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엄마의 육아일기
30개월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는다고? 어느 누군가는 믿지 못하고, 어느 누군가는 너희 아이는 신기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아이가 저절로 그런 아이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록하기 위한 글.
현재 우리 아이가 독서하는 모습.
어느덧 아이가 30개월의 문턱을 넘어섰다.
30개월이면 2년 반, 약 900여 일, 21,900시간을 이 아이가 살아온 것이다.
인생은 게임처럼 리셋을 할 수는 없지만, 다시 1초부터 인생을 시작하는 아이를 품에 안으며 '아 이 아이에게는 내가 인생의 로드맵을 그려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인생 리셋을 아이를 통해 하려는 엄마의 욕망이랄까.. (아빠도..)
욕망이라고 쓰면 너무 직설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부모가 된 이상 어느 누구가 자식의 밝은 미래를 원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원하는 부모의 감정은 때때로 욕망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나는 부모의 욕망이라고 쓰기로 했다.
사실 갓 태어난 아주 어린아이에게 가장 최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은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다.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은 일단 제외 그냥 세탁해서 입히면 되니까)
조리원에서 돌아온 후, 가장 신경 쓴 것은 역시 수면 루틴이었다. 수면 루틴 하면 또 할 얘기가 너무너무 많으니 일단은 여기서 접고.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해결되고 나면, 그다음 부모는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고민한다. 그것이 나에게는 책이었다. 부끄럽게도 공부 좀 했다는 나도 성인이 되어서는 책과는 연을 끊다시피 하고 몇 년을 살았다. 20대는 대부분 전공과목책이나 수험서 등만 봤지 독서라고 할 만한 독서목록이 없는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내 아이만큼은 독서를 정말 즐겁게 늘상할 수 있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을 깊이 공감하는 아이로 키워주고 싶었다.
아이에게 독서는 임신 시절부터 시작됐다. 아빠가 읽어주는 태교동화를 전자책으로 다운받아 매일 읽어주라고 남편에게 시켰다. 사실 나만 임신해서 배가 나오고, 입덧하고, 힘든 게 배알이 꼴려 남편에게도 역할을 준 것도 없잖아 있지만 그리고 그 사실을 남편이 완전히 모를 리 없었겠지만 그래도 약간의 투덜거림 후에 동화를 읽어주긴 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기 전 맘카페 정보로 서점에서만 살 수 있다는 아람북스의 베이비올 탄생이 새롭게 리뉴얼하면서 인터넷에 소량 풀리는 정보를 접했다. 아직 애가 뱃속에 있는데 설레발을 치며 서점 가서 책 살 용기는 없는 I 엄마는 일단 샀다.
병원과 조리원에서 약 3주간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입성한 우리 집 상전의 첫 독서는 초점책이다.
물론 초점책을 읽었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보는 용도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이 것을 첫 독서라고 보고, 그 이후 모든 활동을 독서와 연계시켰다. 포인트는 아기가 보든 안보든 그냥 주변에 두고 놀아도 책 주변에서 놀고, 자도 책 주변에서 자는 것이다.
이 시기에 책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역시 내가 읽어주는 장면은 아무도 찍어서 남겨주지 않기 때문에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영상만 남아있다.(조금 억울하다...) 나중에 아빠만 많이 읽어줬다고 기억하진 않겠지..?
사실 신생아~6개월 시기에 책을 읽어주는 것은 초보 엄빠에게는 곤욕이다. 보통 보드북을 많이 읽어주는 데 있는 글자라곤 많아야 다섯 글자. 두 페이지 합해도 10글자가 안 넘는다. 아기가 아장아장, 잔디가 까슬까슬, 사과는 빨개요 이런 수준이다. 그래서 이런 수준의 책은 부모가 읽어주다 읽어주다 지겹고 먼저 지치게 된다. 그렇다고 그런 수준의 책을 또 사기는 애매하고.
책이 짧아서 좋은 점은 조금만 읽어도 많이 읽어준 느낌이 든다. 10분 정도 열심히만 읽어도 10권은 거뜬하다!!
우리 아이의 경우 누워있던 시절 최애라고 쓰고 유이한 장난감은 타이니 모빌과 아기 체육관이었다. 그리고 종종 터미타임을 시키며 목 가누는 연습을 했는데, 이 때도 병풍책을 활용하면 아기가 꽤 오랜 시간 재밌게 터미타임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백일이 지나면서 허리에 힘을 주고 잠시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기가 되었는데, 이 때부터 엄마는 아기를 좀 더 재미나게 뎃고 놀 수 있게 된다.
나름 범보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모습이 책읽는 모습 같아 보인다. (설마 엄마 눈에만 ..ㅎㅎ)
물론 혹자는 이런 모습을 보고,
저 어린 아기가 뭘 알고 책을 보기는 하는 것인가 그냥 엄마가 애기를 데리고 잘도 노네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나도 마음 속으로는 그냥 애기 데리고 집에서 심심한 시간을 이런 컨셉 사진이나 찍으면서 놀자 하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하나하나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곧 태어난지 1000일을 앞둔 30개월 아기는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이라고 이제는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