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닷컴과 알리익스프레스로 알아보는 B2C vs. B2B
특정 사업은 수요와 공급의 주체에 따라 B2C, B2B, B2G 등으로 정의된다. 거래 주체에 따른 이러한 구분은 상품 특성, 거래 규모, 주문 프로세스, 수익 모델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현직자가 알려주는 알리바바닷컴' 두 번째 칼럼에서는 알리바바그룹의 대표 B2B 플랫폼(알리바바닷컴)과 B2C 플랫폼(알리익스프레스)를 다섯 가지 관점에서 비교·분석해 B2B 전자상거래의 특징과 성공 전략을 조명한다.
※ B2C: 'Business to Consumer'의 약자로 기업 대 소비자 거래를 뜻하며, 기업이 최종 개인 소비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함 (=소매)
※ B2B: 'Business to Business', 기업 대 기업간 거래를 뜻함. 식자재 공급업체가 유통사인 대형마트에 납품하거나, IT 솔루션 회사가 고객사에게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경우를 포함 (=도매, 제조납품)
알리익스프레스의 거래는 대체로 생산 기업과 개인간 발생한다. 개인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웹페이지에서 검색하면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다양한 판매자(셀러)가 노출되고 구매자(바이어)는 자신의 주소, 개인통관고유부호, 카드 번호 등을 입력해 주문을 완료하는 형태이다. 소액의 저관여 제품이 다수를 이루는 B2C 거래 특성상 저렴한 가격,브랜드 이미지 및 디자인, 긍정적인 리뷰, 구매 편의성이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된다.
반면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의 셀러는 제조사, 무역상사, 브랜드사 등 보다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바이어 또한 수입상, 도매상, 제조사, 정부기관 등 여러 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B2B 거래는 대량 주문 및 재구매 성향이 강하며 구매 의사결정과정 또한 복잡하고 신중하다. 따라서 단순한 제품의 우수성 뿐만 아니라 기업의 연혁 및 규모, 제품의 기술적 사양, 품질 보증 여부, 납기 관리 역량, 심지어 과거 전시회 참여 이력까지 전문성과 신뢰도를 판단하는 복합적인 구매 결정요소가 작용 한다 (B2C 플랫폼이 신속한 검색, 결제, 운송 등 구매자향 UX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알리바바닷컴은 B2B 플랫폼은 판매자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마케팅 및 정책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B2C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생활용품, 의류, 전자제품 등 소비자가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소비재가 주류를 이룬다. 이는 대부분 대량 생산을 통해 표준화된 공산품이자 완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티셔츠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상품의 색상, 사이즈 등 일반적인 조건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로고의 위치를 바꾸거나, 어깨 라인을 넉넉하게 늘린다든가, 옷감 조직을 바꾸는 세부적인 사양은 선택할 수 없다.
반면 B2B 플랫폼인 알리바바닷컴에서는 취급되는 제품군이 훨씬 다양하다. 소비자 개인이 필요한 소비재뿐만 아니라 기계, 화학, 전자, 건설 공장에서 쓰이는 소재·부품·장비 등 중간재와 산업재도 활발히 거래된다 (실제 알리바바닷컴을 검색해보면 천연 광물에서부터 반도체 장비, 냉동 고등어부터 위스키까지 무한한 품목이 거래된다). 또한 이러한 제품들은 최소 수량(MOQ) 이상으로 대량 구매되며, 특정 산업군과 바이어의 요구사항에 따라 맞춤화된 사양이 필요할 때가 많다. 티셔츠의 색상, 패턴, 질감 등 바이어의 요구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이 이뤄지는 것이다.
B2C 거래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소액/단건 거래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하는 과정이 비교적 간편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온라인 카드결제, 간편송금, 에스크로 서비스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통해 즉시 결제가 가능하다. 플랫폼은 이 모든 과정에서의 판매자와 구매자간 주고받는 대금의 결제 안전성과 편리성을 보장한다 (보장해야 한다).
