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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상 Mar 12. 2019

인생은 멀리서 보면 시트콤이다

대 2병을 이겨내는 나만의 매우 간단한 솔루션

  “네 인생 진짜 시트콤 같아”라는 말을 친구들에게서 종종 듣는다. SNS에서 ‘인생이 시트콤 같은 사람들의 특징은 재밌게 산다기보다는 X 같은 인생을 재밌게 말하는 거다’란 글을 봤는데 되게 공감 가는 글이었다. 최근에 지역 아동 센터에서 멘토 활동을 하면서도 X 같은 상황이 많았다. 7살짜리 아이가 깻잎 만지던 손으로 내 머리채를 잡아 흔든 적도 있었고 내가 쉬는 꼴을 못 보겠는지 나에게 쉬지 말고 엑셀 작업 좀 해달라던 원장님께 나도 모르게 "괜찮아요"라고 하며 손사래 친 적도 있었다. 이 얘기들을 들은 친구들은 또 내 인생은 시트콤이라고 했다. 남들에게는 다큐일 수도 있는 정말 뭐 같은 상황을 시트콤의 한 회로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내 능력이다. 시트콤 속 등장인물들이 딱 그렇다. 뭐 같은 상황에도 단순함을 무기로 삼아 이겨낸다. 그런 점에서 난 내 인생이 시트콤 같다는 말이 듣기 좋다.



하이킥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지붕 뚫고 하이킥'

  불과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나는 정말 무기력한 상태에 있었다. 내 미래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기분이 드는 게 딱 ‘대 2병’의 증상이었다. 심지어 아빠 회사도 잡음이 많아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아빠 회사 이름만 떠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현재도 불안하고 미래는 더 불안한 상황에서 나라고 대 2병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환자 생활을 했다. 자취방 병상(?)에 누워 지내며 유튜브로 하이킥 시리즈들을 보는 게 몇 안 되는 낙이었다. 


  많은 웃음 포인트 중 하이킥의 주인공들이 가진 상황 대처능력에 유쾌함을 느꼈다. 나랑 결코 다르지 않은 상황들이었다. 입시 스트레스, 취업난, 사업 실패, 사랑 문제 등 지극히 평범했다. 그러나 여느 드라마처럼 신데렐라 신드롬을 일으킬 부잣집 남자가 나타나지도 않고 남자가 일확천금의 기회를 갖지도 않았다. 이리저리 치여 울다가도 웃으면서 상황을 가볍게 만드는 모습들은 시트콤에서만 볼 수 있는 그들의 대처 능력이었다. 저 인물들과 다르게 ‘나는 왜 혼자서 이렇게 무기력해져서 우울감에 젖어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도 시트콤에서의 한 부분일 거라는 생각은 신기하게 내 병을 고쳐줬다. 너무 단순한 건가 싶을 정도였지만 평소 사람들이 말하던 대로 시트콤 같은 내 인생에서 나 혼자 누아르 감성의 주인공 인척 했던 것이다. 

 


  몇 년 전에 대학에 다 떨어지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때도 나한테 와서 “그냥 학교 가지 말고 엄마랑 놀자”라고 했던 엄마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피식하고 웃었던 적이 있다. 생각보다 상황은 단순하고 얼마든지 희극으로 보일 수 있다. 힘들고 눈물 나는 상황들에서 시트콤처럼 사는 건 내 삶을 지켜주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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