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파리는 매일 흐리다. 파리에 도착한 후 며칠은 하루 걸러 하루 정도는 해가 나와서 시리지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며칠을 제외하고는 내내 회색빛 도시다.
한국처럼 혹독한 겨울 날씨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해를 보지 못한 지 일주일이 되어 가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낮 시간 동안 가라앉은 기분은 아이러니하게도 해가 지고 더욱 깊은 어둠이 찾아오면 다시 생기를 띄고 활력을 되찾는다. 설레게 하는 화려하고 로맨틱한 파리의 밤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렇게, 자연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며 살게 된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 춥고 흐리지만 바람만 강하지 않다면 여행하기에, 걷기에, 달리기에 괜찮은 파리다. 간간이 비가 내려서 흐린 날씨의 지루함을 달래주고, 비가 내리고 어둠이 내려앉은 후 조명이 더해진 파리는 더욱 투명하게 빛이 난다.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을 정도의 비가 내려서 다행이다. 보슬비처럼 잠깐 내려 살짝 도로가 젖을락 말락 하는 정도다. 회색빛 도시 파리에 촉촉함을 뿌려 지루함을 간간이 날려주는 고마운 비. 무겁게 가라앉은 도시와 나를 위로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색. 가던 길을 멈추고 눈길을 맞춰, 화사함과 차분함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
화려하게 꽃으로, 색으로 장식된 건물을 보면 도시 전체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화려한 데코레이션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가게 홍보를 위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회색빛의 무겁고 가라앉았던 풍경 속에서 마주치는 따뜻하고 화사한 색감의 장식들에 마음의 위안을 받아 고마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