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은 시기,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읽어보면 좋은 책 추천
인생의 모든 시기가 다 그렇지만 20대는 유난히 고민이 많은 시기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채 세상 속으로 내던져진 기분이 드는 시기이기도 하죠.
20대는 삶의 첫 번째 커다란 문턱을 넘는 시기입니다. 학업과 진로, 관계와 자립, 정체성과 세계 인식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자꾸 점검하게 되고, 때로는 내 자신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합니다.
이럴 때 어떤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친구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20대에 읽으면 좋을 책 추천해봅니다.
1. 김금희 | 『경애의 마음』 _ 서툴고 아픈 마음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과정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경애와 상수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좋아하던 친구 E를 사고로 잃고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애, 아버지의 폭력과 가부장적 억압 속에서 자란 상수는 얽혀있는 인연을 바탕으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이 책은 마음을 다치고도 다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일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어, 인간관계에 서툴고 마음이 자주 흔들리는 20대에게 위로와 공감의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2. 정세랑 | 『시선으로부터』 _ 유쾌하게 풀어낸 가족, 여성, 기억에 대한 이야기
심시선의 기일에 하와이로 모인 가족들이 각자 자신의 기억을 꺼내어보며 추모하는 이야기입니다. 여성의 자유, 페미니즘, 가족 제사라는 주제를 유쾌하고 리드미컬하게 풀어냅니다. 질문 많고 정의감 넘치는 20대의 정서와 잘 어울립니다. 심시선은 생전에 페미니스트이자 활동가였고, 남겨진 가족은 그녀의 삶을 추억하며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유쾌한 분위기지만, 그 안에는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가부장제, 기억과 기록의 힘이 담겨 있어요. 사회적 메시지를 너무 무겁지 않게 담아내는 정세랑 작가의 매력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3. 타라 웨스트오버 | 『배움의 발견』 _ 학벌보다 ‘배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자전적 이야기
학교를 한 번도 다니지 않고 자란 타라가 극심한 종교적 통제와 가정폭력을 딛고 케임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물리적 배움 이전에 ‘나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고요. 특히, 성장이라는 단어에 아직 낯설거나 압박을 느끼는 20대라면 깊은 울림이 있을 거예요.
4.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_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의 의미
글쓰기라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지만, 본질적으로는 ‘일’을 어떻게 자신의 삶 안에 받아들이고 지속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루키는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꾸준히” 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꾸준함과 일상의 태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 20대에게 힘이 되어줄 책이에요.
5.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 _ 모든 창작과 자립의 시작은 나만의 공간으로부터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선 자기만의 방과 연 500파운드가 필요하다.”는 유명한 문장이 있는 책이죠. 단순히 글쓰기의 조건을 말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물리적·심리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자기 인생을 만들어가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고전입니다. 전반부는 읽기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천천히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빠져듭니다.
6. 이석원 | 『보통의 존재』_ 보통의 인생, 보통의 사랑에 대해 써 내려간 에세이
특별한 성공이나 극적인 사건 없이도 삶이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들려주는 에세이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일상, 관계,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담백하게 풀어내며, '보통'이라는 말 속에 담긴 소중함과 진실함을 되짚어봅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하고,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위로가 잔잔하게 스며드는 글입니다. 특히 모든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 같은 압박 속에서 자존감과 인간관계 사이를 오가며 불안한 20대에게 ‘그 자체로도 괜찮다’는 존재의 가치를 돌아보게 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