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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Aug 01. 2024

정원의 감잎을 따서 차를 만든다면

세상 쉬운 감잎차 만들기

우리는 가끔 화초 나눔을 한다. 정원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나무와 풀과 꽃들이 있고, 잘 자란다면 감당이 안 될 만큼 번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것은, 저절로 번지는 쑥이나 참나물이지만, 그 밖에도 다양한 것들을 나눈다. 봄에 모종도 넉넉한 수량을 만들어 우량한 것들을 고르고자 하지만, 대부분 상태는 비슷하고, 이미 싹튼 생명은 갈 곳이 없는데,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가끔 단정하게 화분에 담아서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계절별로 인기 있는 종목들이 있다. 스윗 우드러프(sweet woodruff)나 라즈베리, 홀스 래디쉬(horse radish) 같은 것들은 조금씩 판매가 된다.


키우기 쉽고 예뻐서 가장 인기있는 스윗 우드러프


하지만 한인 커뮤니티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그곳에는 주로 나눔을 한다. 씨앗도 나누고, 모종도 나눈다. 번지는 뿌리도 넉넉히 캐서 나눈다. 쑥과 참나물은 봄마다 넉넉히 나눈다. 이렇게 나누는 것은 화분에 정성껏 담지 않고, 그 대신 아주 많은 뿌리를 한꺼번에 담아서 재활용 통 같은 곳에 넉넉히 담아서 나눈다. 나는 번거로운 일을 줄이니 좋고, 가져가는 분들은 더 많은 뿌리를 가져가니 좋다.


꽃을 나눌 때도 있다. 많이 번지는 것들이나, 이년생, 다년생 화초들은 나눔 한다면 그다음 해에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씨앗을 나누는 것보다 인기가 좋다.


무리로 피면 예쁜 우단동자, 뿌리를 캐서 집 앞에 두면 꼭 만나지 않고도 전할 수 있다


내가 있는 시간에 가지러 오는 분들에게는 마당을 구경시켜 드리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우리가 없는 시간에는 현관 앞에 놓고 집어 가시라고도 한다.


그리고 나는 제발 빈손으로 오시라고 적는다. 나눔이라는 것은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는데, 나만해도 누가 뭔가를 준다고 하면, 어쩐지 빈손으로 가기 어렵고 고민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 나는 남는 것을 나누는 것이니 제발 편하게 가져가시는 것이 좋다.


빈손으로 와서 같이 마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간다면 그냥 훈훈하지 않은가! 그래도 또 굳이 뭔가를 꼭 들고 오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고 싶은 분들이라면 또 어쩌겠는가! 고맙게 받아야지.


진짜 비싼 선물을 들고 오시는 분들도 있어서 민망한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가벼운 것들이다. 제일 흔한 것은 핸드크림이다. 계속 흙에 손을 대니 손이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치를 해오시는 분도 있고, 뭔가 먹을 것을 사 오는 분들도 있다. 뭘 일부러 사 오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주 귀한 것을 받았다. 나는 작은 구기자 모종을 드렸는데, 감잎을 쇼핑백 하나 가득 따다 주셨다. 


사진상 작아 보이지만 봉투가 아주 크다. 넉넉한 인심에 감탄을! 


감잎차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며 한번 해보시라 하길래 고맙게 받았는데, 검색을 해보니 다들 너무 어려운 거다.


잎을 일일이 돌돌 말아서 썰으라는 곳도 있었고, 여러 번 프라이팬에 덖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여름에 불 앞에서 여러 번 덖으라니!


초난감 해하다가, 감잎을 주신 분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아주 쉽게 맛있는 감잎차를 만들었다.




그럼, 감잎차 만들기 시작!



일단 감잎을 줄기에서 모두 떼어낸다. 줄기는 사용하지 않고 잎만 사용할 것이다. 감 잎이 참 반짝반짝 예쁘다.


그리고 깨끗하게 두세 번 씻어주라고 되어있었는데, 이미 너무 깨끗해서 가볍게 두 번 정도 헹궈줬다.



소쿠리에서 물기를 충분히 뺀 후, 넓은 채반에 펼쳐서 말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삼일 정도 말리는데, 아무래도 잎들이 조금씩 겹쳐있다 보니, 나는 오며 가며 한 번씩 뒤집어 줬다. 여러 장이 겹쳐 있는 곳은 빨리 마르지 않으면 혹시라도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니 제법 말랐다. 하지만 역시 그대로 차로 쓸 만큼 마른 것은 아니었다. 그냥 약간 뻣뻣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부피는 제법 줄어서, 3개였던 채반에서 2개로 옮겨왔다.



