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개인적 팁 / 다이어트 식단
최근 나를 포함해 내 주변을 보면 이너 피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일주일 동안 적어도 세 명 이상이 나에게 이너 피스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이라도 했던 것 같다. 신기한 건 주변 사람들은 어느 정도 환경적 요인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이너 피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불안한 사회분위기 혹은 마스크를 쓰고 예전보다는 자유롭게 다닐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혹은 그저 우리는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이 힘들어서? 취준생이든,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누구든 평생 이너 피스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사실 나는 그 어느 때보나 지금 마음이 안정된 상태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갑자기 큰 불안이 찾아오면 어떡하나 고민하기도 한다.) 현재, 취준생으로서 불안은 겪지만, 그것은 나로부터 기인하는 것보다는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하면 어떡하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일어난다. 부정적인 생각을 아예 차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가끔은 미래의 나로 이끌어주기 때문에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나로 온전하다는 것을 느낀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른다. 놀랍게도 나의 마음의 안정은 몸의 안정, 그러니까 조그마한 생활 습관의 안정에서 시작되었다. (참고로 운동 이야기는 아니다.) 이너 피스를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2021년에 내가 얻게 된 이너 피스 팁 일부에 대해 알려주려 한다.
참고로 지금 나오는 두 이너 피스는 모두 '강제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너 피스 하면 떠오르는 '여유로움', '힐링'에서 조금 벗어나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너 피스를 찾으러 제주도로 떠났을 때도, 여행을 갔을 때도 여유 자체에서 평화를 찾는 것은 순간적인 일에 불과했다. 결국 일상으로 돌아오면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 변화를 줘본다면? 이 생각에서 이너 피스를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일상을 바꾸려면 어쩔 수 없이 노력과 강제성이 필요하다. 안타깝지만 혹은 다행히도, 이너 피스조차도 노력이 필요하다.
1) 따뜻한 물 한 잔
나는 '따뜻한' 액체는 국 빼고는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밤에 먹는 핫초코나 티 정도? 근데 그것도 밤에 따뜻한 것을 먹는 행위를 하는 '내 모습'을 즐기는 것이지, 냉정히 말하면 액체를 즐겼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약 4개월 동안 9kg 정도를 감량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습관이 아침에 빈 속에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는 거였다. 처음에는 아침부터 뜨거운 것을 먹자니 잘 들어가지도 않고, 생수 비린내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서 별로였다. 특히, 첫 끼로 뜨거운 물을 먹고 과일을 먹는데, 과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뜨거운 물이 다음의 달콤한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까다롭고 불지옥 같은 관문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그러한 강제성이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면, 어느 날은 조금 더부룩하거나 뻐근하던 몸이 풀리는 게 하나하나 느껴졌다. (실제로, 따뜻한 물을 마시고 난 뒤 화장실에 간 적도 꽤 있다.) 그 뒤로 가끔씩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면 일부러 따뜻한 물을 내가 생각하는 것의 2배 양을 마신다. 또한, 멍 때리는 걸 즐기는 나에게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은 멍을 때리는 행위에 부가적 행위를 더해주는 고마운 존재기도 하다. 날씨 좋은 날 멍 때리며 따듯한 물을 마시는 아침의 즐거움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앞으로 나올 모든 팁 중 가장 중요한 1번이다.
2) 직접 해 먹기 (feat. 다이어트)
막상 두 번째 방법을 쓰려고 하니, 그저 다이어트 후기를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직접 요리를 해서 먹게 된 것은 온전히 다이어트라는 이유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4개월 동안 -9kg면 한 달당 약 -2kg이므로 누군가는 어렵지 않겠네라고 할 수 있지만, 평생 통통하게 살아온 나에게는 생활 습관을 통으로 바꿔놓으려 하는 4개월이었다. 즉, 다이어트는 결국 1번 따뜻한 물 먹기처럼 나의 일상을 바꿔놓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 수험생 시절 주말에 고기를 부위별로 구워 먹고, 불판 위에 크림 파스타까지 조리해서 먹은 다음, 빙수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그러면, 이제 개운하니 다시 고기를 굽는다. 대학생 때는 그냥 있는 대로 먹었다. 친구들과의 모임이 잦았고, 식사란 곧 친구와의 만남이자 외식이었다. 2019년 하반기에는 한창 냉면과 엽떡에 빠져서, 매 주말마다 혼자서 엽떡과 육쌈냉면을 먹으며 한 주를 마무리했다. 보면 알겠지만, 나는 전혀 요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못해서는 아니었다. 본가에 가면 엄마 옆에서 함께 요리도 할 정도로 오히려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다만, 자취생으로서 식재료를 하나하나 사고 썩히느니 그때 그때 사 먹는 게 훨씬 맛있게, 덜 비싸게 효율적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법은 아닐까라는.. 이상하지만 제법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냈다. 가끔 기분 좋을 때 스파게티나 카레를 해 먹는 정도?
