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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비 Jul 02. 2021

0. 어떤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다.

2021. 03. 22. 곱게 핀 개나리에 담았다.







 어떤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아서, 삼월의 봄바람에도 이렇게 왈칵. 눈물이 날 정도로 아려올 때가 있다. 참지 못하는 것조차도 참아야만 하는 나이가 되었기에 시선에 맺힐지언정 바깥으로 톡-. 하고 망울을 틔워내지 못한다. 내 상처는 봄꽃이 아니었으므로.


 겨울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는 봄의 한가운데에서. 그런 청승이 싫었던 나는 포근한 바람 속에서 까진 무릎 위로 내려앉았던 어머니의 숨을 애써 찾아본다. 여전히 아파오지만 아까보다 훨씬 봄에 가까워졌다.

-



 그런 날이 있다. 아프고 상처 입은 것들로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날. 그 생각들 모두 버리려고 노력해도 끈질기게 들러붙어 떼어낼 수 없이 맴도는 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버거운 하루가 꼭 오늘이다.


계절에 맞는 다독임을 내 안에서 찾아본다. 창문 틈으로 스미는 봄기운을 빌려 언젠가의 상처들을 쓰담아본다.



저 스스로 선택하고 홀로 해내는 일이 문득 외롭다면, 아마도 너는 멀리 온 것이다.

축축한 바닥 아래로 가라앉는 기분을 느낀다면, 아마도 너는 단단히 자리잡기 위해 뿌리내리는 중인 것이다.

이유 모를 아득함이 밀려온다면, 아마도 네가 꾸준히 쌓아 올렸던 매 하루가 너를 높은 곳에 올려둔 것이다.

유독 어떤 하루가 구차하고 볼썽사납다면, 아마도 너는 있는 힘껏 버티고 있는 중인 것이다.


주문을 외운다. 그저 너는 그러한 것이다.

-



하늘 저편에서부터 주홍빛 노을이 아스라이 끓어오르는 저녁.


더 이상 마음속 어딘가가 쓰려오지 않았다.




2021. 03. 22.  


이자비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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