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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홍재 Mar 20. 2019

지갑도 꺼내기 귀찮은 고객들을 사로잡는 기업들.

프로세스의 변화로 고객의 단, 10초를 줄여 고객을 가두는 자물쇠 효과


 우리 모두는 각자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제품, 브랜드, 서비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담배나 음료수와 같은 제품은 맛과 기호라는 핵심적인 가치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 가치보다 이미 카드 등록이 되어 있어서 관성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가치가 경쟁사에 비해 차별성이 별로 없거나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작은 차이점 하나만으로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내용은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고객을 잡는 프로세스의 간소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존의 ‘원클릭’ 특허(등록번호 US5,960,411)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온라인 마켓에서 고객들이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고 주소지와 결제정보 등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프로세스를 간소화시켜 고른 상품을 한번의 클릭으로 등록된 주소지와 결제정보로 구매하는 특허입니다. 리조이너 등 일부 외신은 참으로 간단한 이 원클릭 특허의 가치를 약 24억 달러(한화 3조 원)로 추산했습니다. 고작 일분 내외의 시간을 줄여주는 이 특허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셈이죠.


 또한 이 원클릭 특허가 아마존의 매출을 최소 5%를 향상시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어떻게 원클릭 서비스가 아마존의 매출 증대의 영향을 줄 수 있었을까요? 다른 요소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소는 프로세스의 간소화로 인한 자물쇠 효과입니다. 자물쇠 효과는 소비자들이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이용하게 한 후 지속해서 이용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고전적인 자물쇠효과의 예시는 그 제품 자체에 가격이나 품질 등이 경쟁력이 있어 고객의 충성심을 높이는 것이었지만, 요즘은 아이디어와 IT기술을 바탕으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여 고객의 절대적 시간을 줄여주는 가치보다는 고객의 귀찮음을 해소해 줌으로써 많은 기업들이 고객을 자사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결제 프로세스를 간소화한 스타벅스의 DT PASS

다른 예로는 보안번호,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등 복잡한 인증절차를 없앤 토스의 간편송금 서비스나 매장 밖에서 주문하고 대기와 결제 프로세스를 없앤 스타벅스의 사이렌 주문처럼 복수의 프로세스를 없애고 꽤나 귀찮은 일을 해소해주고 고객이 동종의 다른 서비스로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심지어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하여 결제 프로세스 하나만을 없앤 스타벅스의 DT PASS는 단지 고객이 차에서 지갑을 꺼내는 작은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관련 설비와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DT PASS는 단지 고객이 지갑을 꺼내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고객이 더 이상 지갑을 꺼내는 일이 당연한 일이 아니게 만들어 타사의 서비스를 수고로움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필자는 원래 배달의 민족을 사용하다가 요기요의 첫 가입시 5천원 할인 쿠폰 프로모션을 통해 카드등록 주문 추가 2천원 할인을 받아 회원가입과 카드등록을 하고 첫 사용하게 되었는데, 단발 이용으로 끝날 줄 알았던 첫 이용이 그 작은 프로세스(결제) 때문에 요기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동종 업계에서 서비스 수준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작은 프로세스의 간소화로도 고객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토스나 스타벅스의 예시 처럼 최초, 혹은 단독일 필요는 없습니다. 요기요의 카드 등록 서비스는 타사도 똑같이 제공하고 있지만, 카드 등록이라는 통곡의 벽을 넘지 못하고 웬만한 경우에는 요기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타사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지라도 요기요와 같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하여 고객들이 자사에 가장 먼저 정보를 등록하게 만들어 작은 문턱으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지킬 수 있습니다. 


 통신사와 같이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고객들을 지키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마케팅을 하고 출혈경쟁을 하거나 R&D에 많은 투자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작은 아이디어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프로세스의 간소화를 통해 작은 자물쇠를 만들어 고객을 지키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우리에게 당연했던 일들을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일은 더욱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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