반면, 알리바바닷컴과 같은 B2B 플랫폼에서는 구매자가 대량으로 상품을 주문하거나 반복적으로 재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여러 협의가 필요하다 (가격 협상, 물류 조건, 포장 요구사항 등). 또한 플랫폼이 두 기업간 결제 과정을 직접 관리 및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바이어 발굴과 계약 체결을 지원하는 중개자의 역할이 강조된다. 따라서 결제 방식도 T/T(전신 송금), L/C(신용장), D/P(지급인도조건) 등 전통적인 무역에서 흔히 사용되는 결제 방식이 활용된다.
참고로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 판매자를 대상으로 알리바바닷컴은 자체 에스크로 서비스를 통해 안전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무역 보증 프로그램인 'Trade Assurance'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거래 초기 상호간 신뢰를 강화하고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T/T 대비 높은 수수료율로 인해 샘플이나 소량 주문에 활용되고 있다.
B2C에서는 주문이 발생하는 즉시 중개 플랫폼이 운영하는 풀필먼트 센터나 판매자가 지정한 제3자 물류회사(3PL 창고)를 통해 고객에게 배송된다. 물품은 상품의 크기와 주문 수량을 고려해 주로 소포 단위로 처리되며, 전국 각지의 물류 거점에서 출발하는 'Hub and Spoke' 방식을 이용해 빠른 시간 내에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료 배송, 빠른 배송, 익일 배송 등 어떤 운송 옵션을 제공하는에 따라 상품 선호도와 결제 금액도 달라지는 만큼 소비자의 상품 선택, 결제, 배송은 하나의 구매 흐름으로 통합되어 있다.
반면 B2B에서는 제품의 특성(가치 및 형질), 무역 법규, 바이어의 요구사항에 따라 항공, 해운, 트럭, 기차 등 다양한 운송 방식을 협의하게 된다. B2B 거래는 대량 주문이 많고, 거래 제품의 크기나 무게가 큰 경우가 많아 운송 방식에 대한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량의 원자재나 기계류는 해운이나 기차를 통해 장거리 운송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시급한 고가의 전자 부품이나 시제품은 항공 특송을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국제 무역의 경우 이 과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인코텀즈(Incoterms) 규칙이 사용되며, 이는 각 거래 당사자가 운송, 보험, 관세, 통관 등의 책임을 어떻게 분담할지를 정의한다. 또한, 관세와 통관 절차는 국가별로 상이하며, 이에 따라 필요한 서류 준비, 세금 납부, 검역 등의 절차가 추가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포워더, 운송업자, 관세사, 보험사, 인증 기관, 은행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매출 발생에 기여한 대가로 전체 판매금액(GMV)에 비례한 중개 수수료, 제품 광고비, 풀필먼트 물류비, 카드 수수료 등 부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러한 비용은 판매자가 부담한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GMV 증대가 곧 플랫폼 매출의 핵심이므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쿠폰이나 타임할인 등 거래를 촉진시킬 수 있는 마케팅 프로모션, 결제와 배송의 편리함 등을 강조한다.
반면, 알리바바닷컴은 B2B 플랫폼으로서 수익 모델이 다르다. 서술했듯 전체 거래 프로세스를 통제하기보다 '중개' 및 '발굴' 지원이 강하며, 거래 또한 오프라인에서 다이렉트로 이뤄져 정확한 GMV를 추산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에 셀러는 고정 멤버십 요금 지불하고 플랫폼 입점 권한을 얻게 되며, 알리바바닷컴은 여기에 대한 대가로 바이어 트래픽과 사업 기회(인콰이어리)를 제공한다. 판매에 비례한 수수료는 0%이며, 마케팅 비용과 카드 결제 수수료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현재 알리바바닷컴은 20만 판매자의 멤버십과 부가서비스를 통해 연간 3조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알리바바닷컴과 알리익스프레스는 B2B와 B2C 플랫폼으로 플랫폼 사용자, 제품 특성, 결제 방식, 운송 방식, 비즈니스 모델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수출 기업은 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사업 특성에 적합한 플랫폼을 선택하거나 두 가지를 병행해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