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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May 21. 2024

책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아이의 장애를 밝히게 될 순간

아이의 장애를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가족에게든 친구에게든 말이다. 지지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떠나 모든 편견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직장에 나의 아이의 어려움을 숨기고 있다. 아이의 핸디캡은 업무에서 나의 핸디캡이 되는 현실. 나는 이미 아이가 셋이라는 핸디캡이 있다. 거기에 더 핸디캡을 더할 필요가 있을까.


그럼에도 나와 친한 동료 2~3명은 나의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다. 그들은 마음 깊이 나를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다. 함께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그들은 나에게 어떠한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를 먼저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내 아이의 장애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정을 알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그냥 나는 내가 된다.


언젠가 나와 아이의 이야기를 밝혀야 하는 시점이 온다면 나는 장애가 먼저이길 바라지 않았다. 수많은 자폐 관련 에세이 서적들을 읽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계속되는 극복이라는 키워드만 보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남들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장애를 말하는 순간 나는 누군가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타인에게는 공감되지 않는 나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나는 나의 이야기가 육아 고군분투기 중 한 이야기. 다양한 교육 정보 중에 한 이야기이길 바랐다. 조금은 특별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렇게 특별하지 않게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친한 동료들 책을 쓰기로 했다.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삶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운 좋게 어떤 재단의 저술활동 지원 사업에도 함께 선정되었다. 내가 혼자가 아닌 함께이고 싶었던 이유는 그냥 평범한 이야기 중에 하나로 그들 뒤에 숨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네 세상은 그러하다. 함께 섞여있지 않은가!


이제 첫걸음을 내딯는다. 내년이면 작든 크든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공개 D-1년. 아직 할 일은 많다. 출판사도 정해지지 않았다. 글을 쓰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발품과 손품을 팔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설렌다. 동시에 걱정도 든다.


저술지원 선정자 결과 발표가 있던 날 한 사람이 생각났다. 내가 아이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시점에 참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다. 타사에 근무하고 있는 워킹맘 PD. 대학원에서 만난 그녀는 회사가 근처인 이유로 몇 번의 교류가 있었다. 그녀는 DH보다 한 살 많은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때 그녀의 아이는 언어 발달 문제가 있었다. 그 무렵 그녀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며 나에게 발달바우처라는 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었다. 가볍게 이야기해 주었던 그녀의 이야기. 콧물이 나면 소아과를 가듯 언어치료라는 벽을 낮은 허들처럼 이야기해 준 그녀 덕에 난 DH가 어렸을 때 쉽게 센터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나는 그녀가 나에게 해준 것 정도의 도움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 과하지 않게 그 정도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며 빛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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