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프리 부침개를 먹을래? 볶음을 먹을래?
밴쿠버 날씨가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아니 시종일관 춥다가, 조금 풀리는 척하고, 다시 춥고... 오죽하면 주뉴어리(Junuary, 1월 같은 6월)라고 하겠는가! 그래도 이 날은 반짝 날씨가 풀렸었다. 그래서 반팔에 반바지 입고 마늘종 따러 뒷산으로 올라갔다.
뒤숭숭한 날씨에 어울리게 요새 곰도 자주 온다. 특히 이 마늘밭 있는 곳은 그들이 잘 지나다니는 산책로에 있기에 이렇게 올라올 때에는 큰 소리 나는 경적을 꼭 챙겨야 한다.
그래도 사람이 익숙해진다는 것이 참 무섭긴 하다. 아무리 경적 따위가 있기로소니 겁도 없이 곰 다니는 길로 혼자 선뜻 올라오다니!
다행인 것은, 우리 동네 곰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늘을 먹어버리지는 않는다. 깔고 앉을지언정 말이다.
아무튼 고약한 날씨와 곰과 청설모의 모든 경우의 수를 가지고도 마늘이 고맙게도 잘 자라주었다. 그래서 드디어 마늘종이 올라왔다. 이거는 꼭 뽑아야 한다. 미루다 보면 두 번 꼬부라지는데, 그러면 맛없더라. 지금 연할 때 뽑는 게 좋다.
마늘종 잘 뽑는 사람들은, 이른 새벽에 쉽게 잡아 뽑는다는데, 나는 잘 안된다. 물론 이른 새벽에 나갈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가위를 들고 올라가서 되는대로 자른다.
우리 집에는 마늘밭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일반 마늘이고, 나머지 하나는 마늘 씨앗을 심어서 키우는 마늘이다.
재작년에 마늘종을 엉성히 뽑는 바람에 누락된 것들이 있었는데, 거기에 씨가 맺혔다. 물론 씨가 달린 마늘은 형편없이 작았지만, 예쁜 씨앗이 주렁주렁 달려서 그것을 보는 것도 나름 즐겁기는 했다.
팝콘 알맹이보다도 작은 씨앗들을 혹시나 몰라서 그해 바로 땅에 심었다. 그때 한국 가느라 급하게 심고 대충 나뭇잎으로 덮어주고 갔는데, 고맙게도 싹이 났다. 그렇게 일 년을 키웠더니, 쪽도 나지 않은 엄지손톱만 한 마늘이 생겼다. 그래서 그 엉터리 마늘을 작년에 또 심었다. 그리고 2년 차에 그래도 제법 마늘 흉내를 내면서 모양을 잡았다. 물론 택도 없이 사이즈가 작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마늘종을 수확했다. 꼬마 마늘에도 마늘종이 좀 달려있어서 그것도 같이 잘라왔다.
일반 마늘종과 꼬마 마늘종의 크기 차이는 엄청나지만, 그래도 작은 것도 맛있었다.
어릴 때 먹었던 마늘종은 주로 볶아서 다시 간장에 조린 듯 익힌 것이었는데, 나는 그 질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캐나다에서도 한번 해봤지만 흡족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소금 조금 뿌려서 살짝 볶아서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레시피도 필요 없는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마늘종의 아삭한 식감과 마늘향, 그리고 숨은 단맛이 있어서 쭉 그런 식으로 해 먹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부침개를 하게 되었는데 그게 아주 맛있어서 애정템 등극했다. 사실은 어느 비가 오는 날 쑥을 뜯어서 전을 부칠까 했는데, 영 뻣뻣한 게 쑥 시즌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대가 올라온 쑥은 질기기 때문에 싹 밀어주고 새로 올라오면 연하다는 낭설을 믿은 것은 실패로 돌아갔다. 쑥도 참나물도 지금 나오는 것들은 모두 질겼다.
쑥 부침개를 실패하고 아쉬움이 남아있다가, 마늘종을 뽑아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고 흐뭇하게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 집 마늘종 부침개가 탄생하게 되었다.
만드는 법은 별거 없다. 그냥 마늘종 넣고, 양파 좀 넣고, 서운하니 단백질인 해산물 좀 넣어서 부치면 그만이다.
다만, 남편이 밀가루를 못 먹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는 내가 선호하는 부침가루를 사용한다. 별건 아니다.
밀가루 대용품으로 사용되는 글루텐프리 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1:1로 섞어 쓰는 것이 나의 비법이다. 거기에 하나 더 얹어서, 달걀흰자를 반죽에 사용한다. 노른자는 안 쓰고 흰자만 쓴다.