부모님은 내가 살을 뺐으면.. 싶으셨지만, 어느 부모님이 그러하듯 늘 맛있는 음식을 해주셨고, 나도 필요성은 느꼈지만 절실하진 않았다. 맛있는 것을 먹는 행위를 사랑해서도 있지만, 어쩌면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였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살짝 나르시시즘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할 때가 왔고, 살이 찌면서 기존의 옷을 입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마사지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돈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서.. 얼떨결에 이 모든 환경적 요인이 맞아서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 절실함으로 따지면, 그렇게 절실해서 시작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일단, 다이어트를 시작하니 요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밖의 음식의 양은 너무 많아서 남겨야만 하는데, 남기는 게 습관이 되지 않다 보니 어렵기도 하고, 환경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돈이 아까운 게 제일 크다. 또한, 외식을 하면 탄수화물 위주로 섭취를 하고, 설탕이나 소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양 조절을 한다고 하더라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시점에는 코로나가 심해 본가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위주로 먹어서, 내가 크게 식단을 고민할 일은 없었다. (시무룩한 나에게 늘 고민의 밥상을 제공해주신 엄마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짜증내서 죄송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본가에 있을 수는 없는 법. 일을 관두고 금방 3~4개월이 지나가자 나는 다시 서울에 올라와 얼른 취준에 더 몰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울에 올라오자, 식단은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그렇게 다이어트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요리를 하다 보면 귀찮을 때가 많은데, 오히려 그 귀찮음에서 삶의 생동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직접 해 먹고 치우는 그 과정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흔적과 존재감처럼 느껴진달까. 너무 화려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 이상하게 얘기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뭐 그러한 느낌이 있다.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싫어하는 나지만, 요리라는 행위 자체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행위 자체가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자립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나타내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어떤 식재료로도 나 혼자서 요리를 하고 잘 먹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자신감은 자존감으로도 이어진다. 또한, 이렇게 나 자신이 조절해먹고 있다는 강제성을 줌으로써, 내가 나를 더 생각하고 당장의 나뿐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나를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마트 가는 거 진짜 좋아한다.)
암튼, 식단의 예시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자랑하는 거다. 나 이렇게 잘 먹는다고....)
가장 평범한 일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 밥 양을 맞춰 조절한 것이고, 다 직접 간단하게 한 음식이다. 매 끼니에서 야채를 첫 입으로 먹어야 한다는 말이 꽂혀서, 야채는 웬만하면 조금씩이라도 넣는다.
유부초밥과 같은 그릇에 있는, 바로 먹는 햄은 가끔씩 꼭 있어야 할 필수품 중 하나다. 빵이든 밥이든 저렇게 간단하게 놓고 먹을 수 있다. 또한, 서브웨이를 좋아해서 그 맛을 따라 하려고 랜치 소스나 저런 치즈를 사는 편이다.
두부면이 없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다이어트했나 싶을 정도로 면에 의존적이고 양식을 좋아하는 나는 두부면이 항상 냉장고에 있도록 하는 편이었다. 요리하기 귀찮을 때 언제나 두부면 파스타를 해 먹으면 만족감이 대박이다.
짜장면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라면에는 두부면이 정말 안 어울리더라. 정말 별로였다. 하지만, 짜장면에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느꼈는데, 최근 두부면을 처음 먹은 친구가 맛없다는 평을 보내왔다. 아마 일반 짜파게티 라면 봉투에 있는 소스로 했기 때문일 것이라 조언해줬다. 저 소스는 이연복 짜장면의 짜장 소스인데, 정말 잘 어울린다. 진짜 맛있다. 그 옆에는 중식인 만큼 토마토 계란 볶음으로 사이드를 만들어줬다.
한 번 빠지면 돌이킬 수 없다는 '마라'. 마라탕이 너무 당겨 생각해보니, 마라탕의 최고 장점은 재료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나만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 마라탕/마라샹궈도 다이어트의 민족이었어"
다만, 그렇다고 떡 이런 거 엄청 넣으면 안 되었다.^^
(당면은 고구마 성분 100%로 이루어진 것으로 선택하였다. 마트에 가보면 꼭 쌀이나 고구마, 메밀 등 건강한 재료로 100%로 만든 면이 한 제품 정도는 있다.)
약 3개월 정도는 밀가루를 끊었었는데, 빵이 없는 건 너무 힘든 삶이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좋은 대체품들을 알게 되었다. 쌀 100%로 된 베이글이다. 그 옆에 스콘 역시 밀가루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 비건 빵 제품이다.
(쌀 베이글은 '마켓컬리'에서, 비건 스콘은 강화도의 '돌멘 베이커리'에서.)
빵 없이 못 산다는 점에서 이미 느꼈을 수 있지만, 이는 디저트 없이 살지 못한다는 것 역시 내포한다. 이 때는 밀가루를 먹지 않을 때였는데, 한 카페에서 쑥떡크로플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신나 하며 갔었다. 그리고 실제로 대박대박 맛있었다. 윤스테이에서 인절미크로플을 만들기 전이어서, 나는 이 기쁨을 더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집에서 해 먹어 보기로 다짐하고, 크로플메이커를 샀으나! 떡은 다 달라붙어서 만들기 쉽지 않더라는...^^ 아직까지 성공해본 적 없다.
이건 떡크로플 만들다가 실패한 것을 여러 등분으로 나눠 그 사이에 꿀과 그래놀라, 아몬드 등을 넣고 겹쳐 케이크로 만든 것이다. 이쁘게 친구들 생일 케이크를 해주고 싶었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했으나 진심으로 친구들이 팔아도 되겠다고, 자기가 먹어본 떡 중 제일 맛있는 것 같다고 극찬의 극찬을 해줘서 하여튼 간 성공이 된 작품이다. 뭐가 많이 들어가서 칼로리는 대박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래도 밀가루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한다.
갑자기 식단 자랑으로 끝난 느낌이 들지만,
이 두 가지 일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가장 기본적인 일상 변화자, 습관 변화였다. 줄어든 외식으로 인한 돈 절약과 건강은 보너스다.
우선 이 두 가지 이너 피스를 추천하며, 이너 피스 법 1탄을 급하게 마무리 지어본다. 민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