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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Jan 30. 2024

미디어 딜레마

아이들의 미디어 교육에 대해

난 방송국 PD다. 미디어와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TV를 좋아했고 만화영화 대사는 물론 CF 대사 한마디 한마디까지 외우는 아이였다. 그 시절 나의 부모님은  "넌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 "TV는 바보상자야."라는 말을 에 달고 사셨다.

하지만 이런 나도 아이를 키우니 미디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고민이 많아진다. 마냥 허용적인 입장은 아니게 된 것이다.


일찍부터 아이들과 미디어 사용 규칙을 만들었다. 이 규칙들 아래 아이들이 자기 조절이 가능한 미디어 사용법을 배우고, 성공적인 경험을 통해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은 당찬 포부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칭찬 스티커 규칙이다. 스티커를 5개 모으면 유튜브 키즈를 20분간 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평소에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없지만 이 규칙 아래서 콘텐츠 선택은 아이들의 자유다. 아이들과 함께 상의를 해서 정한 규칙이고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탓에 훈육하는데 꽤 쏠쏠한 방법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아차 하는 순간이 있었다. DH가 지나치게 숫자와 알파벳 영상에 빠지는 것이었다. 고작 20분이지만, 지나치게 시각추구를 하는 모습을 보니 그 20분도 용납하고 싶지 않아 졌다. 하지만 콘텐츠 선택이 아이에게 있기 때문에 내가 그만 보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딜레마가 왔다.


DH는 학습용 앱도 구독해서 사용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센터 수업을 기다리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주었다. 인지향상과 지루함을 달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처음에는 집중하며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이뻤다. 인지 능력도 꽤 향상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앱 학습을 빨리 시켜달라고 조르며 집착하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나니 이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올라왔다. 또 딜레마가 찾아왔다.


결국은 한 끝차이다. 그 차이에 찬물과 더운물을 왔다 갔다 한다. 미디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삶에 훅훅 들어와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만들어 내곤 한다. 중심을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흔들리기 일쑤다. 언젠가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난 오늘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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