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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지훈 Feb 04. 2021

아래로 내려가는 사랑

우리 부모님은, 그리고 그 위로 올라갔을 때, 돈이 많았던 분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난 그런 집 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다가 20대 초반에 나는 문지훈이라는 본명에다 '스윙스'라는 자아를 발명했다.


이후로 15년 정도가 흘렀고 지구 어디 기준에서도 나의 경제적 가치는 평균 30대 중반과는 아주 가깝다고 할 수는 없다.


자랑을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나고,

난 지금까지 왜 이 정도밖에 올라오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자책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때가 많다. 특히나 두 달 정도가 된 요즘 들어서. 왜 이제야 알게 된 정보가 이렇게 많은 것인지..


겉보기엔 참 대단해 보인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꼭 그런 것이 아닌 것을 나 자신이 아니까 남들의 시선, 그리고 나를 아래로 내려보려는 스스로의 비판적 강박 사이의 갭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문득 깨닫게 됐다. 부라는 것은 오랜 시간 쌓이고 쌓여야만 지킬 수가 있다는 것을. 졸부라는 말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고, 쇼미 더 머니라는 대중 프로그램에서의 소위 말하는 스타들도 봐도 잠깐 빤짝하고 없어지는 것을 우리는 수십 번을 봤다.


부를 지키려면 누군가가 알려줘야 한다. 혹은 그 부를 받은 사람은 스스로 알기 위해 뛰어다녀야 한다. 부는 장난이 아니다. 부는 게으름을 싫어한다. 부는 이동하려 한다. 자신의 부피를 빠른 속도로 더 늘리려는 사람만을 찾아다닌다.


언제나 '돈이 많은 사람들을 보며 무조건 배울 것이 상대적으로 없는 사람보다는 많을 것이다.'라는 전제를 내 머리 안에 주입시켜왔다.


그리고 그 전제를 테스트할 때마다 난 그 전제에 대한 신뢰가 더 단단해졌다.


'가문'이라는 말의 무게에 대한 존중이 더 강해진다.


'전통'이라는 말도 더 존중하게 되었다.


오래 지켜온 것들 중 쓰레기 같은 관습들이 많은 것은 누구나 안다. 여기서 예를 들어서 잡음을 키울 생각이 없다.


하지만 반면, 어떤 것들은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자식을 가질지 안 가질지는 모르겠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께서 주신 선물은 돈은 아니지만 두꺼움을 선사해주셨다.


이제 이 가문의 첫 세대가 되리, 그리고 나를 바라봐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도 그 불을 뿌리는 놈이 꼭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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