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와 읽기
넷플 뭐봄 vs 무슨 책을 읽으세요?
'요즘 넷플 뭐봄?'이 유행어처럼 번져있다. 정말 마케팅이 기똥찼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올 즘엔 그들이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꽤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제는 넷플릭스가 일상생활에 그만큼 스며들어있다.
요즘 넷플 뭐봄. 이미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는 전재로 시작하는 이 질문에 구독하지 않는 사람은 대세에 거스르면서 동시에 뒤처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뭐를 보는지 묻는다. 이쯤 되면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계속 살펴보고 아는 척이라도 해야 더욱 트렌디한 사람처럼 보인다.
난 최근에 어떤 자리에서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었다.
"어떤 책 읽으세요?"
꽤 책을 좋아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답이 막혔다. 육아와 일에 치여, 그리고 핸드폰에 치여 책이 뒷전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답을 제대로 못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난 책을 분명 좋아한다. 인생에서 책에 깊게 빠졌던 순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인생의 큰 변곡점이 되었다. 그만큼 책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크다.
중학교 때는 근현대문학에 빠졌었고, 20대와 30대에는 문학에 꽤 빠져 지냈다. 그리고 최근에는 문학보다는 인문학 도서가 더 눈에 잘 들어오고 읽힌다. 수학이나 과학 쪽 그리고 심리, 철학 관련 책들을 주로 읽어가는 거 같다.
영상콘텐츠도 찾아보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편인데, 요즘은 지식에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는 편이다. JTBC의 벌거벗은 한국사, 세계사 시리즈나 TVN의 알쓸시리즈들(알쓸신잡, 알쓸범잡, 알쓸인잡, 알쓸별잡)등을 좋아한다. ebs의 다큐멘터리도 자주 보고, 며칠 전 MBC의 자폐가족표류기, 교실이데아라는 다큐멘터리도 흥미롭게 봤다.
지금의 나는 지식탐구에 빠진 40대로 정의해 볼 수 있으려나? 그러나 내가 영상과 책을 통해 지식을 탐구할 때의 차이가 분명하게 있다. 영상콘텐츠는 스토리에 맞춰 흘러가는 반면, 책은 생각이 많아진다.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영상콘텐츠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내가 콘텐츠 안으로 들어가서 언제 어디서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책이다.
물론 영상은 큰 강점이 있다. 대중에게 쉽고 빠르게 이해시키기 쉽다. 내가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유도 사실 그러한 매력 때문이다. 정의로운 마음으로 우리가 모르는 세상의 부분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서 PD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도파민만 가지며 살 수는 없다. 호흡을 가지고 깊이 사색하고 음미할 줄 아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도파민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둘 다 공존해야 한다. 보기 vs 읽기보다는 보기 and 읽기 가 필요한 것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