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점심을 먹고 양수리에 왔다. 같이 온건 아니고 혼자 차를 타고 왔다. 오늘은 평일이고 지금은 엄연히 업무시간이다. 태업이라면 태업인데 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다. 어차피 원격근무제이고 막상 사무실에 나간다고 해서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사무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거기서 무얼 하든 일을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공해 줄 뿐이지.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해마다 돌아오는 독감같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평가라는 놈이다. 좋게 넘어가기도 힘들고 걸리면 대부분은 힘들고 아프고 거지같이 끝나는 그런 거. 처음엔 기분 더럽고 꽤 오랬동안 후유증이 남았는데 이제는 뭐 그러려니 하는 정도가 되었다. 예지능력까지 생겼달까.
어릴 때 부터 소화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어느덧 40대가 되었더니 그게 꽤나 불편해졌다. 소화랑 관련이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작년 9월에는 소화불량과 장염과 비슷한 증세로 한 달 정도 고생했고 결국 충수염 진단을 받아서 수술을 했다. 그러고는 몇 개월은 괜찮았던거 같은데 최근에 또 한번 체한것 같이 시작되더니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도졌다.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 약을 먹고있는데 식도가 타는듯한 증상은 없어졌지만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하고 명치 근처에 뭔가 막힌듯한 느낌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 어느정도 해답은 알고 있는 듯 하다. 소식하고, 커피 먹지말고, 밀가루 음식 멀리하고, 간식 먹지말고. 소식 빼고는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어디에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나이가 든다는 건 좋아하는 걸 하나씩 포기하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이제 그걸 시작해야 하는 나이가 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