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들의 저녁은 보통 8시부터 시작된다. 조금 일찍 먹는다 하는 느낌은 7시다. 우리나라로 생각해 보자면 6시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저녁의 시작이고, 5시에 저녁을 먹는 게 안되는 건 아니지만 조금 이른 저녁을 하는 느낌이 이곳에서는 7시인 거다.
대부분의 식당이 점심시간 후에 문을 닫았다가 브레이크 타임을 갖은 후, 7시에 다시 오픈한다. 한국처럼 생각하고 6시에 식당에 갔다가 헛걸음을 할 수 있다. 단, 관광지의 식당들은 브레이크 타임이 없거나 조금 더 일찍 문을 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브레이크 타임 후 재오픈을 하는 식당이 부쩍 많아졌지만 5시도 아니고, 6시도 아니고, 7시에 저녁 장사를 위해 문을 여는 식당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2시간 정도 저녁 식사 시간이 늦은 편이다. 8시면 우리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거나, 차를 마시러 가거나 술자리라면 2차를 가는 시간쯤 된다.
베트남이나 중국 식당 등 아시아 음식을 파는 경우 30분 이른 6시 30분에 재오픈을 하는 경우를 보기는 했지만, 흔치 않다. 7시 식당을 가면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손님이 없다. 7시 30분이 지나 8시가 되어서야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8시 저녁 시간은 누군가의 집으로 초대를 받았을 때도 적용되는 시간이다. 예전 파리에 살았을 때 알게 된 지인들이 저녁을 함께 먹자고 초대를 하면 대부분 7시 30분이거나 8시다.
한국은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종종 집으로 초대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초대 개념과는 완전히 다르다. 초대된 사람들도 호스트와 함께 음식을 준비한다. 경우에 따라 다 다를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누군가 집으로 초대했다고 해서 한국식으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초대가 아니라는 것.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재료를 씻고 손질하는 것부터 자연스럽게 호스트의 부엌으로 들어가 저녁 준비에 합류한다.
8시 저녁 초대라고 해도 실제로 저녁을 먹기 시작하는 시간은 8시 보다 훨씬 늦어진다. 9시가 넘어야 실제로 다 함께 식사를 하게 될 수 있으니 배고픔 주의^^ 프랑스인과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그의 집으로 가는 저녁이든 밖에서 먹게 되는 외식이든 점심을 먹고 4시 정도 간단하게라도 간식을 먹어 두곤 한다.
저녁을 초대받았을 때는 빈손으로 가지 않고 함께 나눠 먹을 와인이나 디저트를 준비해 가는 것이 예의인듯하다. 초콜릿, 파이, 무스,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과일 등. 다른 손님들과 음식이 겹치는 것이 걱정이 된다거나, 생각이 나지 않을 때 호스트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뭘 가져가야 하냐고 물어보는 거나, 물어본다고 뭘 사 오라고, 딱 집어 주는 것이나 둘 다 우리나라 정서로는 좀 어색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서로가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접하지 않으니 초대한 사람도, 초대받은 사람도 부담이 없어서 좋다. 그래서 며칠 전에 약속을 잡지 않고 당일 갑자기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 먹을래?" 하고 즉흥적으로 초대를 많이 하는듯하다. 선약이 있어서 거절하게 되더라도 즉흥적으로 잡힌 약속이니 부담이 없고, 초대에 응하게 되더라도 함께 준비하는 저녁이라 또 부담이 없어 좋은 것 같다.
파리에 있으면서 식사를 하고 디저트를 챙기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건 맞지만 한국에서는 매 끼니마다 디저트를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이곳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디저트들이 넘쳐 난다. 살이 찌고 있는 것이 두렵지만 먹어 보고 싶은 디저트, 먹어 봤는데 맛있어서 또 먹고 싶은 디저트들이 너무 많아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부지런히 먹기로 했다. 프랑스 디져트, 빵 초콜렛, 와인, 치즈까지. 내가 경험 한 나라들 중에서 세계 최고! 프랑스를 떠나면 내게는 제일 아쉽고 그리울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