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터 Mar 12. 2024

Geek in the school

장난꾸러기의 학교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DH의 졸업식과 입학식이 있었다. 아이의 일생일대 순간에 나는 눈물이 날줄 알았다. 울지 말아야지 울지 말아야지를 마음속으로 몇 날 며칠을 다짐했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울기는커녕 졸업식과 입학식 내내 다른 곳으로 튀어가지나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긴장도만 올라갔다. 역시나 아이는 졸업식날 앞을 보지 않고 자꾸 뒤를 보며 나를 불러 선생님의 주의를 받았다. 입학식날은 많은 사람들에 압도되었는지 자주 멍하게 집중력을 잃은 듯 행동하여 내가 여러 번 아이를 다그치기도 했다.


남들이 보면 아직은 귀여운 장난꾸러기 수준의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잔뜩 날이 서서 아이를 내내 주시하느라 2월 마지막주와 3월 첫 주는 장염과 감기로 고생을 했다.


하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실전이다. 학교에서는 시시각각 알람이 쏟아지고, 돌봄과 방과 후라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을 익히며 학부모가 되어감을 실감한다. 하지만 공부할 틈이 없다. 정신차릴라 치면 아이가 하교한다. 어찌 보면 학교적응이라는 것은 아이만이 아니고 엄마도 함께 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DH는 그래도 교문에서 본인의 반은 잘 찾아가고 있고, 숟가락통과 물통도 잊지 않고 잘 챙겨 오고 있다. 아직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잘조잘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재미있었다고 말해주니 그것만으로도 되었다 싶다.


하지만 조금 작아지는 부분이 있다. 학부모로서의 나이다. 교문 앞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가 어떤 반인지 물어보는 부모들 앞에서 당당하게 아이의 반을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파트 위층에도 DH와 같은 연령의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 아이의 엄마가 DH와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데에도 화답하지 못했다.


곧 학교에서 개별화 회의를 하고 공개수업을 할 것이다. 그때 아이와 나의 모습이 또 어떠할지 모르겠다. 그냥 아이가 학교에서 조금 괴짜인 정도의 모습으로 보였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불안함 속에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료의 기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