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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그루 Feb 14. 2024

내 옆에도 좋은 꼰대가 있었더라면

신영준, 고영성 <뼈있는 아무말 대잔치>

요즘 부쩍 예민해진 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투정을 부리며 우리 모두의 기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는 한다. 옛날 한국나이로 벌써 서른넷이나 먹은 나는 아직도 엄마와 아빠의 잔소리를 들으며 매일매일 혼이 난다.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잔소리를 듣는 것도, 그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사고뭉치인 것도 참 대단한 나다.


잔소리를 듣는 동안 내 안의 천사와 악마도 목소리를 드높인다. 천사는 네가 잘못했으니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고 한다. 악마는 같은 말이라도 왜 이렇게 진부하고 짜증나는 방식으로 해야만 할까, 더 예쁘게 말해주면 너도 훨씬 잘 들을텐데라고 한다.



요즘 엉망진창인 내가 어제까지 읽은 책이다. 이번 달 독서모임 책인데 솔직히 처음에는 그저 뻔한 이야기를 우겨넣은 에세이겠거니 싶었다. 그 직전까지 읽은 책들이 <역행자>,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같은 동기부여 강력한 책들이었으니 아무래도 이 책이 더 시시하게 느껴졌을 수 밖에.


물론 이런 재수없는 태도도 평소보다 악마모드가 더 진하게 발동된 탓이다. 천사모드가 강할 때의 나는 지나가는 낙엽 한 장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이 심심해보이는 책을 읽기보다는 눈으로 휙휙 쳐다보면서 책장을 넘겨갔다. 뭐야, 다 아는 이야기들, 다 들어본 이야기들이잖아, 역시.


그러다 휙휙거리는 손길을 멈칫하게 하는 문장들을 몇 번이나 발견하게 되면서 내 마음을 고쳐먹기로 하였다.



가령 이런 문장 말이다.


"그렇다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구체적으로 나는 우리 딸의 꿈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일정 부분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위해 내 꿈의 일부분을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이란다. 이런 문장들을 만나고 어떻게 휙휙 넘기는 손길과 심드렁한 눈길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샤프로 밑줄을 긋고 스티커로 마음에 드는 페이지에 표시를 하면서.


유튜브에서 떠들썩했던 바로 그 '주례사'로,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들로, 자기계발 커뮤니티 <체인지 그라운드>의 대표들로 유명한 신영준, 고영성 선생님들이 함께 쓴 책이다.


다른 책들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분명 이 책은 전작들보다 따뜻할거라 확신했다. 책의 곳곳에는 아직 어린 딸을 생각하며, 그 딸이 커서 결혼을 할 때 만났으면 하는 상대를 생각하며, 그 딸이 커서 직장에 들어갔을 때 만날 상사와 동료들을 생각하며 쓴 흔적들이 가득하다.


딸바보 아빠가 딸을 위해 만든 책. 나는 다른 아버지의 딸이지만 내게 필요한 따뜻하고도 우직한 조언이 가득했다. 우리 아빠도 이런 따뜻한 '꼰대'였다면 어쩌면 내가 조금은 덜 엉망진창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 아직 맘 속에 이런 작은 악마들이 남아있는 나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책을 더 읽고 부지런히 명상을 해야겠다. 그리고 누가 먼저 내게 좋은 꼰대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이왕이면 내가 누군가의 좋은 꼰대가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그루를 멈칫하게 만들었던 책 속의 문장들


p. 97

소통의 달인이 되는 3가지 비결

1. 신뢰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언행일치, 솔선수범, 도덕적 권위)

2. 높은 공감 능력을 보여야 한다.

3. 논리적이어야 한다.


p. 104

당연함으로 위장한 수많은 불합리 중에 하나가 선의에 대한 강요다. 선의가 넘치는 사회는 모두가 바라는 이상향이지만, 선의를 베푸는 주제가 누군지 명확히 해야 한다. 선의의 핵심은 그 시작이 자발적이라는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이타적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강요에 의한 행위라면 선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인내를 감수하는 셈이다. 그러면 누군가를 도와주는 좋은 일을 하면서도 기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사실 선의를 강요받는 것만큼 지옥이 없다.


p. 109

나쁜 위로의 5가지 유형

대개는 영혼 없이 "어떡해. 괜찮아?"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다가,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바로 칼같이 확인한다. 위로는 억지로 하면 역효과만 난다.(2. 가식형)


p. 143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말은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말도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포기한다는 이야기다. 무언가를 얻고 싶은가?무언가를 해내고 싶은가?그렇다면 차분히 앉아서 포기해야 할 것부터 적어라. 그러면 꿈이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그렇게 명료해진 꿈은 당신을 행동하게 할 것이다.


p. 210

"주여,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드리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둘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p. 251

작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은 없는데,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럽게 말하는 경향이 있었다.


p. 252

진짜 좋은 뜻이면 열심히 해서 결과로 이야기해야 한다. 세상은 누군가의 뜻과 뜻이 부딪혀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다. 진짜 뜻을 펼치고 싶다면 금나큼 강해져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p. 294

빡독의 구성은 간단하다. 책을 진짜 집중해서 읽고 싶은 사람들이 주말에 함께 모여서 핸드폰을 끄고 8시간 동안 책만 읽는 활동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고무적이다.


p. 312

글의 주장을 빨리 이해하고 행간에서 맥락을 뽑는 식의 보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여기서 말하는 읽기는 독서에 국한되지 않는다. 프레임에 속박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뽑아 내는, 좀 더 큰 의미의 읽기를 말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종류의 글에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추출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상황과 맥락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론은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똑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바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p. 319

능력을 넘어서는 목표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높은 기준에 도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너무 쉬우면 지루해지고, 너무 어려우면 포기하게 된다.


p. 327

그런데 우리는 왜 '재능'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까?각 분야에서 단계마다 요구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보 때는 정해진 매뉴얼을 제대로 습득하는 능력이 필요하지만, 전문가 단계에서는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초보자 때는 정해진 답을 찾는 게 중요하지만, 전문가 단계에서는 없는 답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p. 334

우리 딸의 꿈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일정 부분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싶다. 물론 우리 딸도 배우자가 될 사람의 꿈을 위해 자신의 삶의 일정 부분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p. 358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Today is a gift.

That's why it is called 'the present'.


p. 367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이런 사람을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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