글루텐프리 가루 1 : 타피오카 전분 1 : 액체 2의 비율인데, 이 액체는 달걀흰자 + 물인 것이다.
밀가루를 쓰지 않아서 좋은 점은, 반죽을 질기게 만드는 글루텐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구 휘저어도 반죽이 딱딱해지지 않고 바삭하게 할 수 있다.
마늘종은 씻은 후, 물기를 닦아주고, 성큼성큼 잘라서 반죽에 던져 넣으면 된다. 양파는 가늘게 채 썰고, 나는 어쩐지 뭔가 아쉬워서 집에서 딴 쑥갓을 좀 넣었는데, 이것은 안 넣어도 무방하다.
반죽을 섞을 때, 반죽이 남아돌지 않고, 내용물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야 맛있다. 우리는 밀가루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원재료 맛으로 먹는 거니까. 럭셜하게 재료를 채운다.
원래 부침개에는 해산물을 넣어야 맛있고, 김치전에는 오징어를 넣지만, 이 마늘종 부침개에는 좀 럭셔리하게 대하 새우를 넣었다. 밴쿠버에서 일 년에 한 번만 나오는 스팟 프런을 기억하시는가? (여러 번 포스팅하고, 최근에 유튭에도 올렸음) 아무튼 그 새우를 넣어서 만들었다.
새우를 썰어서도 넣어보고, 통으로도 얹어보았는데, 역시 통으로 얹은 게 더 예뻤다. 눈도 반쯤 먹는 거니까. 부침개 두 장 부치고도 새우가 남았길래, 남은 것은 마늘종이랑 같이 볶았더니 그것도 맛있었다. 그거는 씹으면 진짜 아삭아삭하면서, 마늘종의 즙이 입안에서 확 퍼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이래서 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그래서 며칠 있다가 한 번 더 해 먹었다. 두 번째도 더욱 맛있었다.
사실 두 번째 날에는 내가 굉장히 회가 났었다. 이 밴쿠버 날씨가 올해는 진짜 고약해서, 6월 말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수시로 춥다. 며칠 전에 반짝하길래, 이제 가드닝 시즌이 드디어 열리나 했는데, 이틀 동안 폭우가 내리더니, 그동안 애지중지했던 꽃대를 다 부러뜨려버렸다.
나는 정말 폭발했다. 지긋지긋한 이 날씨 때문에 엘에이로 이사를 가든지 정말 못살겠다고 막 짜증을 냈는데, 그래도 마늘종 먹고 풀었다. 어쩌겠는가, 우리가 자연을 컨트롤할 수도 없고... 그래도 이렇게 마늘종이라도 주니 감사하고 살아야지.
2장 분량, 북미식 계량컵 사용(1컵=240ml)
재료 :
글루텐 프리 1:1 가루(또는 밀가루) 1/3컵
타피오카 전분 (또는 옥수수 전분) 1/3컵
달걀 황백 갈라서 1개
물 1/2컵 정도
소금 약간
마늘종 한 줌
양파 1/4개
쑥갓 한 움큼 (옵션)
새우 한 움큼, 또는 좋아하는 해산물
만들기 :
1. 두 가지 가루를 볼에 담는다
2. 달걀흰자와 물을 섞어서 2/3컵 분량을 만들어 가루에 넣는다.
3. 소금을 넣고 섞어준다.
4. 마늘종을 취향에 맞는 길이(3~4cm)로 잘라서 넣는다
5. 양파는 곱게 채 썰어서 넣는다.
6. 쑥갓도 있으면 넣는다.
7. 반죽에 재료가 꽉 차는 것이 좋다.
8. 팬을 달구고, 기름을 넣어 기름결을 만든 후에 반죽을 넣는다.
9. 새우를 반죽에 적셔서 위에 얹는다.
10. 노른자를 위에 적당히 뿌려준다.
11. 한 면이 대충 익으면 뒤집는다.
12. 두 번 정도 뒤집으면서 색이 예쁘게 되게 익힌다
13. 따뜻할 때 서빙한다.
영상으로 보실 분든 유튜브로 오세요, 레시피만 담은 쇼츠는 아직 만드는 중입니다. 그건 나중에 추가할게요.
마늘종 뽑아서 부침개 만들기 유튜브 : https://youtu.be/xuujgLQemCk
스팟 프런 새우 먹는 법 : https://youtu.be/abugE7L14Fw?si=h_9vqk9s_Jaajl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