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타로카드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가장 좋았던 카드가 바로 "9번 은둔자"이다.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은둔자 카드. 고립되고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은둔자'라는 말 자체가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뉘앙스와 분위기 때문에 밝고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라서 그런지 "당신의 탄생카드는 9번 은둔자"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은둔자 카드가 나의 탄생 카드처럼 느껴졌고, 카드에 오랫동안 시선을 두고 바라보곤 했다. 나의 탄생 카드는 은둔자의 모습과는 다른 4번 황제 카드이지만.
혼자만의 시공간이 갖고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믿으며 내가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라서 그런듯싶다. 스스로 선택한 은둔자의 고립이 좋다. 그 고립의 시간은 은둔자 자신의 내면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다. 성찰과 깨달음은 세상을 밝게 비추어 자신의 성장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꺼이 나누려 하는 은둔자.
타로카드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가는 시간이 쌓여 갈수록 내가 알지 못했던 카드 속에 담긴 상징들에 더 매료되어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카드에 더 애정이 가면서 좋아지는 카드들이 있다.
반면에 그때 그 시기에는 그 카드가 내게 많은 질문과 답을 해주는 것 같아서 관심이 갔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도 변하면서 이제는 무덤덤하게 바라보게 되는 카드들도 있다. 그 당시 내게 필요했던 에너지가 충전되어 이제는 충분한 자원으로 갖게 되니, 변화된 나에 맞게, 내게 필요한 또 다른 에너지와 가치를 시기적절하게 타로카드는 보여주는 듯싶다.
타로카드는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질문을 던져주며 에너지를 채울 수 있게
도와주는 상징들이다
9번 은둔자 카드는 처음 타로를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좋다. 그만큼 나는 혼자 보내는 시공간이 꼭 필요한 사람인듯싶다. 시간이 흘러 몇 년 후에는 9번 은둔자 카드를 어떤 느낌으로 바라보게 될까. 은둔자가 들고 있는, 밝게 빛나는 등불에 조금씩 조금씩 더 눈길이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