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찾다 Jun 20. 2021

['S] 새벽의 혼잣말 :우울의 특성

우울함.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만은 않아.

1) 우울함은 타고난다.

 특유의 성격은 타고나는 것도 있다고 보통 말한다. 좋고 나쁜 가정과 교육 환경이 물론 영향을 미치지만, 타고난 그 사람의 본성,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난 그 말에 쉽게 동조한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우울함'을 앓아버렸다. 그것이 우울함이라는 감정인지는 몰랐으나 타인보다 더 우울함에 빠져드는 법을 빨리 알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2~3학년 때는 그 시작이자, 우울함이 극에 다른 때라고도 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몰라서 그 감정을 옳게 앓을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나쁜 행동도 하게 되었다. 

 친구한테 이용당하고 느꼈던 적도 있었다. 그게 지금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은 너무 믿어서도 안 되는 존재다 이런 식으로 보편화시켰던 개념은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저 친구는 나를 이용했구나. 그럼 버림받은 나는? 언제든지 또 이용당할 수 있는 나는?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라는 존재가 가치 있게 여겨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5층 베란다 위에 올라섰다. 베란다 위에 올라섰던 내가 정확히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이 곳에서 떨어진다면?

 그때 나를 뒤덮었던 우울함은 웃음으로 겉포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울함은 언제든 나를 덮쳐올 수 있음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우울함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나날들을 살 것이다. 아니 어쩌면 방법을 찾지 않고 도피하는 것이 답일지도 모르겠지. 

 *아 물론, 타고난다는 것은... 내 위 세대의 우울함이 유전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뜻하기도 한다. 근데 다행히 나는 내 타고난 우울함이 싫지 않다. 오히려 좋아. 


 2) 우울함은 나의 것이다.


술에 취하면 요새 왜 이렇게 우는 걸까. 최근엔 우울할 일도 없없는데, 왜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사는 것일까. 그건 그냥 주사라고 봐야겠다. 나는 원래 옛날부터 눈물이 많은 편이었으니까.

 뜬금없이 혹은 친구들에게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울한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우울함은 결국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글로 쓰고 나니 굉장히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새벽에 찾아오는 우울함. 문득 날이 너무도 밝은 주말의 낮에 찾아오는 우울함. 그러한 것을 타인에게 무어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조차 그 순간 내 우울함의 근본적 원인을 모르겠는데, 타인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누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 감정 속에 깊이 빠져들다가, 그대로 잠식되어서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다가, 다시 일상으로 나오고 싶다. 


 *이 정도 우울함은 어쩌면 가벼운 우울함이어서일지도 모른다. 정말 죽기 전의 우울한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난 정말 쓰레기일지 몰라. 어쩌면 그에게 죽음을 부추기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래도 우울함을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 한껏 우울할 때 흘리는 눈물이 주는 시원함, 그 카타르시스를 사랑하기도 해. 오히려 혼자 있을 때 흘리는 눈물이 줄은 요즘... 나는 우울함까지 연기하는 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압박하는 이너피스 1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