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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Mar 20. 2024

통합이라는 숙제

개별화 회의를 마치고

특수교육대상자들은 매 학기 개별화 회의를 진행한다. 이것은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동일하다. 특수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아이의 현 상태를 이야기 나누고 앞으로 목표로 삼아 나아갈 점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다.

DH의 학교에서의 첫 개별화 회의가 지난주에 진행됐다. 일반담임교사와 특수교사 그리고 DH가 오래 다닌 센터장님께서도 고마운 발걸음을 해 주셨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간 회의는 나름 편안했으나 많은 고민점을 안겨 주었다.


DH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좋은 자폐아이다. 언어와 인지가 어느 정도 일반 발달 수준에 올라와있다. 하지만 학교라는 경험 해보지 못한 상황에 아이가 어떻게 놓일지 몰랐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배치대상 학교는 아이 거주지의 근거리 중심으로 1, 2, 3순위를 정하게 된다. 부모가 특별히 원하는 사항이 있다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론 순위에 맞게 배정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배정될 학교의 일반학급, 특수학급 중에 선택해야 한다. 나는 위 같은 이유로 특수학급 배치를 신청했다. 신청할 때 특수지원교육청의 선생님도 변경 가능하다고 설명해 사실 고민을 크게 한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나의 선택으로 아이는 이미 완전통합(일반학급에서 온종일 수업진행)과 부분통합(일반학급과 특수학급에서 나눠서 수업진행)이 결정되어 있었다.


개별화 회의는 아이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의 수업 시간 등에 대해서도 상의할 수 있는 자리라고 들었었다. 대부분 저학년은 완전통합을 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터라 나도 아이가 괜찮고 선생님만 괜찮다면 아이가 일반학급에서 계속 생활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 현실의 괴리는 컸다.


특수교사 선생님은 아이가 일주일에 2번 정도 특수학급에 내려오게 계획 중이시라고 말을 시작하셨다. 내가 완전통합을 원한다고 말했으나 그 의지는 묻혀버렸다. 일반 담임선생님도 본인이 어느 정도 컨트롤 가능하고 같은 반 친구들이 DH가 자리를 비웠을 때 어디 가는지 궁금해한다고 말을 붙이셨으나 결론은 같았다. 일반 아이들에 비해 아직은 부족한 것이 명백하긴 한 것이기 때문이다.

DH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사회성 수업 친구들도 다른 학교를 다니는데 그 학교에서도 부분통합을 이야기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DH와 비슷한데 특교자를 선택하지 않은 친구들도 분명 있다. 그 친구들은 학급에서 완전통합을 하며 지내고 있다. 부분과 완전 그 경계가 참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복잡한 마음이 해소되질 않았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DH가 “나는 OO반(특수반)이 좋아. 학교에서 거기 가 있을래”라는 말을 했다. 순간 나는 얼음이 됐다. 아이는 완전통합이든 부분통합이든 사실 모를 터이다. 조금 크면 알까 지금은 그러할 것이다. 사실 아이가 교실에서 부재하다는 것은 친구들만 인식한다. 사회적 눈치가 없는 DH는 지금은 조금 더 본인이 자유롭고 편히 있을 수 있는 특수학급이 더 마음에 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지금 이 순간도 나의 고민은 계속된다. 아이를 위한 길이 무엇일지... 완전통합이란 숙제를 마쳐야 하는 것인지... 결론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가장 우선은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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