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사건이 있다. 상관없어 보이는 사건들이지만 내 머리 속에서는 연결된 사건들이다.
사건 1.
부산 송정해수욕장과 인근인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에는 1960년대에 개교한 대변초등학교가 있다. 대변초등학교 교명은 일반 학교들처럼 지역명을 학교명으로 사용한 것이다. 모두 예상할 수 있듯이 이 학교는 주변 학생들에게 똥학교라고 놀림당했다. 아주 오랫동안 말이다. 최근 이 학교 부회장 선거에 후보 등록한 5학년 학생이 놀라운 공략을 내걸었다. 바로 학교 이름 교체. 이 학생은 부회장으로 당선됐고 이후 공략 실천을 위해 학생, 학부모, 교사, 심지어 동창회와 마을 주민들에게까지 서명을 받았다. 그 결과 대변초등학교는 무려 55년 만에 교명을 변경했다. 새로운 이름은 용암초등학교다.
사건 2.
맑은 날에는 부산의 거의 모든 해안가에서 대마도를 관측할 수 있다. 카메라도 필요 없고 그냥 눈으로 보인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집에서 가까운 송정해수욕장 등에 갈 때면 혹 대마도가 보이는지 확인한다. 대마도가 보이는 날에는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내 폰에는 대마도 사진이 한가득이다. 대마도 사진을 매번 찍는 이유는 어떨 때는 보이고 어떨 때는 안 보이는 곳이 오늘은 보이니 괜시리 증거를 남기고 싶어서이고 또 대마도가 이렇게 가깝다는 사실을 새삼 인지하기 때문이다.
대변초등학교는 이 지역의 이름인 대변리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대변리는 이 지역에 대변포라는 포구가 있다 하여 유래했다. 그렇다면 대변포는 어디에서 유래했는가. 여기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설은 이 포구 주변에 대동고라는 창고가 있다 하여 대동고 주변에 있는 포구, 즉 대동고변포를 대변포로 줄여 불렀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설이 등장했다. 바로 대변포는 '변란을 대비한다'는 뜻의 '대변소'가 있는 포구라는 주장이다. 만약 이 설이 사실이라면 우리 조상들은 왜 이곳에 대변소를 설치한 것일까.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경인년 왜구를 들어봤을 것이다. 경인년 왜구는 고려 말에 창궐한 일본 해적 집단이다. 이놈들은 단순히 해적 떼가 아니라 군대였다. 그래서 수천, 수만에 달하는 병력을 이끌고 동아시아 바다를 휘저으며 고려, 명나라, 심지어 지금의 동남아시아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지금의 부산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도시다. 당연히 왜구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이 왜구들이 근거하던 곳이 바로 지금의 대마도다. 눈에 보이는 가까운 섬에 해적 떼가 산다니, 이곳 주민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왜구가 언제 나타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항상 경비를 세웠다. 그들이 침략해 올 것을 대비하여 군사 시설도 세웠다. 이 시설이 바로 대변소이고 대변소를 세운 곳이 지금의 대변항 근처인 것이다. 나는 대마도 사진을 찍을 때마다 과거 이곳 주민들은 밥 먹을 때나 일할 때나 심지어 잠자다가도 수시로 대마도를 관찰하며 혹 왜구가 나타나지는 않는지 확인했겠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대변초등학교 이름을 바꾼 것은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부적절하게 들리는 이름은 바꾸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역사까지 잊어선 안 된다. 이곳은 왜구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은 곳이고 이를 막기 위해 대변소라는 군사 시설을 세웠던 곳이라는 사실을 이곳에서 나고 자라는 용암초등학교 학생들이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