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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저 Aug 28. 2023

그냥 게임 속에서 영영 살면 안될까

애니메이션 <오버로드> 찍먹 후기 / 오타쿠일기 9호 백업

 


넷플릭스, 왓챠, 티빙, 라프텔 온갖데 떠서 나를 유혹한 작품이 있다. 하지만 1기를 보다 말고 중도하차를 한 작품이 있다. 웬만하면 꾸역꾸역 정주행을 다 하는데, 이 작품은 도저히 엄두가 안난다. 글을 쓰려고 작품에 대한 위키를 열었다가 그 방대한 분량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바로 『오버로드』다. 로맨스보다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버로드』에 호기심을 느낄 수 있다. 어두운 분위기에 게임을 기반으로 한 이세계물이기 때문이다. '언젠간 보리라'하는 생각으로 리스트에 찜해뒀었다.


 1화를 언제 틀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아마 몇 달 전 미용실이나 헬스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설정은 흥미로운데 흐름이 지루한 감이 있어 SNS를 왔다갔다하며 산만하게 영상을 봤었다. 게다가 여성NPC의 가슴 얘기가 끊이질 않는게 전형적인 남성향이다. 그러다가 잊혀졌다. 그런 와중 어제 퇴근 후 만화카페에 들렀다가 『오버로드』 단행본을 발견했다. 만화는 8권까지 꽂혀있었다. 앞에는 아는 내용이니 금방 읽고 일기에 써야겠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18권까지 있다. 책을 잘못 고른거다.  


 그래도 본 게 아까우니 『오버로드』에 대한 소개를 해보자면, 주인공 모몬가는 게임 위그드라실 내 '아인즈 울 고운'의 길드장이자 '나자릭 지하대분묘'의 주인이자 언데드 매직 캐스터다(용어부터 나의 심정을 복잡하게 만든다). 게임 서버가 종료되던 날, 모몬가는 '내일도 출근이라 4시에 기상이니까, 종료되자마자 자야해...' 라고 쓸쓸히 생각하며 서버 종료 시각을 기다린다. (이 말 이후로는 그에게 공감할 수 없었다.)


 나머지 길드원들은 오지 않는다. 망겜의 마지막까지 남는건 게임 속에서 영광을 누리던 모몬가 혼자다. 그런데 웬걸, 서버가 끝나기는 커녕 자신이 가진 지하대분묘와 NPC가 통째로 이세계로 옮겨지고 현실이 된다. 아아, 이렇게 한 명의 회사원이 떠나갑니다. 현실에서는 존재감 없는 인간 하나에 불과하지만, 게임 내에서는 최강체로 살았던 그는 잽싸게 상황을 파악하고 이세계에서 살아갈 방법을 강구한다. 


 아무튼 좀 싸우다 끝나겠지 싶었는데, 이 애니의 원작이 만화도 아니고 웹소설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양판소같으면서 양판소가 아닌 먼치킨물에, 무려 10년째 연재 중인 작품이라는 사실을. 게임도 발매했으니 거의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 예시 급이다.  


  워낙 복잡한 설정을 가지고 있고(설정집만 50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원작 소설의 일러스트가 화려한 탓에 만화와 애니는 사실 반쪽에 불과하다는 평이 나돈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 작성된 묘사에는 이미지로써 생략된 부분이 많고, 그걸 다시 배경이나 의상, 캐릭터로 구현하려면 엄청나게 구체성을 띨 수 밖에 없다. 


 용어의 낯설음도 한몫한다. 일반적인 이세계물도 아니고, 게임의 설정과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은 주인공이 스킬을 꾸짖을 갈!!!마법천자문처럼 읊으며 상대를 때려잡는다. 근데 하필 최강체라 애써서 잡을 필요도 없다. 오픈월드 RPG게임은 깨나 플레이해봤다지만, TRPG는 익숙치 않은데다가 웬 계급장에 무기에 스킬명, 아이템명까지 넣으려니 머릿속이 용량 과부하다. 


 일본 라노벨 계의 유명 인기작인데도 아직까지 남성향 웹소설은 어렵다.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장르다. 취향에 맞지 않아도 취향을 개조하는 작품이 있는 한편, 포기하는 작품도 있는 것이다. 해당 장르에 대한 기초 소양과 오타쿠력이 부족한 것도 한몫했다. '기묘한 이야기'의 마이크 윌러라면 좋아했을지도. (그러나 나에게도 '정주행병'이 벼락처럼 다시 찾아와 보게 될지도.) 


 그래서 주인공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해골임), 대상화도 심하고(여캐들이 가짜가슴이라며 싸움), 내용도 잘 이해되지 않는데(이게 뭐지?의 연속)... 그런데 이걸 왜 두 번씩이나 시도해보셨나요? 왜인지 이런 것도 봐야할 것 같았어요. 독자 중 누군가는 TRPG와 다크 판타지 이세계물을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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