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석 있나요?
나는 모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들끼리의 모임이라 해도 그 구성원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 가고 싶지 않은 맘부터 살짝 들어서 항상 약속을 잡기 전 “누구누구 모여?”를 습관적으로 물어본다. 모임에 맞는 적정 인원량 같은 게 있어서 그 적정치(3~4명)를 초과하면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학교에서의 모임은 주로 교수님이 주신 팀플 과제를 위한 모임이 대부분이었다. 모임이 불편했던 이유는 보이지 않는 서열정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몇 살이세요? 몇 학번이세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하며 대답에 대한 반응은 항상 본인이 예상한 학번이나 나이랑 달라서 놀래거나 아니면 그냥 수긍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책방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계획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을 연다. 사실 예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학교 시간표랑 안 맞기도 했었고 솔직히 계속 미루기만 해왔다. 그러다 지난겨울 방학이었던 2월 처음으로 글쓰기 모임에 발을 들였다. 약간 떨리는 맘을 갖고 문을 두드렸던 것 같다. 3주간 1시간씩 글을 쓰고 30분씩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지는 형식이었다. 마지막까지 꾸준히 나왔던 개근 3명만이 남았지만 처음만 해도 거의 6명 정도의 인원이었다. 그렇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수치가 생판 처음 만나는 구성원들로 이미 초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약간의 호기심과 또 약간의 두려움이 혼합되어있는 쌀쌀한 기류를 느꼈지만 3주의 끝자락에서는 그 기류의 온도가 완전히 올라가 딱 나에게 포근함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줬다. 그 공간에서의 즐거움이 끝난다는 게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그리고 현재도 계속해서 책방에서의 모임들을 찾아보며 이것저것 참여해보며 즐기는 중이다.
그 기류의 변화는 어디에서 왔을까? 보통의 자기소개는 “안녕하세요, 몇 살 어디 사는 누구입니다.”로 시작하는데 이 공간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소개에서는 왜 여길 오게 됐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가 담겨야 했다. “저는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글로 한 번 써보고 싶어서 왔습니다.”라는 나의 간략한 소개에는 내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앞에 앉아있었다. 서로의 스토리를 궁금해하고 그 스토리를 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공간이었기에 그때 모임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알바에 치이고 취업준비에 치여서 힘든 사람에게 공감을 해주고 영화 한 편의 추천으로 작은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서로의 얘기를 통해 생각난 주제로 글을 써보기도 하면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서로의 취향을 좋아해 주고 서로의 취향이 갖는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모임에 다시 한번 참여하고 싶다. 서로의 스토리를 공유하는 매개체가 요리, 글쓰기, 독서, 영화 시청 무엇이든 좋다. 아직은 나에게서 전문성을 요할 취미가 없어서 아쉽지만 배움의 길로 들어설 의욕은 항시 갈망의 상태에 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궁금해하고 함께 얘기 나누는 게 중심이 되는 모임이라면 말이다. 서로의 스토리를 싣고 달리는 취향에 내 좌석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