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4년간 고마웠습니다."
14년째 유지하는 습관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종일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를 들었다. 집안의 적막함이 싫어서 보통의 라디오를 틀었는데, 라디오를 듣다 보면 귀를 괴롭게 하는 광고가 싫어서 광고가 나오지 않는 클래식 FM을 찾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라디오를 듣다 보면, 점심시간 저녁시간이 물 흐르듯 흘러가 있다. 그렇게 클래식을 배경으로 하루를 보냈다.
2월의 마지막날인 오늘은 조금 잔인한 날이었다. 방송국 봄 개편으로 인해서 4년간 12시에 2시 사이 생생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아나운서가 프로그램을 떠나는 날이었다. 통통 튀는 진행방식과 밝은 목소리가 점심시간과 잘 맞아서 좋기도 했지만, 조금 과도한 진행방식에 부담스럽기도 했으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던 진행자였다. 그랬던 그녀가 베테랑 전문 아나운서인 그녀가 엔딩 멘트를 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고 울먹이며 마지막 말을 힘겹게 이어갔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듣고 있던 내 눈가에도 눈물이 차올랐다.
이처럼 시간의 쌓인다는 것은 우리도 모르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그렇게 4년간 알게 모르게 매일 듣던 정이 컸던 것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이 봄 개편을 맞아 바뀌듯이 지난 3개월간 함께 글쓰기를 했던 글루틴 모임이 공식적으로 종료되는 날도 오늘이다. 에세이 글쓰기를 조금 전문적으로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글루틴 13기에 덜컥 신청했고, 12월에는 하루를 못 채우고 글쓰기를 마쳤다. 하루를 못 채운 마음이 영 아쉬워서 올해 1월에 진행하는 14기에도 신청했는데, 또 하루를 결국 채우지 못하고 모임을 마치게 되었다. 그래서 2월 한 달간은 매일 글쓰기를 꼭 성공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15기를 신청했고, 이번에는 3수 끝에 4주간 매일 글쓰기에 성공했다. 성공의 기쁨을 제대로 나누기도 전에 글루틴 모임은 15기를 끝으로 종료하게 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듯이 글루틴 모임은 다른 글쓰기 모임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겠지만, 같은 해시태그 안에 글을 썼던 모임 하나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끝이 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2월을 끝으로 24시간 동거동락했던 딸들과의 겨울방학, 봄방학이 끝이 난다. 첫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주 월요일이면 중학교를 입학하게 되며 이제 초등학생 학부모의 한 챕터를 끝내고, 중학생 학부모가 되는 것이다.
아쉬움이 큰 2024년의 2월이지만, 그래서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하루가 더 있는 윤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루가 더 있어도 이렇게 끝맺음이 아쉬운 걸 보면 일주일, 한 달이 더 있어도 아쉬웠을지 모른다.
3월부터는 새 학기, 새 모임, 새 학년처럼 진짜 새로운 시작이다. 시작을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잘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추억을 맞이해야 할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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