이제 냄비에 물을 올리고, 찜기에 감잎을 담을 차례다. 감잎을 바로 찜기에 담는 것이 아니라, 면포를 먼저 깔아준다. 감잎이 직접 냄비에 닿으면 너무 뜨거워질 수 있고, 물에 닿으면 찌는 것이 아니라 삶는 것 같이 될 수 있으므로 이렇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김 오른 냄비에 찜기를 넣어주는데, 위쪽도 면포로 덮어서 뚜껑에 맺힌 물방울이 잎에 직접 떨어지지 않게 해 준다. 오래 찔 필요도 없다 딱 1분 30초간 찐다.



시간이 되면 얼른 꺼내서 부채질을 해준다. 선풍기로 부쳐도 된다는데 무거운 거 옮기기 귀찮아서 그냥 적당한 플라스틱 물체로 부채질해줬다. 그 흔한 부채도 왜 막상 쓰려고 하면 찾을 길이 없는지!


이렇게 찜기에서 부치는 것보다 채반에서 부채질해주는 게 더 낫더라


처음에는 빨리 끝내려는 욕심에 채반 하나를 다 넣었더니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속까지 다 쪄졌는지 불안해졌다. 결국 두 번만 찌면 된다고 했지만, 잘 뒤집어서 한 번을 더 쪄서 총 3번을 쪄줬다. 남은 채반 하나는 두 번에 나눠서 쪘다.


더운 여름에 찜기 앞에 서있는 것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굉장히 빨리 끝나기 때문에 별로 그렇지 않았다. 오븐에서 뭔가를 굽는 것보다 덜 더웠다.


다 쪄진 감잎은 서로 겹친 잎들을 분리해 주고 채반에 널어서 다시 말린다.



사나흘 말리면 부피가 확 줄어든다. 이제 더 두면 다시 공기 중의 습기를 머금을 수 있기 때문에 통에 담아주기로 했다. 


바삭하게 잘 마른 차


1리터짜리 병을 두 개 가져와서 열심히 눌러 담았는데, 결국 모자라서 나머지는 지퍼백에 담았다. 양이 많으니 뿌듯하구나! 한동안 잘 마실 것 같다. 



그러면 봉지까지 넣고도 남은 차는 맛을 봐야지. 


차를 우릴 때는 팔팔 끓는 물을 붓는 게 아니라 살짝 식힌 물을 넣는 게 좋으므로, 물을 다른 용기에 담아서 다시 부어주면 온도를 쉽게 낮출 수 있다. 우리는 결혼할 때 남편이 선물한 청자 다기 세트가 있어서 이왕이면 거기에 분위기를 내며 마셨다. 사실 나는 다도는 잘 모른다.



감잎차는 비타민씨가 풍부하며 항산화 효과가 좋아서, 면역력을 올려주고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한다. 또한 체내 콜레스테롤을 낮춰줘서 혈관질환도 예방해 준다.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주고, 칼슘성분도 풍부한 데다가 간의 해독효과도 있다고 하니 이거 만병통치 약인가?


하지만 무엇이든 약효를 노리고 너무 많이 마시면 좋지 않다. 체질에 잘 맞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량을 장복할 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효능도 있지만 무엇이든 부작용도 있으니까 말이다. 성질이 차가워서 배탈이 날 수도 있고, 타닌이 풍부해서 감처럼 변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그저 기호식품으로서 차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결정적으로 카페인이 없어서 시간과 상관없이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다.


신선한 감잎을 쪄서 말린 이 감잎차의 맛은 향기롭고 살짝 단맛이 난다. 감잎차는 약간 떫은맛이 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 차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주 부드러운 기분 좋은 차였다.


남편의 평에 따르면, 아침에 잠 깨는 종류의 차는 아니지만, 오후에 마시면 아주 기분 좋은 차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아마 앞으로 종종 오후 티타임에 사용할 것 같다.





감잎차 말리기


1. 어린 감잎을 채취한다.

2. 줄기는 제거하고 잎만 사용한다.

3. 잎을 깨끗한 물로 두세 번 헹궈준다.

4. 채반에 펼쳐서 그늘에서 이틀정도 물기를 말려준다

5. 찜기에 면포를 깔고 잎을 넣은 후, 1분 30초 정도 찐다.

6. 감잎을 꺼내서 재빠르게 30초 정도 부채질 해준다.

7. 이렇게 찌고 식히기를 두 번 반복해 준다.

8. 펼쳐놓고 사나흘 정도 완전히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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