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인 Jun 25. 2024

48시간 동안 36명을 인터뷰하며 느낀 점

비대면 인터뷰의 어려움

이틀에 걸쳐 20~30대 청년 30명을 온라인 줌을 통해 일대일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관을 할 정도로 경력과 경험이 충분한 것은 아니었지만, 면접을 통해 청년들에게 배우고, 깨달음을 얻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이번 면접의 목적이었다.


줌으로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뷰를 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고, 인터뷰를 하면서 나의 말하기 실력과 듣기 실력도 향상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라톤을 끝내고 나면 많은 감정과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가 솟구치듯이 마라톤 인터뷰를 마친 소회를 남기고자 한다.



1.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


지역에서 창업하는 일은 남들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외국에 살다 보니 외국에는 동네마다 지역마다 문화가 강하고 그런 문화를 존중하는 문화가 강해서 한국에서도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지역에서 창업을 하고자 하는 지원자도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어느 날 번아웃이 온 상태에서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자신을 살리고 삶에 새로운 숨결을 불러일으킬 독립서점을 만난 청년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전국에 시행되고 있는 청년마을 프로그램에 여러 번 참여했고, 이제는 본인도 본인만의 기획을 하기 위해서 이번 교육에 참여한 지원자도 있다.


아직 건축학과 신입생이지만 건축가의 특성상 집주인이 원하는 집을 지어줘야 하는데, 본인이 원하는 건축을 하고자 해서 이번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당찬 대학생도 있다.


본인은 가방 끈이 길지 않다고, 인디밴드에서 활동하는 가수는 지역을 상징하는 곡을 AI를 활용해서 뚝딱 만들어올 만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적극적으로 본인을 어필한 지원자도 눈에 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본인이 이전 질문에서 미쳐 말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는지 더 첨언을 해도 되는지 질문을 하고 해당 부분을 다시 이야기해 준 참가자의 열정이 인상깊었다. 현재 직업이 있지만 자신처럼 사회초년생들을 위해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단 3개월 만에 독립출판물로 완성한 지원자는 현재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일을 하면서 동시에 신의 직업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이러한 참가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사업화하고 구체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구현하고자 교육을 받겠다는 것이다.


2. 문화기획자가 되고 싶은 청년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다 보면 결국 그래서 문화 콘텐츠를 연결해서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지원자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문화기획자가 많았나 싶은 대목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순수 예술도 문화지만 우리의 생활문화도 문화의 하나이다.


문화경제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생업보다는 문화에 관심이 있고, 이러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다. 어렸을 때부터 본인이 하고자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음악, 미술, 디자인, 건축, 요리, 출판, 사진, 영상 등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문화기획자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결국 크리에이터가 아닐까. 자신이 좋아하는 지역의 콘텐츠를 모으고 기획으로 프로그램과 상품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예비 크리에이터들이다.


3. 연결과 커뮤니티를 중요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목적을 설명해 주세요"


면접에서 꼭 해야 하는 질문이자, 기본이 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아직 네트워크도 부족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커뮤니티도 만들어나가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MZ세대를 일컫어 회식도 싫어하고 사생활에 관한 질문은 절대 하면 안 될 정도로 개인적이고 함께 어울리기 싫어한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지원한 지원자들은 모두 연결되고 싶고 커뮤니티에 속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고 싶었다.


소속감, 연대의 형태가 변한 것이지, MZ 세대에게도 소속감과 연결, 커뮤니티에 대한 욕망, 필요는 여전히 공고하다.


4. 지인의 추천의 중요성

"프로그램을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라는 질문에는 군대 선임의 추천, 학교 동아리 선,후배의 추천, 가족의 추천 등 지인의 추천이 많았다. 그 다음으로 많았던 것은 인스타그램 광고, 프로그램 안내 부스 순이었다.


어떠한 프로그램이나 상품을 팔고 싶다면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던 순간이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이미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고객도 다시 보자. 그들이 새로운 고객을 연결해줄 가장 중요한 키다.


5. 비대면 인터뷰의 어려움

흔히 우리가 보는 연예인이나 뉴스아나운서, 아니면 유튜버 크리에이터들조차도 뛰어난 언변술, 편안한 시선처리와 말하기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 학생의 관점에서 대중이나 제3자 앞에서 발표나 자신의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말할 기회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지만 시선처리가 불안정하다던지, 특정 행동을 계속해서 하는 태도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지원자가 하는 이야기에 대한 신뢰도까지 하락하게 하는 역효과가 있었다.


평소에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를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고, 말하는 장면을 녹화해서 리뷰해보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물론 필자도 말하기 기술이 매우 부족하지만, 면접을 하면 할수록 줌에서 말을 하는 것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누구나 연습을 한다면 나아질 수 있는 것을 느낀 부분이다.





48시간 동안 36명을 인터뷰하며 인터뷰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갖고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좋은 인상을 주는 면접관이 되기 위해서 경청과 호응의 태도를 기를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릴레이 인터뷰로 집중력이 소진되었는지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고 평소보다 두둑해진 아랫배는 씁쓸한 대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월은 끝맺음의 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