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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 Jul 08. 2021

[헤비컨슈머]'딩동댕대학교' 21학번 하실 분?

 OTT 콘텐츠는 '날 것'의 즐거움에서 시작했다. TV방송에서는 말하기 어려웠던 신조어, 욕설, 브랜드 이름, 그리고 콘텐츠 그 자체 등 한계를 극복하면서 그 재미가 보편화되었다. 실제로 <신서유기>는 웹 예능으로 먼저 시작했는데, 해당 장점을 이용해 CM송 맞추기 게임 등을 한 것이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OTT 콘텐츠의 매력은 더 이상 그것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쁘고, 멋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던 OTT 시장도 결국은 기존의 방송이 좀 더 다양화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날 것의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동시에 공중파 방송에 버금가는 고퀄리티 영상들이 많아졌고, 이는 오히려 더욱 인기를 끌면서 이제 하나의 방송국처럼 변화하고 있다.

 최근 그중에서도 나의 시선을 끈 콘텐츠가 있다. 물론 <ODG 채널>이나, <공부왕 찐천재>처럼 누가 봐도 재밌고, 인기 있는 콘텐츠가 있지만,,, 해당 콘텐츠는 아직 많은 구독자를 모으지 못해서 소개하려 한다.

'수능 X, 등록금 X, 학위 X' 어른이들을 위한 유사 명문 대학

<딩동댕대학교>를 꾸준히 관찰하고 있다. 아니 은근히 즐기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겠지만, <딩동댕대학교>는 최근 펭수로 인해 자신감을 얻은 EBS가 다시 한번 혁신적인 콘텐츠를 추구하며 <딩동댕 유치원>을 본 세대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유튜브 채널이다. 그야말로, <딩동댕 유치원>을 본 내 또래 친구들이 자라서 대학교에 입학해 해당 채널에서 교양 수업을 듣게 하는 채널인 것이다. '수능 X, 등록금 X 대신 학위도  X'라고 이야기하며 어른이들을 위한 유사 명문 대학이라는 것

 난 우선 그 기획에서 반했다. 우리 때 어린이들이라면,,, <딩동댕 유치원>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뚝딱이와 짜잔형(나는 성인이 돼서도 짜장형인 줄 알았다.. 짜장을 좋아하는 형인 줄 알았는데.... 쇼크..)은 늘 내게 웃음을 주었다. 그래서 처음엔 그 기획의도를 보자마자 추억에 대한 아련함과 함께 '구독'을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딩동댕대학교> 채널의 콘텐츠는 꽤 촘촘하게 짜여 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눠진다.
*사실 메인은 3)이라 귀찮은 분들은 3)만 읽어주셔도 됩니다.


1)낄희교수님의 교양수업 <딩동댕대학교 2021>
 EBS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인형이다. 여기 새로운 인형이 있다. 대신 그 인형은 우리의 교수님과 조교님이다.

왼쪽이 코끼리인 낄희 교수님, 오른쪽이 부엉이인 붱철 조교님이다. 안녕하세요~! 참고로, 낄희 교수님 캐스팅 보이스(CV)는 이금희님, 붱철 조교님 CV는 이재율님이다.

 낄희 교수님과, 붱철 조교가 교양강좌를 주로 진행한다. 이 내용은 정말 우리가 궁금할만한 것, 그리고 정말 젊은이로서 궁금했던 내용들이 주가 되어, 사실상 몇몇 수업은 그저 조는 수업이었던 실제 교양 강의보다 재밌다.(일부 교수님들 죄송합니다. 잘 잤습니다.)
 <'느금마'라는 엄마 욕의 근원>, <탈모인 첫날밤 가발 공개한 ssul>, <아이돌 탈덕 사연>, <퀸 와사비와 함께 하는 성교육>처럼 궁금했지만 차마 얘기하지 못했던, 혹은 알아야 했지만 알지 못했던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사피엔스 스튜디오> 채널처럼 하나의 교양 예능 콘텐츠가 <딩동댕 유치원> 안에 있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펭수처럼, 이미 낄희 교수님 관련 굿즈 역시 이벤트성으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구독자 만명을 돌파했을 때, 당첨자들에게 입학증과 굿즈를 보내주었다. 한 번 출연했던 이말년 작가 역시 낄희 교수님 티셔츠를 입고 <말년을 건강하게>에 나오셨는데, 저 티셔츠가 꽤 이뻐서 탐이 났다.



2) 하이퍼 리얼리즘 연애톡썰 <연애톡강>
 특별 편으로 오은영 박사님이 등장하셔서 연애 특강을 해준 편이 꽤 화제를 모아 현재 조회수 16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리얼리즘인 채널 하면 웹드라마 채널인 <짧은 대본>을 빼놓을 수 없는데, 해당 콘텐츠에 나오는 서수민 배우님이 그대로 등장한다. 그런 성격을 어느 정도 이어받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차이점은 해당 콘텐츠는 literally, '톡'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전남친 혹은 썸남과의 톡처럼 굉장히 현실적인 채팅을 기반으로 인스타그램, 혹은 영상통화, 포털사이트 화면과 함께 구성된다. 해당 톡을 읽는 주인공의 시점의 생각이 음성으로 나오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해당 콘텐츠는 비슷한 화면을 10분 가까이 봐야 한다는 점에서 처음에 클릭을 우선 잘 안 누르게 되고, 조금 갑갑한 감이 있었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또 나름 그 내용이 흥미진진했다. 최근 연애 관련 콘텐츠가 다시 떠오르고 있고, KBS Joy의 <연애의 참견>이 시즌3까지 이어지며 Youtube에서 굉장한 조회수를 내는 것을 보면 여태껏 이러한 포맷의 연애 콘텐츠는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패널들의 반응을 보거나, 본인이 하나의 법관으로서 평가하며 본다는 점에서도 하나의 매력이 있다면, 해당 콘텐츠는 주인공의 입장에 과몰입해 '남친의 여사친 문제', '전남친 문제'에 분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최근 드라마 속 캐릭터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여 그들을 실제 인물처럼 느껴지게 하는 등 새로운 과몰입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는데, 이를 해당 콘텐츠에 적용하여 구독자들이 미리 내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역시 제안하고 싶다.
 예로 위의 오른쪽 사진처럼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면, '남친의 여사친'문제 라는 것을 구독자들이 예측하면서 주인공들의 미래 관계를 예상하며 직접 댓글에 참여할 수도 있다.


