마치 마치 연애사업 잘 돼가냐 하는 철 지난 말투와 같은 맥락으로 친구 사이의 우정사업을 중요 과제로 생각하는 우정 수호 지하 비밀 본부 같은 것이 존재한다면..! 하는 허무맹랑한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든다.
편지로 오갔을 수많을 우정을 생각한다면 아주 말도 안 되는 생각도 아니지 않을까.
오늘 같이 더운 날 우체국을 갔다가 어린 시절 집배원 아저씨에 대한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 집에 편지 배달을 해주던 집배원 아저씨는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았지만, 항상 보는 얼굴이었으므로 친근하다고 느낄만한 주변 어른이었다. 그 당시는 편지를 받으면 확실히 받았습니다 하는 확인 도장을 수신인이 찍어야 하는 절차가 있었는데, 나의 부모님은 작은 슈퍼를 운영하느라 항상 집을 비웠다. 그리고 나는 알림장은 제대로 써본 기억도 없는 준비물 안 챙기기 만큼은 자신 있던 초등학생이었기에, 도장을 잘 챙겨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사용했을 리 만무하다. 그러면 아저씨가 도장 좀 가져와라 하면 법석을 떨며 한참을 뒤적거리며 가뜩이나 바쁜 아저씨를 오래도록 붙들어 놓으니 결국은 되었다 하시면서 내 엄지에 빨간 인주를 꾹 묻혀 지장을 찍는다. 아저씨가 도장 좀 잘 챙기라고 핀잔을 줬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항상 도장 어딨는지 몰라요!라고 말하곤 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중 한 번은 아저씨가 물 한 잔 주겠느냐 부탁했다. 간단한 부탁이지만 나는 그게 정말로 좋았다.
내가 어른을 도울 수 있다. 매일 우리에게 편지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아저씨에게 나도 뭔가 보답을 할 수 있다!
별것 아닌 물 한 잔 부탁에 어린 나의 마음은 콩닥콩닥 뛰어 실제로도 부엌으로 뛰어들어가 신나게 가져다 드렸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켜던 아저씨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나의 마음속 작고 또렷한 뿌듯함이 되었다. 그 후로도 별다른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우리 집 사정이 아주 어려워져 빚 독촉 편지나 압류 경고장 등을 전해줄 때 걱정 담긴 말투와 목소리로 부모님 꼭 전해주거라 라고 당부해 주기도 했다. 집을 이사 한 후로 당연하게도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아무도 편지를 부치기 위해 우체국에 가지 않고 빨간 우체통은 쓰레기통 급으로 전락한 이 시대에 어린 시절 편지를 받은 후 빨갛게 흔적이 남던 손가락이 문득 생각난다.
아저씨 잘 지내시려나.
수고해 주시는 배달부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말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202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