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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Apr 02. 2024

폭풍 같은 하루의 끝자락

내가 모르는 아이들의 세계

아이의 첫 공개수업날이다. DH는 어린이집을 다니던 시절에도 공개수업을 해본 적이 없다. 코로나의 향도 있었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졌던 시기에도 참여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병원 예약이 걸려있던가 크게 아프거나 했다. 그래서 그날은 나와 DH에게는 생애 첫 공개수업이었다.


난 DH의 학교생활에 나름 기대가 있었다. 1학년 수업이야 고만고만할 테지만 DH의 지능도 일반 수준이었기에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문제가 없을 터였다. 지난 유아기의 시간을 사회성 수업과 학교 준비반에 참여하며 많은 준비를 해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무너졌다.


아이는 수업에 조금 참여하는가 싶더니 지루해지자 나를 찾았다. 선생님의 지시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자기 자리에 앉아서도 연신 나를 부르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들을 보고 다른 학부모들 앞에서 낯이 뜨거워졌다.

누구보다 튀는 아이. 나의 민망함은 그런 아이의 장애를 들켜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친구들의 수업을 방해하는 모습에 학부모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이 또한 나 중심적인 생각이었다. 나의 폭풍 같은 하루를 함께 공유한 같은 처지의 엄마들도 본인들의 폭풍 같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런데 그중에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건 학교 친구들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던 친구들이었다. 나는 어른들의 눈치를 보았지만 정작 중요했던 것은 같은 학급의 아이들이었다.


A친구는 발표를 나가는데 어떤 친구가 뒤에서 "A는 오싹해"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고 했다. B친구는 활동 중에 "B는 꼭두각시 같아"라는 말을 친구가 했다고 했다. B는 반향어가 남아 있는 친구다. 그 말들을 현장에서 직접 귀로 들은 엄마들의 마음은 참담했으리라.

DH의 개별화 회의 때 DH의 담임 선생님은 본인이 DH에게 하는 잦은 지시가 같은 학급 친구들에게 영향을 줘서 DH를 부정적으로 바라볼까 우려된다는 말을 했었다. 순간 맞춰지지 않던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맞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결국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본인들이 만들어갈 세상이고, 아이는 그 속에서는 오롯이 혼자 서 있어야 한다. 부디 그 속에서 무너지지 말고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 부모의 바람은 바람일 뿐. 아이의 학교 생활에 답 없는 고민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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