3) 유기농 슬로우 리얼리티 <이번 생은 선인장>

사실 이 콘텐츠가 너무 좋아서 <딩동댕 유치원>을 추천하는 글을 쓰게 되었다. 이게 다 주인공인 미국 출신으로 추정되는 '인장선' 때문이다

-인장선 에피소드의 시작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선인장인 '인장선'이 주인공이다. '인장선'은 103살로 꽤 늙었지만, 선인장 치고는 젊은 나이인 인물로(선인장은 보통 500년까지 산다고 한다.), 현대 한국 사람들의 삶과 별다를 것 없이 살고 있던 인물이다. 무언가 공허함을 느끼던 인장선은 어느 날 서울을 떠나, 제주로 가게 된다. 서울을 떠나게 되는 인장선의 마음이 Episode 1에 브이로그로 담기고, 이후는 제주에서의 인장선의 생활 등이 브이로그로 펼쳐진다.
  '서울은 완벽합니다. 모든 게 다 있으니까요.'

 나 역시 이러한 매력 때문에 서울에 있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내일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면 국립현대미술관에 가서 혼자 전시를 보고, 주변 유명한 카페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수다를 떤다. 하지만, 그것으로 내 마음속 공허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인장선의

 '그러니까 저까지 서울에 있을 필욘 없을 거 같습니다'라는 말이 마음을 울릴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울리다 못해 아프면서도, 부러웠다.

-브이로그이자, 하나의 라디오 같은 따뜻함
 인장선의 영상들은 영상미가 좋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라디오 같다는 느낌을 준다. 우선, 각 에피소드가 단순한 일상을 넘어 매 번 하나의 콘셉트가 있다. 실제로, 제작자들도 이를 의도한 것인지 혹은 영상을 완성한 후 그렇게 느낀 것인지 <인장선의 보이는 라디오> 콘셉트로 사연을 소개하고 라이브로 노래를 불러주는 회차를 업로드하기도 했다.

 우선 인장선의 목소리가 라디오 DJ처럼 좋다. 그래서 그가 가끔 직접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나오는 데 정직한 발성에 꾸밈없는 그 목소리가 평화롭고 조용한 일상의 풍경과 어우러져 힐링을 선사한다.

저 멀리 보이는 해녀들을 응원하기 위해 인장선은 본인의 자리에서 <아틀란티스 소녀>를 부른다.

위처럼, 인장선이 해녀들을 응원하며 <아틀란티스 소녀>를 부르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일반인 사연을 받아 그들을 위한 신청곡이나 추천곡을 틀어주는 라디오의 따뜻한 소통 모습과 닮아 있다.

 내용적으로, '이웃과의 당근거래를 하다가 해녀를 따라간 일' , '휴일 빨래하기', '동네 카페에서 알바' 등 각 화는 명확한 미션(?)이 있다. 해당 내용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인장선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주목하게 만들고 인장선은 그 어떤 상황에나, 그 어떤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잘 녹아든다.

 

 또한, 노래의 활용도가 굉장히 뛰어나다. 드라마에서도 예능에서도 음악이 몰입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제는 우리 모두 안다. 여기서도 그렇다. 해당 콘텐츠는 대놓고 감동적인 음악을 많이 선곡하는데, 그게 과하게 느껴지지 않고 잔잔한 울림을 극대화시켜 아련함과 함께 여운을 선사한다.


 실제로 선곡이 이 콘텐츠의 중요한 요소라고 제작자들 역시 생각하는지, 인장선 인스타그램에 각 화 BGM들을 알려준다. 유명한 노래부터 또 그렇지 않은 노래까지 다양하다.


 <딩동댕 대학교>의 구독자 수는 아직 2.52만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콘텐츠를 콘셉트에 맞게 잘 구상했고, 각 콘텐츠가 EBS성격에 맞게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조회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슬프지만, 계속 이 콘텐츠를 보고 싶어서, 그리고 이 내용을 보고 나서 함께 그 감성을 공유하고 싶어서 해당 채널을 한번쯤 추천하고 싶었다. <딩동댕 유치원>을 보고 자란 세대는 공통의 감성을 어느 정도 지녔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딩동댕 대학교>는 어른이 된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려 한다.
 이슬예나 PD는 "<딩동댕 유치원>은 유아의 발달을 견인하는 전인격적 버라이어티쇼다. '딩동댕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싸우지 말자', '양치를 잘하자' 등을 배웠다면 '딩동댕 대학교'가 지향하는 바는 '딩동댕 유치원'의 AS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 스타투데이)
 우리가 <딩동댕 대학교>로 다시 한번 공통의 따뜻한 감성을 공유하고 그때의 마음을 찾아 서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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