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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Nov 08. 2023

주체성을 잃었다.

내가 잘하는 게 뭐였더라...

나도 분명 잘하는 것이 있었는 데... 없었습니다.

몇 주 사이 말하는 감자가 되어 버렸다.




추석명절의 기나 꿀 같은 연휴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스타트업 회사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전 직장에 만난 상사분께서 직접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 나에게도 일부의 지분을 투자해 놓고,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함께 해보자고 권하였다.(나도 투자할 생각이 있었음.)

그러나, 일이 틀어졌는지 다른 회사에 임원으로 입사하게 되셨다며, 본인이 입사하게  회사로 불러주셨다.


직원이 현재는 50 정도 되는 스타트업 회사로, 전 직장을 다닐 때 대표님께서 제의를 해주셔서 입사해 볼까 고민도 한 번은 해봤던 곳이었다.

(결국, 거리가 너무 멀어서 포기했던 곳.)


19년 가까이를 지긋지긋하게 하여 동종 업계 쪽의 일은 하지 않으려고 했던 나에게 다시 그 업무를 맡길 원하셨고 추가적으로 주어진 업무는 회사 내부 작가업무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는 일로 작가 지망생인 나에게 작가라는 부캐 업무라니 조금은 부담이 되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아 설레었다.


회사는 집에서 대중교통으로만 대략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는 곳으로 마을버스를 타고 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늦으면 2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하는 거리에 있어서 매번 집을 회사와 가깝게(20분 이내의 거리) 이동하며 다녔던 터라 이사를 생각해 보았지만, 왠지 이번에는 첫 직장처럼 나를 갈아 넣으며 올인해도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자가를 두고 굳이 다시 집을 구하는 건 내키지 않으니 고시원이라도 알아볼까? 고민을 하면서도 결정이 쉽지 않았다.


출근   자리의 책상 위에는 상자가 놓여있었다.

최신사양의 노트북으로 언박싱을 직접 할 수 있게 해 주려는 회사의 배려였다. 이곳에서는 복지로 자신이 사용할 노트북의 사양을 맥 or윈도우를 사용할지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 상사분은 함께 입사하여 팀으로 일하게 될 사람을 한분 소개해주었다.


이제부터 상사를 A, 같이 일할 팀원을 B라고 하겠다.


새로운 사람에게 갖는 호기심이 많은 나는 B는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은 아니란 걸 첫날부터 알 수 있었다.


개인적인 사적인 대화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자랑해 대며, 어필하고,튀기 위해 작정을 한 사람.


내가 느낀 B의 첫인상이었다.


출근 후부터 B는 본격적으로 프로페셔널하게 마케팅용어를 쓰며,여기저기를 다니며 본인의 존재를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가 하는 일은 나는 1알지 못하는 마케팅분야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겸손한 척, 배려하는 척하며 선한 사람인 척 말을 했고, 남의 눈을 엄청 의식하는 사람이었다.


나도 남을 많이 신경 쓰고 살긴 하지만, 그래도 대놓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려고 하편인데, B는 모든 사람의 의견은 틀린 것이 없다며 이해하는 척을 했고 사실상 뒤로는 그렇지 못했다.


모든 일들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위주로 돌아가기 시작이 되면서 나는 모든 일에서 점점 소외되기 시작했다.

같이 입사를 B가 측이 되고 나대기 시작하면서 모든 일들이 돌아가고, 나의 나름의  장점으로 생각되던 독특하고 창의적인 의견들을 더 이상 끄집어  수 없게 되었다.

나름대로 신경 써 만들어둔 신사업에 참고할만한 자료들은 빛을 잃어버리고 폴더 안에 고이 어두게 되었다.

함께 작업하기로 했던 일들도 다른 이와 본인이 작업을 해버리고, 대표와 있는 회의시간에 발표해 갔다.


나에게는 B는 역대급 빌런이었다.


옆자리에서 매일 퇴근을 같이 하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같이 일하고 싶고, 알고 싶고 친해지고 싶어서라기보다 사실, 앞으로의 일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선택적 행동들이었다.


어쨌든 같이 하기로 한 일들에 투입이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유대감도 필요했고,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도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사이에 입만 뻐끔거리며, 숨만 쉬고 있는 붕어가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같이 일하자고 입사를 권한 A는 아직 입사전이고, 상황과 마음은 복잡하고, 장거리 출퇴근으로 몸은 고단하고 참고 참다 출근한 지 2주가 되던 날 B와 함께 A를 만나는 날, 현재 이곳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없어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더니 당황스럽게도 B가 본인도 관두고 싶다며 갑자기 오버액션을 했다.

나는 B가 그만둘 생각은 1도 없는 걸 알지만, 그런 상황을 모르는 A는 나에게 그럴 거면 미리 말을 하지 분위기를 흐린다며 화를 냈다.


오래 다니던 첫 직장을 준비 없이 무작정 퇴사하며, 쉬게 되면서 나는 한 가지 다짐 비슷한 걸 했다.


다음 직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무작정 으며,무식하게 직장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었다.

(개복치같은 내멘탈 절대지켜!)


A는 우리는 같은 팀이니 누가 능력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 걸까?

나는 이곳에서 얼마나 더 위축되고, 소외되어야 할까?


과연, 내가 이곳에서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일단, 나를 구하는 것으로 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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