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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Feb 13. 2024

미디어의 시간은 빠르게 간다

숏폼이 대세

우리 아이들은 금, 토, 일에 OTT에서 원하는 영상을 한 개 볼 수 있는 쿠폰을 받는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 번씩  주었는데 어느 날 영화버전을 고르기 시작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안돼 이건 길어. 짧은 거 봐야 돼"라며 넘겼지만 아이들 고집이 점점 세지는 터였다. 결국 주말에 긴 것을 보자고 하고 넘기고 보니 TV 시청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평일 TV 시청시간을 없애고 주말에 몰아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한편씩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위 엄마들이 신기하듯 이야기한다.

"애들이 한 시간 두 시간씩 앉아서 그걸 봐요?"

의아하다. 동영상이면 환장할 요즘의 아이들인데 앉아서 그걸 본다는 게 무슨 질문일까?

요지는 이러했다. 긴 영상을 틀라치면 아이들이 중간에 집중력을 잃고 도망간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영상이라도 한시간이상 길게 보는 게 힘들다고들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참 히트를 쳤을 때 관계사 후배가 젊은 세대에서 우영우를 본 친구들이 많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유튜브로 요약 버전만 보는 것이다.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도 요약해 주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한정된 시간 자원 안에 많은 콘텐츠를 욱여넣으려면 이렇게 요약본을 보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빨리 감기로 보는 방법도 있다. 요즘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 2배속이 기본설정값이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웃픈 소리로 디즈니 플러스가 빨리 감기 기능이 없는 것이 넷플을 넘을 수 없는 이유라는 소리도 하니 가히 동영상 소비의 행태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속에서 시간은 점점 빨리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미디어가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하나의 원인이라고들 말하는데 반대는 아닐까. 결국 종속결과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요즘 숏폼이 대세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이 미디어에도 반영된 것 아닐까.


요즘 핫한 영어 일타강사 조정식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삼국지,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것을 읽기 추천하신다고 하셨다. 복잡한 인물들이 나와 얽히고설키는 이야기가 생각의 확장에 분명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미디어 또한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서사와 긴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 교양이든 드라마이든 차근히 호흡을 느끼며 봐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우리가 봉준호 감독 영화 속 디테일의 재미를 찾아가며 보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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