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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Mar 29. 2019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

당신이 생각하는 인천은 어떤 도시인가요?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

재작년 이맘때,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이란 책을 독립출판했습니다. 

커피에 특별히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맛집에 간다고 카메라부터 내미는 취향은 아니었어요.

그저 작은 불편한 반항심이 출판의 가장 큰 동인이었죠.


나는 인천에 사는데 출근할 때로 모자라 왜 놀 때까지 서울로 멀리 나가야 하지?
지하철에 자리도 좁은데...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꽤 멋지게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그리고 동네만의 색깔을 내며 자리 잡고 있는 공간을 소개하자. 그 생각이 어느새 구체화되어 송도와 동인천부터 영종도, 강화도까지 서른 개의 카페를 인터뷰해 책으로 펴내는 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주변에서는 '요새 블로그나 인스타만 열어도 맛집 얘기가 수두룩한데 누가 그걸 책으로 사겠어?' 하는 얘기들을 해오니, 의연한 채 하면서도 내심 걱정도 되었습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을 가지고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했습니다. 다행히도 저와 같은 고민과 욕구를 가진 분들은 적지 않았던 것 같아요.

277명의 후원자분들이 함께했던 텀블벅 프로젝트

출간 이후 입고한 서점들과 참여했던 마켓들에서도 감사하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책에 소개했던 몇몇 카페는 사라지거나 이전하기도, 그리고 모습을 크게 바꾸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관공서나 사설업체에서도 인천의 맛집이나 카페를 소개하는 책이 하나둘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 책이 나오기 전 친구의 우려처럼 그저 인스타나 블로그에서도 확인 가능한 맛집 정보를 싣는 책이었다면, 제 책의 효용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단순히 대표 메뉴,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을 넘어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고야 알 수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2년이 아닌 더 많은 세월이 흘러도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아래는 실제 책의 첫 장을 채웠던 '여는글'입니다. 


인천에 삽니다. 하지만 인천을 잘 몰랐습니다. 학교도 회사도 서울로 향했고 인천의 동쪽 끄트머리에 살고 있던 저에게 인천은 그저 몸을 누이러 오는 곳에 지나지 않았죠. 여느 때처럼 숨 막히는 용산행 급행열차에 오르던 출근길에 우연히 반대편 플랫폼의 인천행 열차를 보게 되었습니다. 널널하게 앉아있는 사람들. 왜 우리는 우리의 터전이 아닌 서울로만 향할까. 그 작은 의문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에는 멋진 공간이 참 많습니다. 서울사람은 물론 각지에서 ‘핫플레이스’를 찾아 서울을 찾습니다. 한편 우리는 일상을 떠나 휴식을 원할 때면 여행의 도시 제주를 떠올리곤 합니다. 제주의 숨은 명소를 찾아서라면 비행기를 타고 시골 구석구석을 누비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인천은 어떤가요? 누군가는 ‘마계인천’을 떠올리셨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인천공항, 월미도 바이킹, 차이나타운? 혹은 삼둥이네 동네? 그런데 저도 잘 몰랐던 인천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과 달리 유적지나 자연이 아닌 카페를 중심으로 여행계획을 세웁니다. 카페투어라는 말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단어가 되었죠. 카페에서는 그 지역의 자연스러운 색채가 묻어납니다. 인천의 카페들은 모두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인천을 살아가며 그곳에 자리잡은 저마다의 이유를 품었습니다. 그런 인천의 카페들을 하나하나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는 서울에서도 제주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인천만의 매력들이 숨어있었습니다.


인천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도시입니다. 개화기의 풍경을 간직한 동인천뿐만 아니라 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구도심 지역, 대규모 공단지역, 한적한 자연의 섬 지역, 인천 최대의 번화가 구월동, 미래도시의 모습을 품은 청라와 송도신도시까지. 책에는 한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인천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책에 소개된 카페는 제각기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모든 카페가 여러분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분명 각자의 취향에 맞는 하나 이상의 ‘최애카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텀블벅을 통해 각양각색의 분들이 책에 후원해주셨습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인천에 살면서도 근사한 약속에는 서울로 향하던 인처너인가요? 아니면 서울의 핫플을 모두 섭렵해 새로운 공간을 찾는 힙스터이실지도 모르겠어요. 인천여행을 준비하고 계시거나 언젠가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가슴 한켠에 담아두신 분일 수도 있겠네요. 각자의 이유를 모두 헤아릴 수는 없지만 아무쪼록 이 책이 책꽂이에 자리만 차지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이길 바랍니다. 그럼, 책장을 넘겨주세요! 


이종범,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스펙타클프로젝트, 2017),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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